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제 가을입니다. 이 가을 모두 행운과 건강이 함께 하시고
제비와 꽃뱀 이야기 도중 주말을 맞기에
다음 93회분
월요일 연재하면 이야기의 필이 끊어질거 같아
내일은 근무합니다
ㅎ
불루보트
92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지만 호랑이 같은 조폭은 죽어 뭘 남길까?
악명을 남길 것이다.
그러나 상해의 암흑가에서 이름 날리던 백두혈통 중절모들은 악명대신 코미디를 남겼다.
기절한 중절모들이 한결같이 웃기는 몰골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지만 그중 두드러지게 청춘들을 배꼽 터지게 웃기는 중절모는 선글라스였다.
장달수의 눈깔을 빼 먹겠다고 큰소리 빵빵 치던 선글라스의 선글라스는 기절한 선글라스의 코에 간신히 걸쳐있었다. 그 꼴이 진짜 웃겼다.
찌그러진 안경테.
한쪽 알은 거미줄처럼 사방으로 금이 갔고 다른 한쪽은 박살나 선글라스의 감은 눈 위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선글라스는 비식 웃고 있었다.
아직도 꿈꾸는 건가?
기절한 놈이 비실거리며 웃고 있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장달수의 일격에 기절했지만 꿈속에서는 장달수를 때려눕히고 사지를 찢어 육회로 즐길지, 아니면 두 눈깔을 뽑아 와작와작 씹어 먹고 있는 꿈을 꾸면서 희열에 젖어 있을지 모른다.
장달수의 직원들이 장달수에게 물었다.
“이놈들 어떻게 할까요?”
직원의 말에 중절모들을 보고 킥킥거리던 청춘들이 장달수를 향해 일제히 시선을 모았다.
장달수는 대답대신 청춘들을 향해 입을 뗐다.
“에!”
장달수가 청춘들을 향해 운을 떼자 청춘들이 뒷걸음쳤다.
겁먹은 표정들이었다.
장달수는 입맛이 썼다.
오늘 이 자리의 젊은 청춘들. 피 끓는 용맹은 다 어디로 갔는가? 연평해전에서 목숨을 던져 자신의 임무를 처절하게 지킨 청춘과 비교하며 마음이 서글펐다.
장달수가 웃었다.
태백산나이트의 작은 소란에도 겁먹은 청춘들 때문에 입맛이 솔태맛이었지만 장달수는 청춘들이 안도할 수 있게 웃었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여러분을 놀라게 해드려 미안합니다. 우리 태백산나이트클럽은 방금 보신 것처럼 누구든 여러분의 안전을 해치려는 세력이 있으면 우리는 결단코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장달수의 첫마디에 한걸음 뒤로 물러섰던 청춘들은 장달수의 다음 말을 듣고 일제히 박수를 쳤다. 물러섰던 거리만큼 다시 앞으로 다가왔다.
장달수가 다가온 청춘들을 향해 한마디 더 덧붙였다.
“요즈음 조폭들 허세뿐입니다. 앞으로 이런 놈들 만나면 절대 피하거나 두려워하지 마시오. 여러분이 두려워하면 두려워하는 만큼 포악해지는 것이 조폭의 생리입니다. 즉투필승卽鬪必勝입니다. 두려워하지 않고 싸우면 반드시 이깁니다. 아셨죠?”
청춘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네!”
청춘들의 대답에 비로소 장달수도 마음이 편해졌다.
장달수는 쓰러져 깨어날 기미도 보이지 않는 선글라스 일당이제 중절모를 모두 벗었으니까을 내려다 봤다.
장달수가 직원들에게 말했다.
“저 놈 싸가지 좀 보자!”
“백두혈통 말하는 겁니까?”
“저놈은 백두혈통이 아니야. 백두혈통이란 이 세상에 없어!”
“이북에도 있는데요?”
“야! 그 놈들도 전부 가짜라는 거 몰라? 백두혈통은 우리의 시조 단군 밖에 없어!”
“그럼 우리도 백두혈통이네요?”
“그런 셈이지. 허지만 지금부터 우리는 태백혈통으로 한다. 왜 그런지 알아?”
“네! 압니다.”
“모르면서?”
“아닙니다. 확실히 압니다!”
“알면 말해봐! 틀리면 너희들 오늘밤 야식 없다!”
“맞으면요?”
“맞으면 오늘밤 야식 랍스타다!”
랍스타랍스터란 말에 가장 신나는 것이 뽑이다. 비록 매부리가 휘두른 톱날에 하마터면 창자가 튀어 나올 뻔했지만 랍스타란 한마디에 온 창자가 뒤틀 거렸다. 뽑은 랍스타걸신 들렸는지 모른다고 스스로 생각할 만큼 랍스타를 즐긴다. 허지만 마음대로 못 먹는 것이 문제다. 비싸니까.
