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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교구교회사연구소 특별기획전
22일 인천교구역사박물관 특별기획전 '바다가 불러 세운 교회' 축복식이 열렸다. ⓒ정현진 기자
인천교구역사박물관이 개관 3주년과 희년을 맞아 특별기획전 ‘바다가 불러 세운 교회: 더 낮은 곳으로 흘러라’를 마련하고, 22일 개관식과 축복식을 열었다.
메리놀외방전교회와 관련한 연구를 수행해 온 인천교회사연구소는 이번 전시에서 메리놀외방선교회(이하 메리놀회)가 인천교구에서 걸어온 선교 여정을 새롭게 조명했다고 밝혔다.
인천교구가 메리놀회와 만난 것은 1958년 9월 1일 서울대목구에 포함된 인천 감목대리구로 설정되면서다. 이때부터 메리놀회가 인천 지역 사목을 담당했고, 1961년 인천대목구 설정으로 메리놀회 나길모 신부가 초대교구장에 임명된 뒤, 2002년까지 이어졌다.
“1918년 중국 진출, 1923년 평양, 1958년 인천으로 이어진 메리놀회 선교사들의 여정은 동아시아의 역사적 격랑을 온몸으로 헤쳐 온 역사이기도 하다. 목격자가 아니라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겪어 낸 증언자로서의 역사라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가난한 이들의 호출에 응답’한 선교 여정이기도 하다.”(인천교회사연구소)
한국전쟁 직후, 메리놀회가 만난 인천은 피난민들의 터전이었으며, 이후는 노동자의 도시였다. 메리놀회 선교사들은 피난민들을 중심으로 성당을 세워 그들과 함께 살았고,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를 목격한 뒤에는 그들의 인권을 위해 함께 싸웠다. 또한 이 여정은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를 위한 투신과 헌신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우리를 원하지 않지만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고, 또 우리를 원하지만 더 이상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을 때 그곳을 떠난다”는 메리놀회 창립자의 선언은 인천에서 그렇게 실현됐고, '바다가 불러 세운 교회'가 됐다. 이번 전시는 한국 사회와 인천 교회의 증언자, 가난한 이들의 부름에 답한 메리놀회에 대한 ‘헌정’인 셈이다.
인천교구에서 살아온 메리놀회의 역사를 기록한 사진들을 보는 관람객. ⓒ정현진 기자
역사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마련한 기획은 “△천국의 열쇠 △마리아의 언덕에서 여진내까지 △바다가 불러 세운 교회 △선교영웅전설 △더 낮은 곳으로 흘러라 △야전병원 교회 △저 머나먼 땅 △빛나는 소멸” 등 8개 부문으로 나눴다.
메리놀회 정신을 담은 선교회 헌장, 선교사들의 저작, 민주화 운동 당시 선교사들의 동태를 상세히 기록한 정부 당국의 기밀 보고서 등 총 56점의 다양한 유물을 전시했다. 또 중국과 평양, 청주와 인천에 이르는 선교회 여정이 담긴 사진 300여 점을 볼 수 있다. 특히 나길모 주교가 1954년 입국해 1961년 초대 인천대목구장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선교사로 활동한 시절의 사진이 처음 일반에 공개된다.
장동훈 신부(인천교구역사박물관장, 인천교회사연구소장)는 개막식에서 특별기획전 준비에 참여한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이번 기획전은 “인천교구는 어디서, 어떻게, 왜 시작됐을까”라는 오래된 질문에서 시작됐으며, 이 물음은 풀리지 않는 질문인 동시에 그간 연구소를 이끌어 온 동력이었다면서, “기획전은 이러한 질문을 쫓아 달려온 길의 첫 번째 답이다. 인천교구의 탄생은 교회 최고 권위의 명령이나, 자연스럽게 착상된 교회 행정 단위가 아니라, 발생한 교구, 시대가 호출해 세운 교회였다. 우리의 교회는 세 바다 위에 세워졌다”고 소개했다.
그는 세 바다는 “피난민의 바다, 노동자들의 바다, 정의에 목마른 이들의 바다”였으며, “피난민의 부초 같은 삶을 어루만지기 위해, 약자들의 눈물을 씻어 주기 위해, 불의와 폭력으로 위태로운 인간 존엄을 지키기 위해 선교사들은 계속 새로운 바다로 나아갔다”고 말했다.
이어 짧은 공부, 엉성할 수 있음에도 서둘러 그간 얻은 답을 오늘 꺼내 보이고자 했던 까닭은 오늘의 혼란스러운 시대만큼 선교하는 교회가 특별히 요청되는 때도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밖으로 나가는 교회, 중심이 되고자 노심초사하지 않고 변두리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교회, 선교해야 하는 교회라는 보편 교회의 절박한 요청에 긴급히 응답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해 바다 위에 세워진 교회 영상. ⓒ정현진 기자
이 자리에는 안구열 신부(메리놀회 한국지부장), 메리놀수녀회 돌로레스 수녀, 성미영 수녀도 참석했다.
안구열 신부는 1962년 인천교구 설립 이후 이 땅에서 살아온 선교사들은 단순한 방문자가 아니라, 희생과 헌신으로 신앙 공동체를 일궈 온 참된 봉사자들이었다면서, “이 전시회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메리놀회 선교사들의 싸움과 사랑을 되새기는 소중한 공간이다. 오늘 우리는 과거를 돌아보며 하느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새로운 다짐을 한다”고 말했다.
성미영 수녀는 수녀원에 입회했을 때, 한국에서 수십 년 선교 활동을 한 많은 선배의 이야기를 들었고, 메리놀회가 얼마나 한국 교회와 사회 그리고 사람들과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 잘 알고 있다면서, “많은 신부, 수녀님들이 돌아가시면서 그 이야기들과 역사도 함께 사라져 가는 것이 아닌지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웠다. 메리놀의 소중한 자료와 기록도 흩어져 있어서 이 유산들을 제대로 이어받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죄송한 마음도 컸다. 이렇게 기록을 잘 모으고 보관하고 전시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축복식을 집전한 정신철 주교는 “총대리와 교구장을 지내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것은 교구가 많은 것을 잊어버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 모두 있지만 그 모든 것을 담아내지 못하고 잊었을 때, 후대의 슬픔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인천교구는 메리놀회, 파리외방전교회, 골롬반외방선교회, 과달루페선교회의 도움으로 교회의 한 축으로 일어설 수 있었고, 그런 은혜와 도움으로 인천교구가 있었다”면서, “주교 착좌 당시부터 인천교구는 앞으로 나눔의 삶을 살아야 하며, 물적, 인적 나눔 가운데 인적 나눔은 바로 선교사 파견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교회의 모습은 서로가 서로의 신앙을 나눠 주고 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교영웅전설". ⓒ정현진 기자
특별기획전 ‘바다가 불러 세운 교회’는 내년 3월 31일까지 1년간 이어진다. 개관일은 매주 화, 금, 토, 일요일,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해설 관람은 예약이 필요하다. 전시 문의는 천주교인천교구역사박물관 032-765-6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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