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해시대 뱃사람들 털썩 쓰러져…세계사에서 보는 '비타민C' 부족 공포 / 6/13(화) / 현대 비즈니스
보충제로 일상적으로 섭취하고 있는 사람도 많은 비타민C.
비타민C가 부족하면 사람은 어떻게 될까. 대항해시대 뱃사람들에게 일어났음을 증명한다.
*본 기사는 사토 겐타로 『세계사를 바꾼 약』을 발췌·편집한 것입니다.
◎ 비타민C가 생명을 구한 역사
비타민C를 '의약'이라고 해도 감이 오지 않는 분들이 대부분임에 틀림없다. 첨가물로서 음료나 과자 등 여러 가지 식품에 들어 있으니 현대 우리에게는 의약이라기보다는 식품 성분, 기껏해야 보충제 정도의 인식일 것이다.
하지만 비타민C는 일본 약국법령에도 실렸으며 현재도 훌륭한 의약품 중 하나다.
비타민C는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물질이다. 그 구한 인명은 수없이 많고 세계사의 흐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그 역사는 의약의 효능이라는 것을 생각하는 데 매우 흥미로운 문제를 제기해 준다.
◎ 대항해 시대의 뱃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병
인류의 문화는 각지의 사물과 발견을 서로 가져오고 부딪힘으로써 발전해 왔다. 그 중에서도 15세기에 시작되는 대항해시대는 세계적인 문화교류가 가속도적으로 진행된 시대다. 그 파도는 동양의 끝 섬나라 일본에까지 미치며, 가령 총과 기독교의 전래가 전국 세상의 흐름을 크게 변화시켰다는 것은 아시다시피이다.
선원들은 일곱개 바다를 사타구니에 걸쳐 뛰어다니며 세계 각지의 역사와 문화에 거대한 충격을 주었다.
그런 그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대폭풍도 해적의 습격도 아니고 뱃사람 특유의 병이었다. 실제로 선상에서 병사하는 사람의 수에 비하면 난파나 전투로 사망하는 사람의 수는 극히 적었다고 한다. 배 안에서는 많은 인원이 오랜 기간 좁은 공간에 틀어박혀 있었으므로 전염병이라도 생기면 순식간에 만연해 버린다.
◎ 괴혈병 공포
그러나 흑사병이나 결핵보다 훨씬 심각했던 것은 현대에 생소한 괴혈병이라는 병이었다. 이 병에 걸린 사람은 강한 피로감과 쇠약에 시달리며 피부는 누르면 계속 움푹 패일 정도로 탄력을 잃는다. 코와 입에서 출혈이 일어나 온몸의 피하에 보라색 멍이 들고 설사 관절 통증 치아 탈락 같은 증상에 시달리면서 쇠약해져 죽게 된다.
괴혈병은 이 시대에 와서 갑자기 발생한 질병이 아니며, 신석기시대 유적에서도 그럴듯한 인골이 발견되고 있다. 9세기경 바이킹과 13세기 십자군에도 괴혈병으로 추정되는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한다. 다만 이 병이 크게 클로즈업되는 것은 대항해시대에 접어들면서 배의 항속거리가 크게 늘어난 이후의 일이다.
현대에 와서는 이 병의 원인이 비타민C 부족으로 밝혀졌다. 장기간 육지를 떠나 습기가 강한 선상에서의 식량은 딱딱한 빵이나 소금에 절인 고기 등 장기 보존이 가능한 것으로 한정돼 있었다. 중요한 비타민C 원천이 되는 신선한 채소나 과일 등은 쉽게 썩어 배에 싣지 않았고 이것이 뱃사람들에게 큰 비극을 안겨주었다.
◎ 콜라겐이 만들어지지 않게 되면...
괴혈병 증상은 중요한 단백질의 일종인 콜라겐이 정상적으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
콜라겐은 세포와 세포를 붙이는 것 외에 뼈와 힘줄의 주요 성분으로 우리 육체는 이 없이 형태를 유지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콜라겐은 전신 단백질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일대 세력인 것이다.
콜라겐은 일반 단백질과 달리 3개의 펩타이드 사슬이 얽혀 있던 섬유 구조를 취한다. 이 삼중나선을 유지하기 위해 콜라겐 사슬에는 장치가 되어 있다. 프롤린이라는 아미노산에 산소가 하나 더 붙은 특수 아미노산이 그것이다. 이 산소는 수소 결합이라는 힘으로 사슬끼리 연결해 풀리지 않도록 잠그는 역할을 한다.
프롤린에 산소를 부착하는 것은 화학적으로 쉽지 않은 반응이다. 이 반응을 도와 차질 없이 진행시키는 것이 비타민C의 역할이다. 비타민C를 음식에서 얻지 못하면 산소 부착이 진행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약한 콜라겐 섬유밖에 만들 수 없게 된다. 그러면 혈관이나 치근 조직이 약해져 출혈이나 치아 탈락과 같은 증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 바스코 다 가마 항해에서도 희생자 속출
괴혈병에 시달린 기록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다.
최초로 바닷길로 인도에 도달한 것으로 유명한 바스코 다 가마의 항해(14971499년)에서는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돌던 시점에서 이미 160명의 선원 중 100명 이상을 괴혈병으로 잃었다. 표류하고 있는 배를 발견하고 탑승해 보니 선원들이 괴혈병으로 전멸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18세기 중반까지도 영국 해군은 4년에 걸친 항해 동안 1000명 이상을 괴혈병으로 잃었다. 그동안 전사한 사람은 겨우 4명에 불과했다.
이렇게 괴혈병은 300년 가까이 먼 거리를 항해하는 선원들의 최대 적으로 남아 있다. 이에 따라 각국 해군은 강제 징모를 통해 선원을 충원하고 절반이 도중에 죽더라도 항해를 계속할 수 있도록 다수의 인원을 승선시켜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