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서포터즈] 리뷰 - 숫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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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blog.naver.com/gcinelove)
<숫호구>는 ‘감성코믹 SF연애판타지’를 표방한다. 어딘가 묘한 느낌을 준다. 감독의 이력은 더 묘하다. 백승기 감독은 첫 번째 장편영화로 제1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후지필름 이터나상을 수상했다.엉뚱함과 재기발랄함으로 승부하고 있다.
서른 살이 넘도록 연애 한번 못해본 주인공 원준(백승기)은 이상한 제안을 받는다. 사이코 같은 한철(조한철)이 아바타(손이용)를 이용해 여자를 유혹할 수 있는 법을 알려준 것이다. 연애를 할 수 있어서 좋아했지만, 오래 못 간다. 지나(박지나)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그녀가 좋아하는 건 자신이 아니라 아바타였기 때문이다. 아바타는 보약이 아니라 독약이었던 것이다.
영화가 웃긴 이유는,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많은 남자 관객들을 울리기 때문이다. 심각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보다는 다 아는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 영화를 본 사람은 NG 장면을 그대로 가져다 쓴 거 같아 처음에는 당황했는데, 다 보고 나니 웃음을 잘 버무려 내려고 했던 것으로 이해한다고 했다.
이 말이 정답이 아닐까? 대형상업영화와 비교하면 이 영화는 초라하다. 하지만 초라함을 뛰어넘을 무기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저예산 영화가 소화하기 힘든 SF, 드라마, 멜로, 판타지까지 도전하는 시도를 했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주인공의 천진난만한 표정이 웃음을 짓게 만든다.
감독은 연출, 각본, 주인공까지 맡아서 다 했다. 자전적 이야기를 황당무계 하지만 공감가는 이야기로 만들려면 자신이 아는 절절함이 묻어나야 한다고 생각한 듯하다. 캐릭터가 다소 과장된 것처럼 보이지만, 공감을 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길을 찾는 주인공에게 나타난 아바타를 보면 여러 작품을 버무려, 새 맛을 찾으려는 솜씨를 발견할 수 있다.
새로운 얼굴과 몸으로 태어난 원준이 여자에게 매력적인 남자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숫호구>를 성관계에 미친 남자의 소동극이라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 차라리 SF적인 상상력이 더해진 판타지영화로 볼 수 있다. 화려한 미장센보다는 공감가는 유머와 묘한 캐릭터를 통해 곰살맞은 연애의 추억을 전하는 노력이 돋보인다. 감독은 직접 연기를 하면서 주인공이 느끼는 비루함과 애석함을 가감 없이 전하려고 했던 것이다.
알고 보니 감독은 전직 고등학교 미술교사였다. 대학 때부터 여러 가지 영상을 만드는 등 영화에 대한 꿈을 이어갔다. 특이한 점은 슈퍼를 임대해, 주민들과 함께하는 상영회를 시도했고, 동네 아이들 생일잔치도 해주었다는 것이다. 이런 정서가 영화에도 반영된 것 같다. 화려하고 폼 나는 연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의 동반자는 바로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
처음 포스터를 보았을 때는 제목이 묘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좀 알 것 같다. 연애를 제대로 못해본, 곰살맞은 말로 여자들한테 점수를 따고 싶었던 경험을 살리려 했던 흔적이 드러난다. 다소 과장은 있지만, 자전적인 이야기가 반영된 탓에 엉뚱한 캐릭터지만 재기발랄함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더럽혀지지 않아 깨끗한 상태를 뜻하는 접두사 ‘숫’ 처럼, 이 영화는 재기발랄함에 깨끗함이 더해져 오래도록 잔상이 남는 영화가 될 것 같다.
첫댓글 몇 자 적었습니다. 영화 공부하시는 분들도 있을테고 해서..
제목부터 흥미유발했던 영화라 관심 갖고있었는데,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