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후커우(戶口)없는 농민공, 불법 이민자 처지"
보건ㆍ주택ㆍ자녀 교육 등에서 차별 대우
(서울=연합뉴스) "우리 농민공들은 아이들에게 그렇게 큰 기대를 품지는 않습니다. 아이가 학교에 가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희망일 뿐입니다. 아이가 농민공을 대물림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베이징 교외에 있는 농민공 집단촌에 사는 궈 지강(30)은 언젠가 조그만 가게를 하나 여는 것과 두 살 된 아들이 중학교에 가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1.5평 남짓의 허름한 방 한 칸에서 부인 거 야루(26)와 아들 등 3명이 함께 사는 궈 지강의 처지는 농촌에서 도시로 올라와 밑바닥 일을 하는 농민공의 고달픈 신세를 대변해준다고 미국의 CNN 방송이 26일 보도했다.
도시의 인력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난 탈출을 위해 도시로 진출한 농민공의 숫자는 2억여명에 달하지만 이들은 도시에서 번듯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공장이나 건설 현장에서 인부로 일하거나 식당 종업원, 가정부 등 궂은 일을 도맡는다.
농민공은 도시인과 달리 보건과 주택, 교육 등 각종 부문에서 정부의 지원 혜택을 받지 못하고 권리도 누리지 못 한다.
농촌 주민과 도시 시민을 갈라 놓는 후커우(戶口) 호적제도 탓이다. 후커우는 한번 발급되면 출신 지역을 바꾸는 것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사실상 불가능해 도시 후커우가 없는 농민공이 차별 대우를 받는다고 CNN은 전했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 타임스가 "농민공의 곤궁은 자신의 나라에서 불법 이민자 같은 처지로 표현된다"고 보도했을 정도이다.
일부 학자들은 후커우 제도를 이제는 폐지되고 없는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로 비유하기도 한다.
데이비드 반더스키는 조만간 출판될 농민공에 관한 서적에서 "농민공은 도시인으로 편입돼 도시인과 같은 권리와 기회를 누린 적이 없다"면서 "중국에서 차별은 엄연한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고층빌딩에서 하루 10시간씩 줄에 매달려 외벽에 페인트칠을 하느라 얼굴이 검붉게 탄 궈는 지도부가 교체돼도 자신의 생애에는 희망이 없고 다만 아이에게 희망을 걸 뿐이라고 말했다.
궈의 부인 거 야루는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이다. 산아제한 정책인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을 위반하기 때문에 벌금 1천500달러(약 160만원)를 낼 각오가 돼 있다.
농민공은 연금 등 사회복지를 기대하기 어려워 노후를 자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자식이 한 명만 있으면 불안하다는 것이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둘째를 가지려는 이유다.
농민공은 자식들의 교육도 문제이다. '유동 아동'으로 불리는 농민공 자녀는 정식 공립학교에 들어가기가 무척 어렵고 대부분 집에서 먼 거리에 있는 '농민공 학교'에 다닌다. 농민공 학교는 공립학교에 비해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
반더스키는 농민공 자녀는 열악한 교육과 기회 불균등 때문에 농민공을 대물림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농민공은 사회 불안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광둥성에서는 지난 6월 경찰관이 10대 농민공을 구타했다는 이유로 수 천명의 농민공이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