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만점 4형제의 좌충우돌 사랑과 인생이야기,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 이 드라마의 배경이 된 곳은 혜화동이다. 혜화동하면, 젊음과 예술이 떠오를 수도 있지만, 혜화동 골목골목은 세련미보다는 정겨운 수수함이 묻어난다. 무심코 지나쳐 다녔던 혜화동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면 그곳의 매력을 재발견할 수 있다. 기와지붕이 얹혀진 한옥 혜화동 주민센터부터 예술과 휴식의 공간, 마로니에 공원. 열쇠의 모든 것, 쇳대 박물관,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낙산공원, 그 뒤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골목길의 모습까지 혜화동의 새로운 면면들을 살펴보았다.
안방극장을 사로잡고 있는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의 배경이 된 곳은 혜화동이다. 그 중에서도 혜화문2길은 가끔 극 중에서도 셋트장임에도 불구하고 이정표가 보이게끔 각도를 잡는다. 그래서 실제로 혜화동의 혜화문2길을 찾아가 보았다. 혜화동 주민센터 뒷문에서 위쪽으로 가다가 혜화문2길 이정표를 따라 올라가면 그곳에 닿을 수 있다. 개성만점의 4형제 송진풍(손현주 분), 송대풍(이필모 분), 송선풍(한상진 분), 송미풍(지창욱 분)의 사랑과 인생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 이 4형제의 집이 바로 혜화문 2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배경만 혜화문 2길이지, 실제의 촬영은 셋트장에서 진행되었다고한다. 그런데 혜화문 2길이 배경이 될만한 이유가 있었을까 살펴보았다. 혜화문 2길 골목길에 들어서니 단층 혹은 2층 단독주택들이 늘어서서 아늑한 골목길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다지 특별한 점도, 화려한 것도 없지만 오히려 우리네 사는 모습이 모두 평범하듯이 그곳 또한 평범했다. 종종 기와집을 얹은 가옥을 만날 땐 더더욱 소박하고 정겨운 느낌이다.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톡톡 튀는 재미를 주는 커플은 바로 김복실 간호사와 둘째 아들 대풍이다. 소아과 의사인 송대풍은 김복실 간호사가 처음 그의 병원에 면접을 보러 왔을 때 그녀의 이름을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근데 이름이 김복실이 뭡니까? 우리집 강아지는 복실강아지~ 학교 갔다 돌아오면 멍멍멍~" 이라고 노래부르며 김복실 간호사를 놀리기까지 하던 송대풍. 세련되지도 못하고, 송대풍을 이성적으로 좋아했던 김복실 간호사는 그의 가족 일이든, 병원 일이든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만 결국 그를 떠나버린다.
알고보니 그녀는 미국에서 의대를 졸업한 의사 제니퍼였던 것. 그런 그녀가 혜화동에 온 이유가 있다. 그녀의 어머니가 미국에서 하늘로 떠나버리고, 혼자 남겨진 그녀는 서울에 어머니를 묻었는데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사람들 지나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앉아서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했던 곳이 바로 마로니에 공원이다. 그곳에 앉아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우연히 들르게 된 혜화동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그로인해 질기디 질긴 인연, 송대풍을 만난 것이다.
드라마의 배경이 된 혜화동을 조금 더 둘러보자면 주민센터가 있다. 보통 동사무소라고 부르는 주민센터가 혜화동에서는 조금 특별하다. 혜화동 주민센터는 전통가옥의 형태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센터로 들어가기 전 아치형의 덩굴나무가 주민센터 입구이다. 들어서니, 고택을 연상시키는 한옥이 턱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 혜화동 주민들은 이 곳에 들러 민원 업무를 해결하고, 나오는 길에 잠시 나무 아래에서 한옥을 감상하며 쉬었다 가기도 한다. 주민센터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고풍스러운 혜화동 주민센터. 주민센터에 볼 일이 없더라도 한 번쯤 들러 이색적인 한옥 주민센터를 감상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혜화동은 마로니에 공원, 연극을 공연하는 소극장의 집합소 등 젊음과 예술의 마을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전통적인 것도 함께 공존하고 있다. 혜화동 주민센터처럼. 특히 쇳대박물관은 더더욱 그러하다. 쇳대박물관은 우리나라의 옛 자물쇠와 세계 각국의 독특한 자물쇠를 테마로하고 있다. 우리 전통 자물쇠들이 한데 모여있고, 그것을 보존 연구하고 전시활동을 통해 우리 것을 알리고 있는 곳이 바로 쇳대박물관이다.
물고기 모양의 자물쇠부터 한 손으로 들기에도 버거워보이는 큼지막한 자물쇠까지 다양한 자물쇠와 열쇠들이 전시되어있다. 자물쇠는 소형함에서부터 장, 농, 책장, 뒤주, 곳간, 대문에 이르기까지 도난방지와 비밀유지를 위해 사용되었다. 그 형태가 물고기, 거북이 등으로 만들어진 자물쇠는 수호의 주술적 의미가 깃들어있다고 한다.
혜화동의 매력은 소탈한 듯하면서도 편안함이 느껴지는 장소들이다. 특히 낙산공원과 그 뒤 골목길이 그러하다. 낙산공원은 풍수지리 상으로 북악산의 좌청룡에 해당한다. 2002년에 완공된 낙산공원. 이 곳에 오르니 자그마한 매점이 보인다. 매점 유리에 배드민턴 대여라고 쓰여있다. 주인에게 물어보니, 이 곳에서 배드민턴을 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몇 천원의 대여료를 받고 빌려주고 있다고.
해 질 무렵, 태양빛이 누그러들 때 즈음에 연인끼리 혹은 가족끼리 와서 배드민턴을 친다고 한다.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니 좌측에 서울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산책로 끝은 전망대이다. 성곽이 길게 이어져있는데 아래까지 곡선으로 내려간다. 하교하는 아이들, 산책하는 연인들이 성곽을 따라 걷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인다. 낙산공원 전망대에서 삼선공원 방향으로 내려가면 작은 마을을 만나게 된다.
어디선가 리코더 연주소리가 들린다. 초등학생이 연주하듯 서툴지만 정겨운 소리다. 고양이가 어느 집 화분들 사이에 숨어 오후의 나른함을 즐기며 잠을 청하고, 청테잎으로 붙여 놓은 가로등도 소박하다. 골목골목 특이한 것은 없지만 마음이 쉴 곳을 찾은 듯 그 풍경만으로도 평안하다. 그동안 흔히 알던 혜화동이더라도, 그곳을 구석구석 다니면 혜화동을 재발견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첫댓글 아~~ 드라마 배경이 혜화동이었군요.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