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두 편____김석윤
눈에 밟히다 외 1편
김석윤
지하철 역을
나서는 순간
덥석 발목을
잡고 놓지 않는
배밀이 사내!
아랫도리 뭉개고
뺑소니 친
바퀴거죽으로
환상통 질끈 동여맸다
한 뼘 한 뼘
밑바닥 깊이를 재며 밀고 온
고무보다 질긴
목숨
굳은살 편자
박힌 손으로
길거리표 최신인기가요
건넨다
열차가 도착하면
반짝 장이 선다
잽싸게 장음계로
곡조 바꾸고
스피커 볼륨을
높인다
낮은 포복으로
파고든 인파 속
종종걸음 빠른
템포 따라잡지 못하는
그는, 알 것이다
꼬리 잘린 도마뱀
새살 돋아도
꼬리뼈가 없듯
껌딱지 들러붙은
바닥 딛고 일어나
입지전立肢傳
쓸 수 없다는 걸
흥겨운 메들리
따라 부르며 걷다
빠른 대목에서
박자 놓치고
배밀이 사내
떠올린다
‘바닥’이라는
명사 뒤에 달라붙은
‘기다’라는
동사 자꾸 눈에 밟힌다
사내에게 붙들린
발목 시큰거린다
입동立冬
국화 분盆 시든
꽃잎에
꿀벌 한 마리
움직임 없다
일벌인 그는, 꿀 1킬로그램을 얻기 위해 16만
킬로미터를 날아다니며 1천만 송이 꽃을 들락거렸다. 하루에
적게는 17~13회 많게는 24회 꿀 모으기에 나섰다. 꿀 모으기는 일의 한 부분일 뿐, 태어나자마자 집안 청소부터 시작하여 11일령까지 애벌레 먹이주기를 하다가, 17일령까지 밀랍생산, 둥지수리, 사체처리, 음식물저장, 날개를 이용한 환기에 매달렸다. 그 후 3일령 동안 집을 지킨 뒤 22일령부터 꿀 모으기에 나서 40일령을 살다가 생을 마감했다.*
무성無性의 몸빼바지로
사십 년을 살다간 청상의 누님!
*야후 백과사전.
김석윤 / 1962년 전남 완도에서 태어났으며 2009년 『21세기문학』으로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