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한국 교회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릴 정도로 급변하는 정보화 시대이자 스마트 시대에 한국 교회는 지혜로운 사역 방향과 전략에 대한 구체적 논의와 협력이 절실하다. 교회가 변하지 말아야 할 복음의 소중한 진리와 가치를 지켜야겠지만, 시대적 상황에 맞는 변화의 옷을 갈아입는 데는 주저할 필요가 없다.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교회가 어떠한 도전이나 비전도 제시하지 못한다면 교회 공동체는 그 존립의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일부 대형 교회를 제외하면 대부분 교회는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단지 교회만이 아닌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있기에 경제적 양극화가 더욱 심해졌다. 이로 인해 사회 곳곳의 소외된 이들의 빈곤 문제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교회와 ‘로컬리티’(Locality)
이에 필자는 청년 주거공동체와 지역교회의 공간 활용에 초점을 두고 교회와 ‘로컬리티’(locality)의 관계를 잠시 나누고자 한다. 청년대학생을 위한 사역도 이젠 개별 교회나 개별 목회자의 역량 차원의 문제로 접근하기보다는 한국 사회 전반에 걸친 대학 청년의 각박한 현실에 대한 이해와 그들의 고민에 귀 기울이는 것부터 출발할 필요가 있다. 교회가 빈곤 속에 고민하는 대학가 청년의 아픔을 공감하며 구체적 대안과 효과적 해법을 제시하면서 지역사회와 공조할 수 있는 알차고 실속있는 ‘로컬리티’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영적이고 신앙적인 차원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그 경계를 넘어 지역교회가 속한 마을과 로컬 전반에 걸친 폭넓은 영역으로 확대된, 공신력을 담보한 청년층 사역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할 때다. 한국 교회의 미래를 생각해본다면 청년층의 주거 빈곤에 대한 대안 마련과 구체적 해법 제시는 단순한 선택 차원이 아니라 미래 한국 교회의 존립 여부와 직결되기 때문에 필수라 할 수 있다.
청년 주거공동체
‘지옥고’는 지하 단칸방, 옥탑,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청년층의 주거 상황을 대변해주는 말이다. 청년들의 삶의 기초가 되는 의식주 문제, 그중에서도 대안적 주거공동체에 교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한 공생애도 의식주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주거공동체였다. 기본생활을 공유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그리스도의 제자 됨을 기대하기 어렵다. 현대사회는 극단적 개인주의로 파편화된 개인을 강조한다.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40%에 육박한다. 함께 살아가는 기쁨이 무엇인지, 공유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다.
필자는 2022년 은평구 응암동에 위치한 한성교회 교육관 5층 건물 가운데 2층 ‘코이나 카페’와 함께 4층과 5층에 청년 주거공동체인 ‘코이나 교육훈련원’을 제안하여 당회의 결의로 함께 진행한 바 있다. 무상 임대 조건과 함께 리모델링과 운영 전반을 맡아 기본 2인 1실로 3층에는 4개, 4층에는 3개로 총 14~17명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기로 했다. 보증금이나 추가 비용 없이 매월 30~35만 원의 교육훈련비로 공동거주가 가능한 좋은 시설을 기획하게 되었다. 코로나19 이후 한성교회 교인과 지역 주민이 ‘코이나 카페’와 ‘어린이 꿈샘도서관’에서 점차 다양한 모임과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코이나 카페’ 운영과 ‘코이나 교육훈련원’ 기획을 통해 서대문구와 은평구 목회자들이 이러한 청년 주거공동체의 사례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장차 ‘성공적인’ 운영을 확인하면 이러한 주거공동체가 확산될 가능성은 크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단순히 특정 교회만을 위한 것이 아닌, 제2, 제3의 청년 주거공동체가 수많은 한국 교회의 공간을 통해 세워지길 소망하며 기도한다. 그럴듯한 건물이 있어야만 가능한 사역이 아니라 기존의 임대사업을 하는 성도는 방 한 칸만이라도 청년들을 위해 보증금과 월세를 반값으로 내리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집 안의 여유 있는 방을 열어 식탁에 숟가락 하나를 더 얹는 마음에서 시작될 수 있다.
건강한 마을공동체의 구심점이자 청년의 디딤돌
한국 교회에는 이제 자신들만의 사역에만 매몰되지 않고 좀 더 거시적인 안목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공동체 사역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이에 대한 신학적인 틀과 협력의 체계를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교회의 신뢰가 땅에 떨어져 있고 대부분의 교세가 기울어가고 있는 현실, 그리고 청소년부와 청년대학부가 텅텅 비어가고 있는 한국 교회의 심각성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급변하는 시대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 지역사회와 함께 건강한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교회의 공간 활용, 그리고 공신력을 담보한 정부를 비롯한 세계 곳곳의 공적자금을 최대한 선용해야 할 것이다. 빈곤에 대한 거대 담론에 앞서서 우리 주변의 주거 빈곤으로 허덕이는 청년들을 위해 교회 안의 유휴공간을 열어 공유한다면 그들의 디딤돌이 될 것이다. 이러한 전략과 대안 모색은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할 우리의 과제이며 좀 더 구체적인 논의의 광장으로 모일 때다.
첫댓글 청년의 아픔을 공감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공동체 사역의 공감대를 형성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