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현실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던 전후세대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으니 이쪽이 오면 이쪽 편을 들고 저쪽이 오면 저쪽 편을 들어 연명한 사람들. ‘어떤 삶’이 아닌 목숨 그 자체를 부지하기 바빴던.
그리고 모두가 버린 안중근과 그 아들의 친일도 어떤 면에선 이해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불의를 참지 않고 앞장서서 의를 행한 사람들과 그 가족들의 비참한 삶은 그것을 목격한 다른 사람들에게, “아서라 이놈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라는 말과 사고방식을 갖게 했다니 우리 역사가 참... 아프다 생각했어요..
지금도 다르지 않은 것 같았어요. 젊은 세대에게 꿈을 물어보면 가장 많이 듣는 답이, “평범하게 사는 것”이지요. 정의나 꿈을 위해 모난 돌이 되기 보다는 숨죽이고 티 안나게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 눈 앞에서 불의를 보아도 ‘돈’이라는 기준 앞에서 침묵하는 세대.
평생 교회 다니고도 예수 가르침대로 살 수 없는 이유를 ‘어쩔 수 없다, 굶어 죽으라는 거냐’는 말로 가볍게 넘겨버리는 기독청년들에게, 끝까지 자신을 책임지는 교회 공동체가 나타나길 빌었습니다. 정의를 위해 목소리를 내다가 직장에서 짤려도 먹고 사는 일에 전혀 지장이 없고 오히려 일상의 신명이 더욱 깊어진다면 이 시대 청년들이 얼마나 용감해질까요. 남몰래 숨겨왔던 아름다운 꿈을 가슴 펴고 당당히 말하며 스스로 그 길 걸어가는 기독청년은 아무리 넘어지고 손가락질 받고 욕 먹고 억울한 일을 당해도 결코 찌부러지지 않을테죠. 기독청년들의 복음이 공동체인 것이 퍽 와닿는 배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