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들 중에 등장하는 대단한 대통령이 있었습니다. 테러리스트와 한 비행기에서 대결하는 것입니다. 바로 대통령 전용기를 테러리스트가 점령했는데 대통령이 그 비행기 안에 탑승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하기야 달리 도움 받을 상황도 아니니 대통령이 직접 대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정도 대통령이 되려면 체력도 실력도 꽤나 갖추어야 합니다. 그런가 하면 우주전쟁에서는 왕년의 파이로트로서 직접 전투 비행기를 타고 적진으로 날아가는 대통령도 있었습니다. 인류의 위기 앞에서 자리와 권위만 지킬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과연 그럴 만한 대통령이 있을까 싶습니다. 단지 꿈을 꿔보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항간에 해괴한 사건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궐내에까지 이상한 소문이 퍼집니다. 임금에 대한 좋지 못한 이야기가 나돌지요. 과연 백성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임금은 그다지 괘념치 않는 듯합니다. 하기야 겉으로는 그렇다 해도 신경이 써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침 빈자리에 새로 사관이 들어와서 임금을 보좌하게 됩니다. 신참이어서 그런지 본래 성품이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똑똑한 듯 모자란 것 같기도 합니다. 임금이 직접 시험을 해보지요. 기억력 하나는 대단합니다. 한 번 본 것을 확실하게 기억합니다. 그 실력 하나는 인정해줍니다. 임금은 그에게 ‘오보’라는 별칭을 붙여 부릅니다. 임금에게서 ‘오보’ 이상 떨어지지 말라는 분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얼굴에 불이 붙습니다. 그 뜨거운 불길에 휩싸였음에도 악다구니도 없습니다. 그렇게 화염에 싸여 쓰러집니다. 그 시신을 궁궐에 가져와 부검을 합니다. 임금이 직접 간여하지요. 시신을 만지고 일부는 입맛을 보기도 합니다. 사관이 보다가 견디지 못하고 구역질을 합니다. 도대체 임금이 맞아? 하는 생각도 들 것입니다. 그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모실지 두려움이 앞설 수 있습니다. 어쩌면 자신과는 너무 차원이 다른 언행에 당황하고 불안하고 두렵기도 합니다. 그러나 나라의 최고 어른 임금입니다. 그러니 충직한 사관으로 임금을 보좌합니다. 임금의 마음에 흡족하지 않더라도 ‘오보’로서 충성을 다하려 노력합니다.
간추린 이야기를 광고에서 인용합니다.
<모든 사건은 직접 파헤쳐야 직성이 풀리는 총명한 왕 ‘예종’(이선균).
그를 보좌하기 위해 학식, 가문, 외모(?)는 물론 한 번 본 것은 절대 잊지 않는 비상한 재주까지 겸비한 신입 사관 ‘이서’가 임명된다. 하지만 의욕과 달리 어리바리한 행동을 일삼던 이서는 예종의 따가운 눈총을 한 몸에 받으며 고된 궁궐 생활을 시작한다.
때마침 한양에 괴이한 소문이 돌기 시작하고, 예종은 모든 소문과 사건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다. 예종과 이서는 모든 과학적 지식과 견문을 총동원, 괴 소문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나서는데…!
사건 쫓는 임금 X 임금 쫓는 신입 사관
궁 넘고 담 넘는 유쾌한 과학수사가 시작된다!>
어느 시대고 반대자는 있는 법입니다. 정도 문제이겠지요. 과도하면 반역을 꿈꾸고 도모합니다. 실패하면 물론 극형에 처해집니다. 어렵사리 성공하면 그 반대로 일등공신이 되겠지요. 또한 그것을 바라고 저지르는 일이기도 합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함부로 반역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나라가 흔들리고 백성이 혼란에 빠집니다. 자칫 한 나라의 왕조가 흔들리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외적의 침략을 불러 들여와 국난을 당하고 멸망의 길로 빠질 수도 있는 일입니다. 몇 사람 이익을 위해 도모하다 나라 전체를 잃을 수도 있다는 말이지요. 오늘날에야 그런 일이 없겠지만 경제적 식민지로 전락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므로 정상적인 방법으로 교체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하나하나 풀어갈수록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대신들이 요구하는 것에 무엇인가 숨겨져 있는 비밀이 있다는 것을 직감합니다. 풀려져 가는 중에 야간 잠행을 하여 현장을 찾습니다. ‘오보’의 뛰어난 기억력과 임금의 뛰어난 추리력으로 사건이 풀리는듯한데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놓입니다. 역시 그 뛰어난 기억력과 추리력으로 탈출할 수 있게 되지요. 대신들은 모두 임금이 죽은 줄로 알고 환호하는 가운데 임금이 살아 등장합니다. 얼마나 놀랍고 두려운 일입니까. 그렇게 해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고 반역자들은 처형됩니다. 연루된 자들을 모두 색출하여 처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주모자들 몇 명을 대표로 처형합니다. 최소화하는 것이지요. 복수가 아니라 나라와 백성 전체의 안위가 목적입니다.
현대판 추리 수사극을 시대를 달리 하여 옮겨 놓은 듯합니다. 하기야 같은 음식이라도 분위기 다른 곳에서는 또 다른 맛을 경험할 수 있으니까요. 더구나 최고 권력자가 현장을 누비며 사건을 해결하다니, 색다른 맛입니다. 우리네 속에 그런 지도자를 꿈꾸는 면도 있습니다. 구중궁궐에 숨어있는 ‘가까이 하고 싶으나 먼 당신’이 아니라 가까이 느껴보고 싶은 지도자 말입니다. 두려운 존재이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 낮은 자를 보살펴줄 수도 있는 지도자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것 같습니다.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을 보고 생각해보았습니다. 임금과 신하, 이렇게 가까이 지낼 수 있나요? 명콤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