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
사라사테의 <지고이너 바이젠>...
코로나 때문에 전직원 모두 재택근무를 시키고 관리직 몇 명과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고
잠시 쉬면서 이 음악을 듣습니다.
시작부터가 심상치 않습니다.
심장 저 밑바닥에서부터 가냘픈 바이올린의 선율이 끊어질 듯 이어질 듯
숨을 멈췄다 다시 토해내기를 반복하는 애섧은 흐느낌....
마치 두레박으로 깊은 우물에서 슬픔을 긷는 듯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곡을 세상에서 가장 슬픈 곡이라고 말하는지 모릅니다.
특이나 저에겐 어느 한 여인을 잃고 나서 참 많이도 들었던 곡이기도 하구...
30대 초반 국내 어느 유명 출판사에 입사해
클래식에 대한 이해도 변변찮은 상태에서 클래식 감상에 관련한 책을 기획하고 출판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많은 음악을 들으면서 비로소 클래식에 대한 눈을 뜨게 되고
돈이 모이면 더좋은 기기와 음반을 사는데 투여를 했습니다.
물론 클레식 음악은 작곡가와 연주가에 따라 감상자 나름의 기호가 있기 나름이지만
그 중에서도 이 <지고이너의 바이젠>은 제가 처음 클레식 음악에 빠지게 한 곡이고
또한 내 삶의 아픈 기억 한 가장자리에 있는 곡이기에 더욱 애착이 가는 곡입니다.
바이올린이라는 악기가 감정을 표현하는데 얼마나 셈세하고 미려한 악기인지
클레식을 즐겨듣지 않는 분들도 이 곡에는 미혹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집시(gypsy)를 소재로 한 음악작품은 수 없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작품의 하나가 지금 듣고 있는
사라사테의 바이올린 독주곡 '지고이너바이센'이지요.
독일어로 '지고이너 바이젠이란'란 말은 집시의 노래라는 뜻입니다.
어느 나라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떠돌이 민족,
나라도 없고, 단지 집시족이라는 혈통적 개념과
천대와 박해의 대명사로 이미지화된 그들 종족에 대한 연민과 그들의 아픔이
이 곡 저변에 깔려있어 더욱 슬프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라사테는 20세기 초에 세상을 떠난 스페인 출신의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입니다.
그가 64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사라사테는
유럽의 바이올린계를 혼자서 독점했다고 할 정도로 커다란 존재였다 합니다.
그는 스페인 집시들 사이에서 전해지는 각종 무곡을 소재로 하여
여러가지 기법과 표정을 더해 바이올린 독주곡으로 만든 것인데
이 <지고이너 바이젠> 곡은 비범한 기술을 요하는 대단히 어려운 곡으로
실제 사라사테의 생존 중에는 이 곡을 완전히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기교적으로는 대단히 어려운 곡이지만 아주 화려할 뿐만 아니라 예술적으로 세련된 애상과 정열을 담은 곡입니다
그런데 사라사테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그는 19세기 최대의 바이올리니스트라 일컬어지는 파가니니와 비견되기도 하는데
사라사테는는 의식적으로 파가니니의 작품을 연주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물론 서로 음악적 취미가 다르기도 했고
또 사라사테의 손가락이 짧아 피가니니의 곡을 연주하기엔 적절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는 설도 있긴 합니다.
그래서 그는 주로 자신이 편곡한 유명한 오페라의 환상곡을 장기(長技)로 연주하였고
그 중에서도 지고이너바이센 을 즐겨 연주하였습니다.
<지고이너 바이젠>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곡이라고 하지만
전곡이 그렇지는 않고 다만 도입부인 제1부만이 그러할 뿐
제2부부터는 매우 밝고 경쾌한, 집시 특유의 명랑한 가요조입니다.
제1부는 깊은 슬픔을 억제하고 다시 그것을 슬픔 이상의 그 무엇으로 승화시키는
로매틱하면서도 애수의 선율이 듣는 이의 감정을 지배합니다.
그리고 제2부는 조금 느린 템포의 명랑한 가요조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밑바닥을 흐르는 집시 특유의 애수와 우울을 담고 있긷도 합니다.
제3부는 극히 쾌활하고 빠른 템포로서, 아주 열광적인 춤곡으로 마무리를 합니다.
즉 집시들의 애환과 자유분방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지요.
음악이란 시초에 신을 찬미하기 위해 만들어진 거라 하지만
어쩌면 신이 인간에게 주신 가장 은혜로운 선물이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점심을 먹고 나면 1시간 정도 수면을 취하는데
오늘은 이 글을 쓰느라 지자 못한 낮잠은 오늘밤에 보충을 해야 하겠습니다.
남쪽 먼바다엔 역대급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는데....
첫댓글 집시바이올린 내가 무척 좋아하는 곡입니다
단풍나무숲님~
그동안도 안녕하시죠.
님의 마당 돌계단에 옆에 피어 있던 나리꽃은 아직도 잘 피어 있는지 많이 궁금합니다.
님께서는 음악에도 아주
造詣가 깊으신듯 합니다.
저는 음악을 너무 몰라서 이곳
카페 음악감상방에 적을 두고
매달 빠지지 않고 열심히는 들어보지만 역시나 음악 듣는
머리가 둔한가 봅니다. ㅎ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모임이 없어서 가지도 못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노래가
''지고이너 바이젠'' 이라니
나중에 음감방에 문이 열리면
부탁해서 들어 보겠습니다.
님의 자세한 음악얘기 잘 읽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자주 오십시요.
집시의 노래
참 많은 세월이 흘렀네요
스물셋 이후 어떤 이유로
슬픈 음악을 듣지
않았는데
님 덕분에 비오는 날 들으니
정말 두레박질을 해댑니다ㆍ
지고이너 바이젠을
듣다가ᆢ 미쳐 다 못 듣고
감상문 하나 긁적여봅니다ㆍ
거북이 등에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새긴 카자르공주가 있었다ㆍ
지금은
공주도
공주가 사랑하던 사람도
카자르도 가뭇없이 사라졌지만
다만
거북이 등에 새긴
그 사랑은 거북이와 합체하여
300년을 살았다ㆍ
집시의 노래,
세상에서 가장 슬픈 클라식곡
사라사태의 바이올린 독주곡인
<지고이너 바이젠>
단풍나무숲님께서 즐겨 감상하신다는 곡을
기왕이면, 수필방 여러분이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올려주셨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국가가 없고 민족만이 있어
애닯고 슬프기도 한
떠도는 민족의 혼이 담긴 노래는
애환이 담겨 있어요.
수필방에 오시는 분중에는
클라식에 조예가 깊으신 분들이 다소 있습니다.
글에 클라식을 덧붙여서 오르기도 하지요.
글도 잘 쓰시고 음악에도 조예가 깊으신
단풍나무숲님,
자주자주 오셔요.
감사합니다.^^
전
장영주 연주로 가끔 들어요..
찌고이너바이젠은
사라장이 최고인것같아요..
휘몰아치는 부분에서
표정 몸짓까지~~
현으로
심장을 문지르는듯....
장엄하고 비장미 느껴지는
헨델의 사라방드 랑.....
최고 애청 하는곡중 하나이지만
아주 가끔 들어요..
신비스런 늪 속으로
하염없이 빠져들고
푸른 안개 속을 헤매이듯
무기력 해져서요......
신비 늪 안개
그리고
담 은
무?
유투브에서 직접 찾아 들었습니다
슬픈 곡이라고 하셨지요, 중간부분은 사뭇 경쾌하군요
저는 바이올린 연주자의 신들린 듯한 연주 모습에 빠져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