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여기 커피는 중독성이 있는걸까?"
"네?"
평소보다 10분은 일찍 와서는 여느때처럼 주문은 안하고 빤히 바라보자 당황한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중독성이 있는것같아, 여기 커피. 아가씨, 커피에 혹시 뭐 넣어요?"
"아..아,아가씨?"
"미안해요. 아가씨는 너무 아저씨 느낌인가? 그러고보니 이름도 모르네. 물어봐도 되요?"
"네?아...한유라고 해요. 지한유..요"
동글동글한 눈동자다. 그러고보니 이렇게 오래 마주본적은 처음이구나. 이런 얼굴이었네.
잠깐 마주치고 돌아서면 잊곤 했으니까 얼굴이 제대로 기억날리 만무했다.
목소리나 간신히 알아듣는정도. 무심한 성격을 다시한번 자각했다. 상당히 귀엽게 생길 얼굴이랄까.
그런식으로 계속 생각하고 있는데 문득 들러오는 당황한 표정을 여실히 드러낸 그 얼굴. 약간 붉어진 것도 같다.
"아, 미안해요. 아메리카노로."
"네.."
등을돌려 커피를 내리는 듯하다. 그 등을 무심히 응시하는데 들리는 웅얼거림.
"뭐라고 말, 했어요?"
"아..음..성함이...?"
"한은류. 한은류라고 해요. 저기..나 뭐하나만 더 물어도 되요?"
"네? ..네."
"한유씨..는 몇살이예요?"
"..아아..24이요."
"헤에..나보다 어리네."
"저기..몇살이신데요?"
"26. 늙었지...후."
한숨으로 말을 마무리 하자 언제나처럼 테이크 아웃 커피로 내어놓는다.
오늘은 먹고 갈 생각 이었는데.
"바빠요?"
"네? 아니요..근데 왜?.."
"아아..그냥요. 오늘은 그쪽이랑 말이나 몇마디 하려고 좀 일찍왔는데. 놀아줄래요?"
"아, 그러실..래요?"
소심한 성격인가? 여전히 그 동글동글한 눈동자는 불안하게 왔다갔다 거린다.
"불편하면 그냥가도 되는데...그냥, 다음에..."
역시 갑작스러운건 싫겠지 싶어 몸을 일으키는데.
"아니요! 저..저 괜찮은데.."
큰소리로 '아니요!'라고 외치곤 그 뒤는 기어들어간다.
"그래요 그럼. 흠..무슨 말을 할까.."
"아..저기..."
"왜요?" 슬쩍 웃으며 되물었다.
"아니.그냥."
"아, 그러고보니. 진짜 커피에 뭐 넣어요?"
"아뇨..전혀. 커피만큼은 최상이라고 말할수 있어요. 이래뵈도."
커피에 대한 자부심. 꽤나 당돌하네. 뭐 나쁜거 넣느냐고 물은 걸로 착각 했나보다.
"흣..그런 말이아니라..." 웃음을 살짝 삼키고.
"맛있다고요. 어젯 밤에 다른 집 커피를 마시는데..여기 아메리카노 향이 코끝을 맴돌더라고요.
그래서 여기 커피에 묘한 중독성이 있나 싶어서..그래서 물은 거예요."
"아..원래, 커피엔 카페인이 있어서 중독성이 있긴한데.."
"헤에..그런거 말고요. 여기만의 묘한 향? 이랄까..그런게 있는거 같아서."
말을 던져놓으니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 커피에 대해선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는 거 같네..
그모습을 또 다시 응시하고 있자니 내눈과 마주치며 화들짝 놀라는 모습에 피식 웃어버렸다.
그러자 점점 얼굴이 붉어져 간다. 날이덥나? 아직은 5월인데.
커피만들때 뜨거워져서 그런가.
"저어..잘..모르겠어요. 별로 특별한건 없는데.."
"그래요? 아..시간이 다되어 가네요. 저기. 나랑 친구할래요?"
"친구요?"
"네. 나 그쪽 귀여워서 동생같아. 언니동생 해도 괜찮고. 자주올게요. 생각해봐요."
그날 내가 내뱉었던 '자주올게요.' 라는 말은 지키지 못했다.
