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함께 아름다운 행진
이기수 신부
사회복지를 한자로 이해하면 쉬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사는 공동체(社會)에서 행복(福)이 내가 머문 자리(祉)에서 만족시켜 주는 것을 말합니다. 시설을 영어로 ‘Facility’라고 합니다. 이 말의 어원은 라틴어의 ‘Facilitas’에서 나왔습니다. 용이하게, 편리하게 지원해 준다는 뜻입니다. 운동도 공부도 시설도 누군가의 도움을 제대로 받는다면 성장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것을 ‘Assist’라고 합니다. 선진국은 이것을 제대로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무엇을 도와줄 수 있을까”를 놓고 물적, 인적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현재 한국은 장애인지출만 놓고 보면 OECD 국가 중에 최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예를 들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정신요양시설은 선생 2명이 이용인 28명을 돌봐야 합니다. 노숙인은 1명이 25명을, 아동시설은 1명이 5명, 중증장애인 시설은 2명이 4.7명을 돌봐야 합니다. 3교대 하면 세 배의 인원이 증가될 것입니다. 물리치료사의 예도 마찬가지입니다. 30명의 시설에 1명의 물리치료사가 배정되고, 150명 시설이 되어야 2명이 배치됩니다. 이런 조건에서 어떻게 개별적인 서비스가 가능하겠습니까?
그래서 유엔장애인 권리협약에서는 ‘탈 제도화’라고 언급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말은 시설 안에서도 개별적인 서비스를 받도록 다양한 서비스 질을 보장하라는 뜻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자립’입니다.
필자가 부러운 것은 유럽 선진시설이 바로 복지의 현장에서 행복한 삶을 위해 세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장애인에게도 또래 공동체가 있어야 합니다. 혼자 산다고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공동체 안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벗이 있다면 그것이 행복의 가치가 아니겠습니까?
대림 시기를 통해서 예수님의 탄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분은 오늘도 내일도 우리 공동체 안에서 사회적 약자를 굽어보시고 함께 하시기를 원하십니다. 2023년을 바라보는 대한민국에서 지금 내가 머문 곳에서 행복할 수 있도록 여러분과 함께 아름다운 행진을 하고 싶습니다.
이기수 신부(수원교구 둘다섯해누리 시설장, 주교회의 사회복지위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