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3. 5. 24. 선고 2012다39769, 39776 판결
[토지인도·위약금등][미간행]
【판시사항】
[1] 상사유치권의 대상이 되는 ‘물건’에 부동산이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2]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재산적 손해의 발생 사실은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곤란한 경우, 법원이 증거조사의 결과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밝혀진 간접사실들을 종합하여 손해액을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나 손해액의 증명이 불충분한 경우 법원이 취하여야 할 조치와 장래 얻을 수 있었을 이익에 관하여 요구되는 증명도
[3] 수급인이 공사를 완성하지 못한 채 공사도급계약이 해제되어 기성고에 따른 공사비를 정산하여야 할 경우, 공사비를 산정하는 방법
[4] 민법 제673조에서 도급인에게 자유로운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수급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도록 정한 취지
【참조조문】
[1] 상법 제58조, 민법 제320조 제1항 [2] 민법 제393조, 민사소송법 제202조 [3] 민법 제664조 [4] 민법 제673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다57350 판결(공2013상, 539)
[2] 대법원 1992. 4. 28. 선고 91다29972 판결(공1992, 1698)
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2다6951,6968 판결(공2004하, 1201)
[3]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다93667 판결
[4] 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37296, 37302 판결
【전 문】
【원고(반소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상도134지역주택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한결 담당변호사 정태상)
【피고(반소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주식회사 대명종합건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충정 담당변호사 송기홍 외 1인)
【피고, 상고인】 굿모닝씨티건설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재후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2. 4. 12. 선고 2011나25031, 25048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본소에 관한 피고들(반소원고 포함)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반소피고)의 상고와 피고(반소원고) 주식회사 대명종합건설의 반소에 관한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 주식회사 대명종합건설(이하 ‘대명’이라 한다)의 상고이유 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본소에 관한 피고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점유를 본래의 공시방법으로 하는 동산과는 달리 등기를 공시방법으로 하는 부동산의 점유가 이전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이를 쌍방 간 상행위로 인하여 발생된 모든 채권의 담보로 제공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민사유치권과는 달리 피담보채권과 목적물의 견련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 상사유치권을 부동산에 대하여도 인정하게 되면 부동산 거래의 안전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부동산 공시제도의 근간을 뒤흔들게 되므로 상사유치권의 목적물인 ‘물건’에 부동산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피고 대명의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에 대한 대여금, 구상금, 사업양수도대금 중 미수령액, 사전구상금, 이 사건 도로공사 및 공동주택 공사대금, 이 사건 도로공사 및 공동주택 공사계약의 해제에 따른 손해배상금, 시공권 부여약정에서 정한 위약금 등의 채권을 피담보채권으로 하는 피고들의 상사유치권 항변은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상법 제58조는 “상인간의 상행위로 인한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때에는 채권자는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채무자에 대한 상행위로 인하여 자기가 점유하고 있는 채무자 소유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유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민법 제320조 제1항은 “타인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점유한 자는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경우에는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유치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사유치권은 민사유치권의 성립요건을 변경·완화하여 채권자보호를 강화함으로써 계속적 신용거래를 원활·안전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 사이의 합리적인 담보설정의사를 배경으로 하여 추인된 법정담보물권으로, 민사유치권과 달리 목적물과 피담보채권 사이의 개별적인 견련관계를 요구하지 않는 대신 유치권의 대상이 되는 물건을 ‘채무자 소유의 물건’으로 한정하고 있어 이러한 제한이 없는 민사유치권과는 차이가 있으나(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다57350 판결 참조), 민사유치권과 마찬가지로 그 목적물을 동산에 한정하지 않고 ‘물건 또는 유가증권’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상사유치권의 대상이 되는 ‘물건’에는 부동산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2) 그럼에도 원심은 상사유치권의 목적물인 ‘물건’에 부동산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이 사건 토지에 관한 피고들의 상사유치권 항변을 더 나아가 살피지 아니하고 배척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상사유치권의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반소에 