그말을 내뱉은 다음 날부터 쏟아지는 서류들 덕에 점심조차 회사 바로옆 베이커리에서 샌드위치를 사먹는게 고작이었다.
그러기를 사흘째. 슬슬 인내심의 한계가 느껴진다. 본래 귀찮아 끼니를 안챙기곤 하지만 회사에서 일을 할땐 말이 달라진다.
식사도 식사지만 커피한잔 할 여유조차 없이 몰아치는 부장 덕에 짜증이 밀려온다.
잠시 쉬려고 직원 휴게실에서 자판기에 동전을 넣곤 뭘 먹을까 살짝 고민하고 있을 때 현수가 들어온다.
"여기 있을거 같아서 와봤어. 많이 바빠보이네."
"보시다시피. 죽을 맛이지. 이런 자판기 커피를 마실정도이니."
"그러게. 넌 항상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시는데 말이야..내가 한잔 사다줄까?"
"그럴래. 그럼 고맙지. 현수씨네는 안바빠?"
"우리는 살만해. 설탕커피가 그나마 나을거야. 나, 가봐야겠다. 커피 사올게."
현수의 충고대로 뽑은 설탕커피는 그냥저냥 먹을 만 했다.
커피 한잔이 여유가 끝나자 마자 나는 다시 일더미 속에 묻혔다.
5:37p.m.
뻑뻑한 눈을 비비며 짧은 단발머리를 쓸어 올렸다.
"후아- 거의 끝나간다. 오랜만에 정시 퇴근인가.."
기지개를 쭉 피고 잇는데..똑똑-.
"네, 들어오세요."
"은류씨, 커피-. 카페모카.괜찮지?"
미묘하게 눈썹이 찌뿌려진다.
"어, 별로야? 아니, 전에 카페모카 시키길래..."
"..하. 아니. 괜찮아. 이리줘, 현수씨도 퇴근해야지."
"응. 넌 아직이고? 오랜만에 같이 밥이라도 먹으려 했는데.."
"끙. 미안. 나 진짜 피곤해. 오늘 만큼은 좀 쉬어야 겠어. 내일 토요일이니까 실컷쉬고 싶다. 늦잠도 자고."
"응. 그래 그럼, 쉬어. 대신 토요일 저녁은 비워 놔야 한다-."
하고 눈을 찡긋 거리는 그에게 난 푸석하니 웃어 보였다.
"그래. 그럼 연락해."
"응. 잘쉬고 조심해서 들어가."
일을 적당히 마무리 짓자 그제야 숨통이 트인다. 남은 잔업은 월요일에 시작해도 충분했다.
집에 가는 길, 편의점에서 캔맥주 한들이를 과자와 함께 사왔다.
먹고 뻗어야지....하-
음..여기까지는 써 놨던 거라 수월하게 올렸는데요..
다음 주 부터는 한 주에 한 편 정도..밖엔 못올릴거 같아요.
그래도 없는 시간 쪼개서 틈틈히 써 올릴게요.
분량도 유지 하려고 하고요.
그래도 잘 부탁드릴게요-
첫댓글 아! 마시고 싶다. 저거. ㅎ, 향이 정말 나는거 같네요. 잘 읽었어요.
ㅎㅎ 감사합니다. 저도 커피를 좀 좋아해서요
잘 읽었습니다. 재밌는데 담편 어서 나왔으면 좋겠네요.^
으와..죄송해요..빨리는 못나올듯. 그래도 부지런히 올릴게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ㅎ 맛있게 드세요.
재미있어요..첫작품의 상큼한 출발 축하드려요..
ㅎ 감사합니다
저는 커피를 못마셔서 이런 글이나 커피향 맡으면 너무 너무 부러워요
아..커피 싫어하시는가봐요. 부럽다고 하셨으니 싫어하는 건 아니신가? ㅎ
알레르기 같은 거라도..?
다음편이 기대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ㅎ
잘 읽었습니다 ^______________^
한주에 한편...T,,T 길어여~~~~~~~~~~~~~~~~
글을 읽고있으면 커피한잔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
좀 텀이 길긴하지만....죄송해요.
그래도 짧게 두편이나 긴거 한편정도 밖에 못올릴듯 해요.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ㅎ 처음부터 보시나봐요 ㅎ
재미있어요!!! 폭풍 정독했습니다^^ 좋은글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