외상 아닌 다른 방법으로 랍스타를 먹을 수 있다면 목숨도 내 놓을 각오가 되어 있다.
물론 송윤아나 이효리 뺨칠 여자가 매일 사준다면 말할 것도 없지만 아쉬운 대로 신봉선이나 김지선이 정도만 돼도 그냥저냥. 하여튼 앉아서 오줌 누면 오케이.
중절모들과 대치했을 때 중절모들이 휘두르는 무기를 보고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밤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고. 이왕지사 오늘밤 인생이 끝난다면 외상으로 달고 랍스타 몇 마리 더 먹어둘걸, 후회막급 했던 뽑이다. 그래서 장달수의 말에 환청까지 들렸다.
살포시 잡고.
뿌지직 벗기고.
오도독 깨물고.
뿌지직 후벼 파고.
쭈루룩 빨고.
그리고 쪽쪽 입맛 다시는 소리가 벌써 들리고 있었다.
뽑이 재확인했다.
“사장님. 랍스타가 확실하죠? 크랩 아니죠?”
“야! 뽑상무, 길이가 긴 게 랍스타고 옆으로 긴 게 크랩꽃게 아니냐? 이젠 그 정도 안다. 확실히 오늘밤 야식은 랍스타 맞다!”
언젠가 랍스타 사준다고 해놓고 킹크랩 사준 장달수에게 속았던 뽑이 안심했다. 그리고 대답했다.
“왜 태백산인고 하니요. 형님이 말했다 아닙니까?”
“그때 넌 없었잖아?”
“참 형님도. 낮말은 CCTV가 듣고 밤 말은 폐쇄회로가 듣는 다 안합디까?”
“듣는 게 아니고 그건 보는 거잖아?”
“헤이 형님도. 그게 그겁니다. 형님은 보면서 안 들어요? 따로따로에요?”
“너 요즘 영업하더니 많이 유식해졌다?”
뽑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고 장달수는 듣고만 있었다.
“인간은 큰대자들 아닙니까? 대통령할 때 대자요. 큰大자 요. 큰대자 몰라요? 그러면 대리기사 할 때 대자는 알죠?”
“야 임마! 그건 다른 대代자야.”
“아 형님 골 때리네? 발음이 똑 같이 나오는데 글자라고 다르겠어요? 진짜 안 통하네?”
“뭐? 너 지금 뭐라 그랬어?”
“아 그건 그렇고요. 근데요 큰 대자 중에서도요. 우리는 불알 큰 거 찼거든요. 그래서 太백산혈통이다 이말 아닙니까?”
장달수가 미간을 찌푸렸다.
장달수의 미간이 찌푸려지면 일 발생하는 예비신호다. 뽑상무가 긴장했다. 아무래도 대답이 틀린 것 같았다. 뽑 뿐만 아니라 직원일동 장달수의 벌어질 입만 쳐다봤다.
장달수가 말했다.
“놀랬지?”
“네에?‘
“내가 인상 쓰니까 틀린 줄 알았지?”
“아휴! 간이 녹두만 했다 이제 부풀었어요. 사장님도 지금 농담할 때에요? 이 자식들 빨리 처분해야죠.”
장달수의 개그에 벼랑 끝까지 갔다 돌아 온 기분이 된 직원들이 환하게 웃었다.
직원이 다시 한번 물었다.
“이 새끼들 경찰에 보낼까요? 아니면 군대 보내요?”
“야! 넌 또 군대냐?”
“끄럼 어디 보내요?”
장달수가 말했다.
“이놈들은 경찰서 갈 자격도 없는 놈들이다!”
“그럼요? 군대도 안 되고?”
장달수가 말했다.
“재활용분리수거 안 되는 쓰레기들은 어떻게 해야 하냐?”
“쓰레기봉투에 담아 쓰레기통에 버리죠.”
“이제 알아들었군! 쓰레기는 스레기통에!”
“알았습니다. 알았다니까요! 한 놈 당 120리터짜리면 충분하다니까요.”
첫댓글 결국 장달수의 승리로 끝이 났군요..
잘읽었슴니다.
빨긴 립스틱님
화끈하게 밝은 가을 아침이네요
주말에 뵐께요
쓰레긴 쓰레기통에 버려랴 합니다.
잘봤어요
그런데 요즈음 아직도 쓰레기통에 쓰레기 안버리는 사람 많아 골치던데요?..ㅎ
신나는 주말 또 뵐께요
그렇게도 큰소리치고 호언 장담하던 썬그라스파 일당이
장달수한테는 어쩔수 없었군요..
마음속으로 장달수 태백산 패거리응원했는데 적중해서 기분 좋슴니다.
조폭을 편들면 나중에 문제 생길텐데...중절모들한테요....ㅋㅋㅋ
내일이 또 주말입니다.
이제 조금 숨돌리시면 등산이라도 한번 다녀 오시지요
즐거운 주말 산행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