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두류의 명월
백두(白頭)가 떨어트린 화천 땅 작은 지리(智異)
무성한 수림 아래 기암 빚은 백마계곡
가인아 돌아누워렴 감춘 정부(情夫) 누구디
* 두류산(頭流山 993m); 강원 화천. 수복지구에 속하는 귀중한 땅이다. 계곡 물이 맑고 숲이 울창해 여름산행에 제격이다. 금강산을 찾아가는 신선들이 뛰어난 풍경에 반해 잠깐 들러 쉬어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빼어나다. 마치 기생 명월이가 누워 있는 옆모습 같다 하여, 명월산(明月山)으로도 불리며, 마을이름도 명월리다. 백마계곡에는 화엄종에 속한 대명사(大明寺)가 있으며, 이 절 밑에는 독수리가 드나드는 높이 30m높이의 신선바위가 있다. 정상은 운모가 섞인 광석토양이라 나무 한그루 풀 한 포기 없지만, 사방으로 펼쳐진 주름진 산릉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옛날부터 이 산자락 여섯 곳에 명당이 있다 하여, 이곳 촌로들은 일명 육명당산(六明堂山)이라 부르기도 했다. 들목인 사창리(史倉里) 옛 이름은, 마을이 꼭 떡을 찌는 그릇인 시루 속에 들어앉은 듯해, ‘시루안’으로 불렸다고 한다. ‘두류산’이라는 이름은 지리산(智異山 1,915m)의 별칭이기도 하다. 이같이 불리는 산은 북한에도 두 곳이 있다. 함북 길주군 양사면과, 함남 단천군 북두일면 경계를 이루는 두류산(2,309m)이고, 함남 문천군 운림면과, 평남 양덕군 대륜면 경계를 이루는 두류산(1,324m)이 그것이다.
* 고려 말의 문신 근재(謹齋) 안축(安軸, 1282~1348)의 山評
금강수이불웅(金剛秀而不雄); 금강산은 수려하나 웅장하지 못하고
지리웅이불수(智異雄而不秀); 지리산은 웅장하나 수려하지 못하며
설악수이웅(雪岳秀而雄); 설악산은 수려하며 또한 웅장하다
* 서산대사의 산평
지리장이불수(智異壯而不秀); 지리산은 장엄하나 빼어나지 못하고
금강수이불장(金剛秀而不壯); 금강산은 빼어나나 장엄하지 못하고
구월불수불장(九月不秀不壯); 구월산은 빼어나지도 장언하지도 못하고
묘향수이역장(妙香秀而亦壯); 묘향산은 빼어나면서도 장엄하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詠 1-143(142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두류산 정상에서의 조망. 사진 티스토리 효빈, 길을 나서다 인용(2016. 8.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