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 우산을 들고 버스를 타기 위해 마을 밖 버스 정류소로 갔다.
가면서도 나는 비가 내리는 가을(?) 풍경을 몇 컷 사진으로 남겼는데(아래),
여전히 앞산만 보이는 풍경이 이어지고 있었다. (위, 아래)
20분 정도 기다려서야 3 시경에 오는 버스는 왔고,
그 버스를 타고 몇 구비 고개를 올라 다음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니,
그 사이에 안개가 조금 걷혀...
아랫마을(산타 마을)이 보이는 풍경을 찍을 수 있었는데,
이건 또 새로운 맛이었다. 그래서,
이런 날에 움직이니,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는 거지! ' 하고 감탄을 하기도 했다. (아래)
그리고 그 집을 가면서 보이는 다른 방향의 풍경도 두어 컷을 찍으면서,
다시 약간의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걸어갔는데,
그리고 거기서 내려다 보이는 풍경(아래).
그런데 어째 트럭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안 계시나?' 하는 불안한 생각이 스쳤는데,
그랬다.
집의 문들이 다 닫혀 있었고, 사람의 흔적은 없었다.
'에이, 전화를 하고 왔어야 했는데......' 했지만,
그 분이, 언제든 와도 된다며,
미리 약속을 하는 것 같은 형식을 싫어하시는 분이라 그냥 올라왔던 걸 후회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래도 그 집을 한 바퀴 돌기는 했다.
그 분이 만들었다는 연못(아래)에 가 보니,
그 안에 물고기들이 지난번보다 커 있었고, 다슬기도 제법 많았다.(아래),
'어떡한다지?' 하면서 그제야 전화를 거니,
'예천'에 가 있다며,
"추석 때라 바빠요."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음 기회로 미룬 뒤,
나는 다시 돌아와야만 했는데,
'기왕에 여까지 왔는데, 비오는 풍경이나 더 찍고 내려가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건,
역시 나다운(?) 생각이었다.
그건 곧, '모험'이 시작된다는 의미이기도 했던 것인데......
그 마을을 벗어나 큰 길에 나왔는데,
원래는 아래방향으로 걸어야 했는데(갈 때만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은 내리막이라 걸어서 올 예정이었기에),
나는 위쪽으로 향했다.
최소한 몇 컷이라도 사진을 더 찍어두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었는데,
시시각각 변하고 있던 '아랫마을' 사진을 더 찍고(위, 아래),
고개를 넘어, 결국 36번 국도와 만나는 지점까지 오고 말았다.
거기서 한 유명한 까페 앞까지 간 다음,
거기서 내려다 보이는 '낙동강' 상류의 사진도 찍고(아래)......
그런데 거기서부터가 문제였다.
이제, 어차피 돌아가야만 했는데,
직선 거리인 36번 도로를 타면 '분천 터널'만 지나면 되는 짧은 길을,
구길을 걸어가려면 빙 돌아 한 고개를 넘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려고 작정을 하고 거까지 걸어갔던 것이긴 한데,
그러고 싶지가 않았던 것이다.
'혹시, 이 근방을 지나가는 우리 마을의 차량이라도 있다면?' 하는 미련이 생겨, 길 가에 서 있어 보기도 했는데,
그런 헛꿈은 아무 소용도 없는 일일 터였다.
그러니, 꿈을 접고는......
다시 '매현 마을' 쪽으로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구 길로 접어들어 조금 걸어가는데,
내 눈에 띈 건,
요즘 전국적으로 지자체에서 만들어 놓은 '걷는 트래킹 코스'가 여기도 있는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그 길인지도 잘 모르지만, 여기 봉화군에는 '외씨 버선 길'이 있는데,
그 안내 기둥이 보였다.
그래서 보니, 거기 샛길로 '분천교'까지 2. 8km라는 거 아닌가.
'그렇담, 여기도 걷는 길이 연결된다는 얘긴가?' 하는 생각은, 나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
마침 그 마을 버스 정류소에서 한 젊은이가 담배를 피고 있기에, 길을 물어 보니,
"예, 그 아래 쪽으로 '외씨 버선 길'이 있기는 하다는데, 저 아래 집쪽으로 걸어가면... 그 뒷산을 넘는 길이거든요? 근데, 저도 한 번도 가 본 적은 없어서... 아직도 사람이 다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이 아스팔트를 타고 가시는 게 나을 거 같은데요?" 하고,
본인도 자신이 없다는 투로 알려주는 것이었다.
그래도 나는 그 길을 가기로 했다.
왜냐면 거기선 분천 터널 아래 '굴다리'를 지나, 산을 넘으면... 2. 8 km밖에 안 되니까.
만약 고개(회고개)를 넘자면, 적어도 5- 6, 7km는 될 테니까.
그렇게, 내 짧은(?) 모험이 시작된 것이다.
(아래 사진, 좁은 아스팔트를 타고 내려가, 그 왼쪽 조그맣게 보이는 36번 도로 아래를 지나면,
왼쪽으로 밭이 보이는데, 그 쪽으로 길이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거기까지는 편한 길이었다.
