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중년을 위하여(‘나이가 들수록 머리가 좋아지는 법’/이호선)
- 우병녀(월요일 오전반 14주차)-
1. 건망증인가, 치매인가?
며칠 전 딸아이와 함께 차를 타고 가면서 앞 서 가는 스포츠카에 눈이 갔다. “저 말 그림 로그 있는 차 이름 뭐지?” “포르쉐~?”, “아닌데~그 왜 있잖아, 아빠가 타고 싶다 했던 차~ ” 그날 우리는 결국 그 차 이름을 기억해내지 못했다.
또 있다. 카톡에 누군가 빨간 실타래 사진을 올렸다. 그 사진에 대한 다양한 감상들이 올라왔고, 나는 그걸 보니 어떤 소설이 생각났다. “그 왜 있잖아, 천지와 만지 나오는 거~, 공지영의 소설이었나?” 그 이후 아무도 댓글을 더 달지 않았다. 한참 뒤에야 김여령의 ‘우아한 거짓말’이 생각났다. 영화로도 여러번 봤는데~ㅜㅜ
더 심각해서 나 스스로 치매가 아닌가 생각되는 일도 있었다. 아이들이 ‘인턴’이라는 영화가 매우 재미있다고 했다. 어느 날 오후 영화 ‘인턴’을 찾아 재미있게 보았다. 앤 헤서웨이의 아름다움에 반하고, 청소년기 때 꽤 멋있다고 생각했던 로버트 더 니로의 중후하고도 코믹한 연기에 반하여 영화에 푹 빠져 들었다. 영화가 끝이 나고 엔딩크리딧이 올라갈 즈음에야 슬며시 ‘이 영화, 나 예전에 봤던 영화 같기도 한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한 지인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아마 자기랑 극장에서 이 영화 봤던 것 같다고 한다. 헉~~
2. 100세 시대 도래
2019년에 발표된 대한민국의 기대 수명은 여자 86.3세, 남자 80.3세로 평균 83.3세라고 한다. 이는 1970년에 기대수명이 62.3세였던 것에 비하여 20년 이상이 증가한 셈이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37개국 중 5번째로 장수하는 국가라고 한다. 이는 그간 의료기술이 발달하고, 풍부한 영양 섭취와 건강관리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상식이 많아지면서 얻게 된 결과로 보인다. 앞으로는 100세 시대도 멀지 않아 도래할 것으로 보여 100세 시대를 준비해야할 것이다.
건강하게 오래 산다면야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체력이 달리고, 피부는 푸석푸석해지고, 여기저기 아픈 곳이 생긴다. 뿐만 아니라 오래 잡고 있던 기억의 끈을 놓아버리는 사람들도 늘어나게 된다. 우리나라 치매 현황을 살펴보면 65세 이상의 9-10%가 치매 환자라고 한다. 10명에 1 명이 치매라는 것이다. 85세 이상에서는 더욱 심각하다. 47%가 치매환자라고 한다. 2020년 치매 환자는 5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3. 나이가 들면 머리가 나빠지는 이유
예전에 치매 할머니를 다룬 연극을 본 적이 있다. 치매 할머니는 자신이 치매라는 얘기를 듣고 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부단히 노력한다. 첫째 아이 이름은 ***이고, 대전 살고 전화번호는 ~~고, 생일은 언제이고 손자 이름은 개똥이, 소똥이고, 둘째는 이름은 ~~ 이렇게 반복 기억하며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나 할머니 속옷과 양말이 장독에서 나오고, 옆집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 치매는 옛일이 아니라, 최근 기억부터 사라지게 된다고 한다.
흔히 우리가 아는 건망증은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들을 기억해야 할 때 기억 용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정보를 충분히 처리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고 한다. 반면, 인지기능장애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발생한 뇌손상으로 지능, 학습, 언어 등 고등정신기능이 떨어지는 치매를 포함하는 뇌질환이다. 인지기능장애가 왜 발생하는가에 대해 여러 주장이 있지만, 대개 정보를 저장하고 기억력을 담당하는 뇌의 기능 저하 혹은 파괴로 뇌에 정보가 저장되지 않는 데서 원인이 있다고 본다.
나이를 먹으며 치매가 아니라도 기억력이 점차 떨어지는 것은 공통 현상이며, 기억력 쇠퇴는 일반적인 노화 현상이라고 글래스코 교수는 말하고 있다.
그러나 머리가 나빠졌다고 믿으면 더 나빠지게 되고, 머리가 좋다고 생각하면 더 기억하려고 하게 된다고 한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기억 신념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게 된다고 한다. 이를 위해 7시간의 수면, 10분 낮잠, 멜라토닌 먹지 않기, 하루 커피 한 잔만 마시기, 잠들기 2시간 전 모니터, 스마트 폰 보지 않고 책읽기 등의 활동으로 긍정적 기억 신념을 높인다면 중년 이후 기억력 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고 한다. (큰일이다. 한가지 밖에 실천하지 못하고 있으니~)
4. 나이가 들어도 머리가 안 나빠지는 이유
중년 이후 뇌기능에 대한 또 다른 연구는 뇌는 늙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양한 주장 중 카텔의 지능 이론을 살펴보면 선천적이고 생물학적으로 결정화된 ‘유동적 지능’은 22세 이후 급격히 감소하지만, 후천적으로 살아가면서 축적되는 지식이나 경험을 통해 획득된 능력을 말하며 언어적 요인, 문제해결력, 논리적 추리력, 일반상식 등이 포함된 ‘결정적 지능’은 80세 이후에도 향상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뇌는 나이 들면서 부피는 줄지언정 늙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이론이다.
