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태국 쑤완나품 공항에서 터키인을 만나다
2009년 1월 11일(일) 맑음 둘쨋날
쑤완나품 공항은 이제 인천 공항만큼이나 익숙해졌다. 공항 보안 구역 내에서 터키인을 만났다. 내가 한국인이라니까 한국 돈을 기념으로 10달러 바꾸고 싶다고 한다. 내가 가진 한국 돈은 12,000 원밖에 지갑에 없다. 터키인은 20 달러를 보여주며, 나머지는 10 달러로 달란다. 저쪽 줄에 서 있는 세오녀를 불렀다. 세오녀가 달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낯선 외국인이 돈을 바꾸어 달라고 해서 잔뜩 긴장을 한 모습이지만, 지갑을 뺏겼다가 다시 찾았다. 20달러를 받고 한국 돈과 10달러를 거슬러주었다.
짐을 찾고 밖으로 나왔다. 원래 타고자 했던 카오산으로 가는 556번 버스는 오지 않는다. 아마 시간이 너무 늦은 모양이다. 대신 551번 버스를 타고 전승기념탑까지 가기로 했다. 1인당 34바트. 학생 할인도 없다. 밤 12시 39분에 출발하여 1시 10분에 도착했다. 다시 택시 두 대를 타고 우리가 예약한 방람푸 플레이스로 갔다. 159바트.
숙소를 배치했다. A409에는 우리 가족, A503에는 준원과 성원, A606에는 지아, 의석, 상훈.
내일 아침 기상은 8시로 잡았다.
1월 12일(월) 맑음 셋째날
새벽 2시가 넘어서 겨우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첫날은 시차도 있고, 현지 적응이 어려워 잠을 설치게 마련이다. 주변 사원에서 들리는 기도 소리에 잠을 깼다. 시계를 보니 이제 5시 20분이다. 역시 기상 시간보다 한참 일찍 눈을 떴다.
불을 켜고 침대에 앉았다. 세오녀가 가지고 있던 돈을 분산시키기 위해 봉투에 담은 돈을 꺼내 세어 보았다. 1,700 달러가 들어있던 봉투에 1,170 달러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왜 이렇게 돈이 비지? 은행에서 잘못 받았을까? 분명이 내가 세어보고 세오녀도 확인해서 봉투에 넣고 적었는데 이상하다.
돈을 꺼낸 건 쑤완나품 공항에 입국할 때 터키인에게 20 달러를 한국 돈으로 바꾸어줄 때 내가 거슬러 줄 10 달러가 없어 세오녀가 봉투에서 꺼내준 일밖에 없다. 두 사람이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터키인은 한국 돈이 담긴 내 지갑을 뒤져서 확인한 다음, 세오녀가 봉투에서 10 달러를 꺼내주려고 하자 자기가 갑자기 빼앗아 돈을 헤치며 10달러를 빼갔다. 이때 분명히 100 달러 지폐를 눈깜짝할 사이에 꺼내간 것이 분명하다. 귀신이 환장할 노릇이고, 환상의 손 마술을 우리 앞에서 보여준 것이다. 이미 늦었다. 오히려 싸게 환전했다고 좋아했던 일이 어리석은 일이 되었다. 후회해도 소용 없다. 베트남 냐짱 마사지 센터에서 당하고, 중국에서 항저우에서 돈을 잃어버린 이후에 돈을 모두 세오녀에게 맡겼는데 이번에는 입국 첫날부터 제대로 당했다.
상심한 세오녀가 너무 안타까워 보인다. 70만원이나 되는 거금이다. 그렇다고 한번 쏟아진 물을 탓하고 싶지 않다. 공항에 가서 신고를 하고 CCTV에 찍혀있을 그 장면을 분석하면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자면 계획된 전체 일정을 포기해야만 한다.
마음을 다스리기로 했다. 돈보다 중요한 게 사람이다. 최대한 절약해서 생활하기로 했다. 나쁜 추억은 기억에 오래 담아둘 필요는 없다. 하지만 교훈은 얻어야 한다. 과연 그 남자가 터키인인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더 이상 잠도 오지 않아 가볍게 짐을 챙기고 도착 보고를 올릴 겸 산책에 나섰다. 밖으로 나서자 무척 쌀쌀하다.
다시 숙소로 들어와서 서울에서 입고 간 모자달린 외투를 걸치고 나왔다.
길에서 나무를 만났다. 나무는 우리보다 먼저 방콕에 와서 이틀을 머문 상태였다. 람부뜨리 지역을 한바퀴 돌아서 람푸하우스 1층 로비에서 인터넷 접속하여 카페 게시판에 도착 보고를 올렸다. 20분에 10 바트다.
* 청소년과 함께하는 아시아 문화 체험
-기간 : 2009년 1월 10월-2월 8일, 29박 30일
-참가 인원 : 청소년 5명, 어른 4명
-태국-라오스-베트남-캄보디아
-주관 : 앙코르사람들과의 만남 http://cafe.daum.net/meetangkor
첫댓글 그 돈은 한 달 동안 여행이라 혹시나 비상 사태가 생기면 쓰려고 비상금으로 100만원 정도 더 환전 했던 것인데.....아무리 생각해도 귀신에 홀린 기분. 며칠 동안 비상금이 없어져서 어찌나 불안했던지.......
그때 당황해 하시던 세오녀님이 생각나요. 그래도 무사히 여행을 마쳤으니 다행이에요. 얼마나 알뜰하게 살림을 하셨는데요....아무튼 이번 여행도 별다른 일 없길 바랄게요.
그 때 일은 다시 생각하기 싫을 정도입니다. 조심 또 조심할께요. 여행 중 건강 잘 챙기세요. 통아저씨에게도 안부 전해 주세요. 두 분의 자전거는 호강한다해야하나요? 1년씩 주인하고 세계여행을 하고 있으니.....짬 나는대로 안부 올려주세요. 여행하다 몸이 아플 때는 무조건 게시판에 올려줘요.
얼마나 상심하였을지,... 여행을 하면서 하나하나 배우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