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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워', 기대에 상당히 못미친 영화 2007/09/17 13:31 | 추천 0 스크랩 0 |
한국에서 말이 워낙 많아 궁금해서 보게 된 영화가 '디 워(Dragon Wars)'다. 포스터와 트레일러만 봐도 대충 영화가 어떤지 감이 잡혔기 때문에 그다지 내키지 않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면서 봤다. 도대체 뭐가 어쨌길래 한국에서 말이 그렇게 많았는지 궁금해서 보지않을 수 없었던 것.
'디 워'의 스토리 자체는 그다지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이런 류의 판타지/괴수영화에서 이 정도 스토리면 충분하다. '트랜스포머스'가 변신로봇 완구를 소재로 한 영화였는데 '디 워'의 줄거리도 이 정도면 충분했다. 그러나, 문제는 영화가 무지하게 엉성하다는 것. 제아무리 셰익스피어 고전을 영화화 했더라도 이렇게 썰렁하면 아무 소용없다. 어떻게 영화로 옮겼냐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 워'는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에 엉성한 연출까지 겹치면서 웃음이 터져나오게 한다. 영화가 재미있어서 웃는게 아니라 어이가 없어서 나오는 웃음이다. 영화가 이런 식이다보니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소규모 프로덕션이 만든 저예산 영화를 보고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디 워'의 CGI 수준은 훌륭한 편이다. 마지막엔 이무기가 입을 쩍 벌리며 뱀처럼 움직이는 장면이 자주 나와 단조롭게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CGI는 전체적으로 볼만했다. 하지만, 이런 것만으론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얼마나 합성을 잘했냐는 게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영화팬들은 어지간한 CGI는 당연하게 생각한다. 생전 3D를 구경하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요새 영화팬 중에 그런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100% 3D로 만든 애니메이션이라면 얘기가 또 다르겠지만 라이브 액션 영화에 CGI 합성한 것만 가지고 관객들을 감탄하게 만들던 시절은 지나가고 있다. CGI는 심하게 가짜 티가 날 정도만 아니면 패스시켜도 되는 일종의 양념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영화팬 모두가 '3D 그래픽 팬보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3D 기술이 계속 발전한다지만 여기에 맞춰나가면서 필요한 부분에 사용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어찌됐든, '디 워'는 미국에서 개봉한 한국영화 중 최다 스크린을 확보한 영화가 되어 미국에서 최고 흥행수입을 기록한 한국영화가 될 것이다. 하지만, 죽었다 깨도 '잘만든 영화'라는 소리는 못하겠다. '디 워'는 제작기간이 상당히 길었던 것으로 알고있는데 영화를 보면 급하게 완성하려고 서두른 것처럼 보인다. 수준급 CGI와 상당한 제작비용이 들어간 영화치고 기대에 상당히 못 미친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블럭버스터나 헐리우드 비디오에 가면 들어보지도 못한 영화들이 많이 눈에 띄는데 '디 워'가 딱 이 수준이다.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극장용 메이져 영화처럼 보이지 않았다. '디 워'는 곧바로 DVD로 출시해야 어울리는 그런 영화였다. 소니 픽쳐스가 DVD 계약을 했다는데 역시 소니는 바보가 아닌 게 맞다. 극장보다는 DVD에 어울린다는 걸 제대로 본 것이다.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싶다면 '디 워' 근처엔 얼씬도 하지않는 게 좋다. 아무 생각없이 편하게 보려고 노력해도 워낙 어이가 없고 우스꽝스럽기 때문에 영화에 집중할 수 없는 그런 영화다. 아무리 기준을 낮춘다해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영화가 있고 그렇지 않은 영화가 있다. '디 워'는 후자에 속한다. 상영이 끝난 뒤 기억에 남는 장면, 재미있었던 장면이 떠오르는 게 아니라 황당하고 어이없었던 것들밖에 생각나지 않는 영화다. 한 두번 정도는 웃어 넘길 수 있지만 엉성함이 계속 반복되다보니 나중엔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디 워'는 볼만한 영화가 아니다.
도대체 '디 워'가 어떻길래 그렇게 시끄러웠는지 궁금한 사람들은 가서 봐라. 나도 결국 이것때문에 본 것이 전부니까. 어찌보면 이렇게라도 해서 영화를 보게끔 유도한 건지도 모르지만 일단 궁금하면 가서 봐라. 하지만, 기대는 하지 않고 가는 게 좋다. 맘에 든다면 다행이지만 내가 볼 땐 그렇지 않을 확률이 높아보인다. |
첫댓글 이 평가가 아주 매섭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