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낮은 데로 임하게 하소서!
늘푸른언덕
지난 해 12월을 행복하게 만들었던 2022 카타르 월드컵의 화려한 막이 내리고 축구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동남아시아 작은 월드컵이라 불리는 미쓰비시컵 국제 축구 대회로 옮겨졌습니다.
사실 축구 대회 규모라든가 인지도 또는 경기에 몰입할 수 있는 매력도가 훨씬 떨어짐에도 이 경기에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이유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개인적으로 열렬히 응원하고 있는 베트남 축구의 아버지라 불리는 박항서 감독의 라스트 댄스를 지켜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축구팬들에게 크게 각광을 받지 못하던 동남아시아 축구가 괄목할 만한 질적 향상과 함께 경기 수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는데 박항서 감독이 절대적인 공헌을 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그는 베트남에서의 마지막 임기를 남겨두고 동남아시아 축구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이번 대회에서 값진 우승을 차지함으로 자신이 몸담았던 베트남과 국민들에게 오래 기억될 만한 값진 선물을 선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의 마지막 무대의 결과는 아쉽게도 준우승에 그쳤습니다. 그럼에도 값진 성적이라는 찬사와 함께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으로 큰 찬사와 함께 뜨거운 박수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에서의 지난 5년의 재임 기간 동안 놀라운 결과물들을 만들어 내고 화려하게 감독직에서 내려왔습니다.
코칭을 진행하면서 조직에서의 리더십에 대한 분야를 주로 다루었습니다.
조직의 리더십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리더십 유형 중에서 겸손을 바탕으로 한 섬김의 리더십이란 덕목을 다룰 때 인용한 사례가 바로 당시 베트남 감독으로 성공적인 출발을 했던 박항서 감독에 대한 스토리텔링이었습니다.
기업에서 리더의 역할을 책임지고 있는 팀장 또는 임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강의에서 인용한 박항서 감독의 리더십 사례의 키워드는 '형님 리더십'이었습니다. 그가 펼친 형님 리더십의 본질은 형님 같은 편안함입니다. 친근감으로 다가와 선수들을 동생처럼 아끼고 보살펴 주는 진솔한 섬김의 마음입니다.
이번에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으로서의 5년간의 임기에서 물러나면서 그가 보여준 섬김의 마음을 담은 형님 리더십을 다룬 기사들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가령 오랜 경기로 피로가 누적되었거나 경기 중 다친 선수들을 직접 찾아가 격려해 주고 그 선수들을 자신이 손수 마사지해 주는 따뜻함과 친근감을 베풀었던 미담들이 여기저기에서 전해집니다.
또한 일취월장한 실력으로 해외 원정 경기에 참여하기 위해 비행기로 이동 중인 상황에서 몸이 불편한 선수를 위해 자신의 비즈니스 좌석을 선뜻 내어주고 자신은 이코노믹 좌석으로 가서 이동했다는 숨은 이야기는 그의 선수들을 사랑하는 섬김의 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그러면 그의 이러한 섬김의 리더십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생각해 봅니다.
그의 섬김의 리더십은 자신의 겸손하고 신실한 신앙심에서 나온 것임을 잘 압니다. 경기 중 간간이 잡히는 화면을 통하여 순간 순간 기도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예수님의 마음을 닮아가려는 성자의 모습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분을 관심 있게 모니터링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박 감독님이 제가 섬기는 같은 교회 집사이기 때문입니다. 2017년 베트남 축구 감독으로 부임하기 전까지 같은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문도 없이 베트남 축구 감독으로 부임해서 떠났다는 뉴스 기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가 진행 중이던 2021년 쯤에 휴가 차 잠시 한국에 들렀을 때 본교회에 와서 예배를 드린 적이 있습니다. 예배 후 사회자의 소개가 이어지자 마지못해 일어나 수줍게 인사하는 모습에서 여전히 겸손한 리더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높이 올라갈수록 더 낮아지는 리더의 모습, 그에게서 발견한 진정한 섬김의 리더십입니다.
섬김의 리더십 관점에서 볼 때, 세상 속에서는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찾아보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처음에는 낮아진 모습과 섬기고자 하는 초심의 마음으로 시작하지만 점차 승진과 영전을 거듭하면서 소위 세상의 부와 명예와 권력을 잡는 순간부터 그 초심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리기 십상입니다. 그 초심의 자리에 서서히 교만과 욕망이라는 마음이 대체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치 영원할 것 같은 부와 명예와 권력이라는 마약에 중독되어 목이 뻣뻣해지고 안하무인의 모습으로 전락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어쩌면 사람이 가진 숨겨진 속성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들을 향해 쉽게 돌을 던지기가 어려운 것은 우리들도 언젠가 그 자리에 서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충분히 그럴 개연성이 다분하기 때문입니다.
