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개딸, 양아들, 정아들”이라는 말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신조어들이 모두 정치권에서 나왔다고 하니 정치인들의 수준이 다시 한번 의심스럽다. 말은 그 사람의 인성과 인격을 나타내는 것임을 모를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회 지도층이라 할만한 정치인들이 신조어를 만들어도 이런 모욕적이고도 빈정거리는 의미를 지닌 신조어를 만든다는 것은 그들의 수준이 그 밖에 안된다 말과도 같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사용하는 “개딸”은 민주당의 현 대표를 지지하는 젊은 여성 팬덤(Fandom: 열광자)들을 두고 하는 말이고, “양아들”은 그분을 지지하는 젊은 남성 팬덤들을 두고 하는 말이고 “정아들”은 그분을 지지하는 정의로운 남성들을 두고 하는 말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지나온 역사에서 “개”라는 말은 개새끼, 개자식, 개소리, 개거품 등등에서 보듯 되먹지 않은 연놈이라는 뜻이 강하고, “양아들”은 양아치, 양공주, 양놈에서 보듯 못된 놈, 버릇없는 놈, 천덕구러기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정아”는 한때 청와대의 높은 사람 P씨와 큐레이터 “S정아” 간의 불륜 스캔들이 알려지면서 “쩡아의 남자, 똥아저씨”라는 치욕스런 단어가 세상에 회자되면서 유명해졌던 말이다.
이런 개딸들과 양아들과 정아들이 하는 일을 보면 쌍욕이 절로 나온다는 사람들이 많다. 일반 대중들의 눈에 비친 “개딸”은 과격하고 누군가를 증오하고 파괴하려 하는 혐오 집단으로 비치기 때문이란다. 즉, 개혁의 딸이라는 본래의 의미는 사라지고 개 같은 짓을 하는 개딸로 변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더불어수박깨기운동본부” 관계자들이 반대파 의원들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대표를 지지하지 않는 겉과 속이 다른 수박같은 배신자들을 깨부수자”는 뜻으로 수밖 짓밟기를 했다. 이런 시위는 패악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런 패거리들은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라는 말도 들어보지 못했단 말인가? 개혁의 딸이라는 의미는 온데 간데 없고 우리와 다른 생각을 가진 자들은 송충이 밟아 죽이듯 밟아 죽여야 한다는 악마들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런 “개딸과 앙아들과 정아들”을 옆에 두고 감싸는 좌장들은 개딸과 앙아들과 정아들 보다 백배 더한 개딸이고 앙아들이고 정아들이 아닐 수 없다. 짤떡궁합은 좋은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이런 개딸과 좌장들의 짤떡궁합은 저주스런 궁합이다. 국회의원들의 세비에는 욕값도 포함돼 있다"는 말을 주저없이 내뱉는 자들이 이 나라 국회의원이라니 지나가는 개새끼가 분노할 것 같다. 그런 국회의원과 그런 패거리들이 오늘도 설치고 있다니 기가 차고 매가 찰 뿐이다.
일본인 작가 안도 슌스케(あんどうしゅんすけ, 安藤駿介)가 지은 『정의감 중독 사회』는 이런 현상을 극명하게 표출하고 있다. 안도(あんどう)는 1971년 일본 군마현(群馬県)에서 태어나 도카이대학(東海大学)을 졸업하고 캐나다에서 유학한 후 외국계 기업과 민간 싱크탱크(Think tank: 두뇌집단) 등에서 근무한 경력을 가진 촉망받는 젊은이였다. 하지만 화나는 일만 가득했던 2003년 이전, 그는 사소한 일에 쉽게 화내고 짜증 내는 사람이었다.
욱하는 성격 때문에 인간관계가 삐걱거리고 화를 내는 스스로가 너무 미웠던 그는 2003년 미국 뉴욕에서 분노를 다스리기 위한 심리훈련인 앵거 매니지먼트 (anger management: 분노조절관리)를 접한 후 성격은 물론 인생까지 바뀌는 대전환점을 맞았다.
미국에서 아시아 최초로 앵거 매니지먼트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일본으로 돌아와 분노조절관리 이론과 기술을 전국에 보급했다. 현재는 일본 앵거 매니지먼트 협회 대표 이사로 기업과 교육 기관, 의료 기관 등, 수많은 곳에서 세미나를 하며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이런 분노조절관리이론에 준해 볼 때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개딸들은 어떻게 해야 스스로 마음을 열 수 있을까?
그 답은 비슷한 시기 출간된 데이비드 맥레이니(David McRaney)의 『생각을 바꾸는 법(How minds change)』에서 작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심리학계의 이단아로 주목받는 데이비드 맥레이니는 그가 지은 『착각의 심리학(You Are Not So Smart)』에서 “지식과 논리로 맞설수록 상대방은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개딸과 양아들도 말로서는 바꿀 수 없는 자들이라는 슬픈 결론이 내려진다. 사이비 종교의 광신자들이 날뛰더니 정치권에서마저 사이비 광신자들이 날뛰는 현실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슬프기만 하다. 오죽하면 개딸들에 대한 분노조차 아깝다는 말이 나왔겠는가?
맥레이니(McRaney)의 말처럼 개딸들을 논리적으로 설득하기 위해 조리있게 말하면 말할수록 오히려 그들의 공격 성향만 끌어올릴 뿐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잼파파(Jampapa: 특정인을 아버지로 받드는 개딸)들이 "내부의 균열은 자해행위라며 개딸들을 설득해 봐도 소용없다고 한다.
일찍이 영국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David Hume)은 “이성(理性)은 감정(感情)의 노예”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감정의 노예가 된 이성적 언어는 이미 괴성(怪聲)일 뿐이다. 개딸과 양아들의 괴성이 판치는 나라. 그 나라가 어떻게 될지는 국민 모두가 알고도 남을 것이다. 손영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