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돌
- 염창권
죽음이 너무나 가벼워서
날아가지 않게 하려고
돌로 눌러 두었다.
그의 귀가 밝아서
들억새 서걱이는 소리까지
뼈에 사무칠 것이므로
편안한 잠이 들도록
돌이불을 덮어 주었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그대 기다리며
천년을 견딜 수 있겠는가.
ㅡ계간 《시인시대》(2023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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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에 산재해 있는 고인돌이
고대인의 무덤이란 걸 처음 알았을 때는 참 어렸습니다
'고대인=원시인=거인'이란 등식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그저 놀라웠지요
초등학교 다닐 때 경주로 수학여행을 다녀오고 권력자의 무덤 역시 크다는 걸 깨달았지요
뒷산 애총은 어디가 어딘지 모를 정도였고, 선산의 무덤들도 그저 옹기종기 모여 있었지요
어쩌다가 외지에서 성공했다는 이들이 귀향해서 무덤을 커다랗게 재단장할 때도
도열하듯 줄 맞춘 국립묘지 묘비들과 언덕배기 우뚝한 충혼탑을 볼 때는
모든 죽음이 똑같은 대접을 받는 게 아님을 알았습니다
이제사 고인돌이 가장 키를 낮춘 무덤인 줄 알겠습니다
몇 해전 고창 고인돌 유적지를 둘러보면서 느꼈던 먹먹함이 눈덮힌 겨울 아침에 스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