거기에 '분천교' 2 km라는 안내가 있는 걸로는, 내가 이미 800m는 걸어왔다는 얘기이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거기서부터가 문제였다.(아래)
물론, 나무에도 리본이 걸려 있는, 지금도 사람들이 다닌다는(?) 표시는 있었지만...... (아래)
내가 저 안개에 덮힌 산을 넘어야 하는데......(위)
물론 길은 잘 조성돼 있었고, 걷기에 충분하긴 했다.
물론 점점 으슥해지고 있었고,
어쩌면 나는 이미, 안개에 덮힌 산 속에 있을 것이었다.
앞 쪽에 보이는 뿌연 건... 안개니까.
그리고 이번에 비가 제법 내렸다고는 하나, 여기는 너무 가물었기에, 아직 물이 흐르지는 않는 상태였다.(아래)
그리고 '봉화' '울진' '영양', 이 지역을 대표하는 소나무 숲이 이어졌다.(아래)
나는 마치 이 길을 탐색하려고 온 사람이나 되는 것처럼(?),
아주 자세하게 사진으로 그 코스를 남기려는 듯... 사진을 찍어대며 산길을 오르고 있었다.
물론 두려움이 없지는 않았다.
사람이야 없을 테지만(더구나 비까지 오는데), 산짐승이라도 만난다면? 하는......
그렇지만,
'산티아고 가는 길'도 몇 차례나 갔다 온 사람이, 이런 길에 겁내?' 하는,
스스로의 방어막을 치고는,
땀을 뻘뻘 흘리며 안개에 덮힌 산을 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평지로 보면 2km는 정말 별 거 아니니까,
아무리 산길이라고는 해도, 조금만 참고 견디다 보면... 금세 벗어날 길이기도 할 테니까......
그 생각은 적중할 수밖에 없었고,
고개의 정상인 듯한 곳을(아래) 지나면서는,
'최소한 사진 한 장이라도 남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한 컷을 찍었는데......(각도 잡기가 어려워, 저렇게 나왔다. 아래)
'그래야, 만약의 경우(?)... '최후의 모습'으로도 남을 테니까......' (그 상황에서의 심정은 그랬다.)
안갯길은 이어졌고, 이제는 내리막인데......
그래도 이제는 '희망적'이지 않겠는가.
내리막이니까.
그런데 이쪽 길이 훨씬 경사가 급해,
자칫 미끄러지기도 하면?
산에서 조난 당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었다.
그래서 조심은 했는데, 눈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아(노안)... 정말, 미끄러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긴장 상태로 내려가다 보니, 안개 사이로 얼핏... 민가의 지붕이(붉은) 보이는 것 같기도 해서,
이제 산 건가?
하는 생각이 아니 들 수가 없었고,
더 가파러진 길을 따라 땀을 흘리며 내려가니,
저 뒤편에 '낙동강' 자갈 강변이 보였고(아래),
드디어, 이 쪽 출발점의 안내판이 보이는 것이었다.(아래)
그런데 거기엔 '옹달샘'이 있었는데,
내가 여기 '분천'에 왔던 초엽에,
지난번 '통리 5일장'에 함께 갔던 00씨가,
'물이 좋은 곳'이 있다기에 한 번 자전거로 왔다가, 그 샘물은 찾지 못한 채 돌아간 적이 있었는데,
그 샘이 바로 여긴가 보았다. (아래)
그러니,
당연히 그 물 맛이라도 봐야만 했고, 나는 사진까지 남기기로 했던 것이다. (아래)
이제, 안개로 덮힌 산을 넘어온 것이었다.
거기서부터는 아무 걱정도 없는 '탄탄대로'(?)였다.
'지난번에 내가 여기까지 왔었지?' 하면서,
뒤를 바라 보니,
'분천 터널'이 보였고, 그 뒷산(오른쪽)을 내가 넘은 것이었다.
그리고 저 다리 아래를 지나면, 내가 사는 마을...
어제부터 내린 비로, 그동안 바짝 말라있던 개울에 물이 흐르고(아래)...
그 개울을 건너, 내가 살고 있는 '공동체'...
아까 내가 출발할 때는 앞산마나 보였는데, 그사이 안개가 걷힌 모습(위).
그리고, 내가 만든 '꽃밭'(아래)
그 '꽃밭'에서 제일 신이 난(?) 녀석들은 '코스모스'였다.
어느새 10cm 정도는 자라있었던 것이다.(아래)
이 코스모스도 가을이 가기 전에 꽃을 피울 것이다...... (다른 곳엔 이미 꽃이 지는 곳도 있지만)
숙소에 들어오니,
5시 22분이었다.
아까, 그 샛길로 들어올 때가, 3시 50분 경이었는데......
(그래서 거기서 버스를 기다린다면, '춘양'에서 5시 40분에 출발하는 걸 타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첫댓글 외씨버선길
내가 좋아하는 길입니다.
그러신가요?
전 그 길에 대해선 무지한데요... 알아봐야겠습니다. 왜, 그런 이름이 붙여졌는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