4년마다 돌아오는 선거철이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선거 공약에 단골로 등장하는 클리셰(cliché)를 기억합니다. 영원한 국민의 종이니, 국민을 위한 일꾼이요, 국민의 심부름꾼이니 하는 판에 박힌 말을 운운하며 낮은 자로 자처하며 나서는 철새 정치인들의 등장입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섬김의 리더십을 막말 잔치하듯 쏟아내는 통에 진정한 일꾼이란 옥석을 가리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일단 당선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돌변하는 그들의 모습을 쉽게 경험하는 것이 다반사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지요.
진정으로 더 낮은 곳으로 임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교회에서 신앙 생활을 하면서 귀하게 받게 되는 직분에 대하여 교회를 잘 알지 못하는 친구들에게서 종종 이런 황당한 질문들을 받게 됩니다.
교회에서 장로를 땄구나. 그거 따는데 돈이 얼마나 들었어?
장로보다 더 높은 자리가 있어? 목사 다음이 장로야?
선뜻 대답하기가 어려운 질문입니다. 세상의 언어와 믿음의 공동체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다소 상이하기 때문입니다. 세상과 다른 교회의 직분을 설명하는 데에 다소 어려움이 따릅니다.
교회에서는 신앙생활의 연수와 신앙의 깊이에 따라서 각기 다른 직분이 주어집니다. 그 직분에 따라 책임져야 할 영적인 지경이 확장되는 것일 뿐, 세상의 관점에서의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개념이 아닌 것으로 이해합니다. 세상의 지혜와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영적 지경을 책임지는 역할이라 새로운 직분이 주어질수록 더욱 무릎을 꿇고 내 능력이 아닌 하늘로부터 부어주시는 성령의 능력과 은사에 더 간절히 의존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영적 지경이 넓어질수록 더 낮은 곳으로 임하는 겸손과 섬김의 리더십을 간절히 사모해야 합니다.
믿음의 공동체에서의 직분에 대한 영적 원리입니다.
앞서 언급한 박항서 감독의 리더십은 세상의 자리에서 자신이 가진 영적 원리인 진정한 겸손의 마음을 접목한 섬김의 리더십을 실천한 성공적인 사례라 생각합니다.
2000년 역사를 통하여 일찍이 우리에게 이러한 낮아짐의 섭리를 몸소 보여주신 분이 바로 이 땅에 구세주, 즉 메시아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만왕의 왕이시며 전능하신 하나님의 아들께서 하늘의 영광스러운 보좌를 버리고 인간의 모습으로 성육신하여 세상 가운데 찾아 오셨습니다. 가장 귀한 분이 세상의 가장 미천하고 낮은 곳인 이스라엘의 작은 마을 베들레헴의 작은 마구간에서 처녀의 몸을 빌어 태어나셨습니다. 아마도 세상을 구원하실 만왕의 왕의 모습을 몸으로 몸소 실천하심으로 후대에 이를 믿는 자마다 배우기를 원하신 하나님의 마음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마태복음 20장 26절~28절
만왕의 왕이신 예수그리스도께서 몸소 이렇게 낮은 곳으로 임하시는 모습을 보며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모습은 과연 어떠해야 하는지 묻게 됩니다.
잠시 살다가는 인생에서 분에 넘치게 얻게 되는 자리에서 우린 얼마나 더 행복할 수 있는지?
아침 안개처럼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화무십일홍처럼 잠시 피었다 시들어 버리는 짧은 인생의 여정에서 더 오래 기억될 진정한 리더의 모습은 아마도 예수님께서 보여준 낮은 곳으로 임하는 그런 섬김의 리더십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진실한 마음으로 더 낮은 곳으로 임할 때 그 모습은 영원히 기억되며 아름답게 칭송될 것입니다. 그 낮은 자리에서 그 자리를 허락하신 분께 감사하며 찬양과 영광을 올려 드릴 때 그 자리는 영원히 빛날 것입니다. 비록 그 사람의 자리는 언젠가 끝나겠지만 그의 낮아진 모습에서의 진실한 섬김은 세상에서는 물론 하늘에서도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우리들의 삶의 여정에서 선물처럼 주어질 부와 명예와 권력이라는 성공을 응원하고 기도합니다.
그리고 그 꿈이 이루어 지는 날, 그 성공의 자리에서 시작의 초심을 기억하며 더 낮은 곳으로 임하시길 간절히 원합니다.
< 늘푸른언덕>
첫댓글 진짜 우리 민족의 새해인
설날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해 하늘로부터의
축복과 은혜를 풍성하게 누리시고
계묘년의 검은 토끼처럼
힘차게 도약하는 한 해 되시길
응원하고 기도합니다.
<늘푸른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