뇌는 일생 동안 개인의 경험과 외부자극 그리고 환경 변화에 대응하며 끊임없이 구조기능적인 변화를 보이는데 이를 ‘신경가소성’이라 한다. 뇌 신경가소성은 경험, 학습, 교육, 또는 손상이 일어났을 때 기존 신경계가 가지고 있던 피질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키는 중추신경계의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중년은 누구보다 잘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베인브리지는 <중년의 발견>에서 ‘우리는 중년에야 비로소 신을 닮은 지혜와 이성과 기억력을 갖는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이 중년이 아름다운 이유이다.
펜실베니아 심리학과 교수 앤절라 더크워스는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실패, 역경, 고원현상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노력과 관심을 유지하며 열심히 도전하는 것’을 ‘그릿’이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다. 즉 그릿이란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일을 끝까지 해내는 능력, 열정적 끈기를 말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그릿도 올라간다고 한다. 더크워스에 의하면 20대에는 낮은 그릿 점수를 보이다가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그릿이 높아져 60-70대가 되면 가장 높은 그래프를 보인다고 한다. 중년이 아름다운 또하나의 이유이다.
나이가 들어도 머리가 나빠지지 않는 또 한 가지 이유는 ‘미래 시간 조망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시간에 대한 개인적인 인식이나 관점을 시간 조망이라고 한다. 시간 조망은 인간 동기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인데 중, 노년기에 연령이 증가할수록,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주관적으로 지각하는 건강 상태가 좋을수록 그리고 인지 상태가 좋을수록 확장된 미래 시간 조망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확장된 미래 시간 조망을 가진 집단은 높은 수준의 정적 정서와 낮은 수준의 부적 정서와 우울을 경험하며, 상대적으로 삶의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5. 나이들어 머리가 좋아지는 비결
날이 갈수록 나이는 점점 더 들어간다. 더 이상 젊어지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피부가 늙어가듯 나의 뇌도 어느 정도는 퇴화의 길을 걷겠지만, 피부 탄력을 위해 노력하듯 나의 뇌 건강을 위해서도 노력이 필요하다. 탈무드에서는 기억을 증진시키는 가장 좋은 약은 감탄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 글의 저자인 이호선 교수는 은퇴 이후에도 소비생활과 여가생활을 즐기며 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세대 간 활발히 교류하며 활동적인 노년을 살고자 하는 새로움에 도전하고 신매체에도 능숙한 노년 세대를 포괄적 용어로 액티브 시니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액티브 시니어는 기억력을 강화하는 좋은 습관들을 통해 뇌의 신경가소성을 극대화 하는 방법을 쓴다는데, 기억을 증진시키는 좋은 습관 6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뇌 활성화와 기억력 강화의 정수는 새로운 관심 분야 공부하기 이다. 새로운 사실과 지식을 접할 수 있는 새롭고 도전적인 분야가 뇌를 자극해 기억력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두 번째, 읽으며 요약, 메모하기이다. 메모와 필기는 정보를 확인하고 전체 내용 기억력을 높이고 기억력 유지와 강화를 위한 정보처리 기능 유지에 직접 도움을 준다고 한다.
세 번째, 충분히 자기, 총 수면량의 20-25%를 차지하는 렘수면 중에는 뇌파의 한 종류인 세타파가 흐르는데 세타파는 정보가 뇌에 오랫동안 저장될 수 있도록 돕는다고 한다. 렘수면을 취하지 않으면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좀 더 일찍 자고 잠을 좀 더 자도록 해야겠다.
네 번째, 규칙적인 운동을 하라. 유산소 운동을 하면 산소와 영양분이 뇌로 잘 공급된다고 한다. 일주일에 세 차례, 매전 한 시간 정도 걷는 게 가장 좋다고 한다. 좋았어. 이건 잘 하고 있다.
다섯 번째, 긍정적인 생각을 습관적으로 하라. 적극적인 감정 표현은 우울증 예방과 창조성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감정 표현을 더 잘 하고, 더욱 긍정적인 생각을 하도록 해야겠다.
여섯 번째, 정기적으로 사람을 만나라. 사회적 관계와 유대감은 스트레스 해소와 새애 행복감에 중요한 요소이다. 친밀도가 높은 사람들과 잦은 접촉은 인지 유지와 발달에 도움을 준다고 하는데, 코로나가 문제이다. 그러나 sns를 통한 우정도 일반적 우정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하니 인맥 관리와 사회적 관계망을 좀 더 잘 관리할 일이다.
6. 함께 공부해야 하는 이유
누구나 나이 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나이 드는 것이 꼭 나쁜 것만도 아니다. 흰머리가 나고, 피부가 늘어진다고 추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는가? 나는 아름다운 노년으로 늙고 싶다. 아름답고 성공적인 노화를 위해서는 우리는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헬렌켈러는 ‘혼자서 우리는 거의 아무것도 못한다. 함께하면 우리는 그렇게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사회적 관계망 속에 나를 집어넣고 함께 해내는 거다. 책 읽고 글쓰기도 혼자서는 어려웠을 것이다. 함께 하기에 억지로라도 해내고, 하다 보니 한 걸음 더 내딛고 있는 나를 본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습관을 가지고, 날마다 도전하며 나아가다 보면 아름답게 늙어져 있겠지. ‘어차피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알 수 없는 일’(시‘우화의 강’ 중 일부), 흐르는 동안은 옆 강물과 어깨 걸고 부지런히 돌을 깎으며 흐를 일이다. 바다에 이를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