관한 원고 및 피고 대명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1)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재산적 손해의 발생 사실은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곤란한 경우, 법원은 증거조사의 결과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밝혀진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 손해가 발생하게 된 경위, 손해의 성격, 손해가 발생한 이후의 여러 정황 등 관련된 모든 간접사실들을 종합하여 손해의 액수를 판단할 수 있고(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2다6951, 6968 판결 참조),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때에는 손해액에 관한 증명이 없거나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그 청구를 배척할 것이 아니라 석명권을 행사하여 손해액을 심리·판단하여야 하며, 특히 장래의 얻을 수 있었던 이익에 관한 증명에 있어서는 그 증명도를 과거사실에 대한 증명에 있어서의 증명도보다 경감하여 채권자가 현실적으로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이고 확실한 이익의 증명이 아니라 합리성과 객관성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이익의 증명으로서 족하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2. 4. 28. 선고 91다29972 판결 참조).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 대명의 주장과 다른 방식으로 이 사건 도로공사계약 해제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산정한 조치는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변론주의를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또한 당사자에게 주장책임이 있는 사항에 대하여 법원이 이를 주장하는지 여부를 석명하여야 할 의무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2008. 2. 1. 선고 2007다8914 판결 참조), 원심이 원고에게 이 사건 도로공사 기성공사대금 624,258,421원과 그 변제를 위하여 원고가 공탁한 698,462,421원의 차액 74,204,000원에 관한 상계 주장을 하는지에 대하여 석명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는 상고이유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나. 피고 대명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1) 수급인이 공사를 완성하지 못한 채 공사도급계약이 해제되어 기성고에 따른 공사비를 정산하여야 할 경우에 그 공사비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 사이에 약정된 총공사비를 기준으로 하여 그 금액 중 수급인이 공사를 중단할 당시의 기성고 비율에 의한 금액이 되는 것이지만, 당사자 사이에 기성 부분의 보수에 관한 약정의 존재 등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와 달리 산정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다93667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 대명 사이에 작성된 이 사건 도로공사계약서에는 피고 대명이 공사를 수행한 부분에 대하여 공사가격내역서의 단가에 의하여 산출한 기성금액을 청구하기로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위 계약서에는 공사가격내역서가 첨부되어 있는 사실, 제1심 감정인은 최초 감정보고서에서 이 사건 도로공사계약이 해제된 2009. 5.경까지 진행된 공사에 위 내역서의 단가를 적용하여 기성공사 부분에 소요된 공사비를 산정하였고, 이후 사실조회회보서에서 누락된 공사 부분에 위 내역서의 단가를 적용하여 계산한 금액을 가산하여 기성공사 부분에 소요된 공사비를 624,458,341원으로, 미완성 부분에 소요될 공사비를 이 사건 도로공사대금 55억 원에서 위 624,458,341원을 공제한 4,875,541,659원으로 각 산정한 다음 기성고 비율을 11.35%로 감정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위와 같은 이 사건 도로공사계약 및 기성고 감정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이 기성고 비율 11.35%를 적용하여 이 사건 도로공사 기성공사대금을 624,258,421원으로 산정한 조치는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기성고 산정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2) 민법 제673조에서 도급인으로 하여금 자유로운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수급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도급인의 일방적인 의사에 기한 도급계약 해제를 인정하는 대신, 도급인의 일방적인 계약해제로 인하여 수급인이 입게 될 손해, 즉 수급인이 이미 지출한 비용과 일을 완성하였더라면 얻었을 이익을 합한 금액을 배상하게 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37296, 37302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유설시에 일부 부적절한 점이 있으나, 이 사건 도로공사계약의 공사가격내역서에 따라 미완성 부분의 공사대금을 산정한 다음 미완성 부분을 완공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공제하는 방법으로 피고 대명이 미완성 부분을 완성하였더라면 얻었을 이익 363,007,114원을 이 사건 도로공사계약 해제에 따른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민법 제673조에 의한 도급계약 해제 시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 산정방법에 관한 법리오해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3.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 중 본소 부분에는 피고들의 상고이유 주장이 이유 있는 부분에 한하여 파기사유가 있으나, 원심으로 하여금 상사유치권의 피담보채권 범위를 다시 심리·판단하여 동시이행의 범위를 다시 정하도록 하기 위하여, 원심판결 중 본소에 관한 피고들 패소 부분 전부를 파기하기로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본소에 관한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상고 및 반소에 관한 피고 대명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