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장관들의 성적표를 만들었다. 지난달 비공개로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해 15개 부처 장관과 4개 행정위원회 위원장(장관급)의 업무성적을 평가한 뒤 순위를 매겨놓은 것이다. 실용주의를 중시하는 이명박 대통령식의 계량화된 장관 평가인 셈이다.
청와대는 11월 10~15일 전국의 성인남녀 2027명에게 ▶장관 인지도 ▶장관의 정부 정책 수행 평가 ▶정부의 50개 핵심 정책 가운데 성과 있는 정책 등에 대해 물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21일 “이명박 대통령이 ‘지방을 가 보면 정부 정책이 있는지조차 모른다. 각 부처가 정책을 만들어 놓고만 있는 건지, 국민이 알게끔 하고 있는 건지 알아보라’고 지시해 이뤄진 것”이라며 “향후 개각 때 조사 결과가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장관이 정부 정책을 잘 수행하고 있느냐’는 항목에서 한나라당 친박근혜계로 분류되는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5점 만점에 3.1점)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2~5위는 각각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진동수 금융위원장 순(각 3.0점·격차는 소수점 이하 때문)이었다. 응답자들이 ‘잘함’ ‘보통’ ‘못함’ 중 한 가지를 선택하면 이를 5.0 만점으로 환산해 점수를 매긴 결과다.
정치인 출신 장관이 높은 평가를 받은 반면 이 대통령에게서 질책을 당했던 법무부나 외교통상부·국방부·교육과학기술부 등 핵심 부처 장관들은 상위권 밖으로 밀렸다.
최 장관이 1위로 꼽힌 건 올해 우리나라의 수출 순위가 세계 7위(2215억 달러)로 나타나는 등 사상 최초로 ‘세계 8강’을 달성한 점과 원전 수주 등에서 실적을 올린 점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맹·윤 장관 등은 G20 정상회의, 진수희 장관은 정부의 친서민정책 등의 영향으로 좋은 점수를 받았다는 게 청와대 측 분석이다. 진동수 위원장은 조사 기간 동안 신한금융지주 내분사태 수습과 관련해 주목을 받았다.
장관 인지도에선 연예인 출신인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위에 올랐다. ‘해당 장관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92.3%가 “유 장관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2위는 천안함·연평도 사태를 겪었던 김태영 당시 국방부 장관(59.4%)이었다. 이어 맹형규 장관(45.4%),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39.5%), 진수희 장관(38.2%) 순이었다.
또 50개 정부 정책 가운데 가장 성과가 높은 정책은 외교부의 ‘국제개발 및 협력확대’ 정책으로 조사됐다. 다음은 ‘해외자원개발 및 에너지 수급 정책’(2위·지경부, 외교부 공통), ‘국가 브랜드 제고 정책’(3위·전 부처 공통),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4위·지경부, 환경부), ‘한식 세계화 정책’(5위·농림수산식품부, 문화부), ‘관광자원 개발 정책’(6위·문화부), ‘문화 향유 기여 정책’(7위·문화부), ‘서민 대상 금융대출 정책’(8위·금융위원회), ‘수자원 확보 및 관리 정책’(9위·국토해양부), ‘규제 완화 정책’(10위·전 부처) 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