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869〉
■ 겨울나무에게 (박화목, 1924~2005)
동구 밖 외진 둔덕 겨울나무는
황량한 들녘을 바라보며
울고 있는가, 오늘의 아픔을
쓰다듬을 길 없어 앙상한 가지
부르르 떨며
하늘 향해 그 어떤 애절한 호소를
외치고 있는가, 겨울나무여
그토록 얼룩졌던 곤욕의 나날들
낙엽들 함께 어디론지 모두 떠나보내고
새해 돌아왔으니 기쁜 소식 물고
들까치도 날아와 마을 향해 깟 깟 깟
지저귐즉 하다마는
아직 삼동 내 몰아치는 차운 바람 가시잖고
밤하늘의 별들도 꽁꽁 얼어붙는구나
하나 오는 새봄의 소망을
땅속에 묻어둘 순 없어
언젠가는 새엄 돋아 다시금
푸른 잎사귀들로 감싸일 것을,
그 믿음으로 하여 겨울나무
오늘 꿋꿋이 서 있음은…
차운 바람 스치는 가지 끝에서
기도의 음성을 듣네
둔덕의 겨울나무여!
- 2003년 시집 <시인과 세월> (창조문예사)
*올해도 이제 2월 하순, 3월이 코앞인데도 아침엔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한겨울 날씨입니다. 일요일인 어제는 바람이 제법 불어서, 햇빛이 내리쬐는 한낮의 잠깐을 제외하곤 매우 썰렁한 하루였습니다. 그래선지 올핸 유난히 춥고 긴 겨울이라는 느낌이군요. 따사로운 봄날이 더욱 그리운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우리보다 훨씬 더 봄날을 갈구하는 존재는, 지금도 벌거벗은 채 한겨울 못잖은 2월 추위를 견디고 있는 나무들이 아닐까요?
이 詩는 따뜻한 새봄을 기다리며 혹독한 추위를 견디는, 동네 어귀 둔덕 위에 서 있는 겨울나무에 대해 노래한 작품입니다.
이 詩에서는 겨울 찬 바람에 흔들리며 웅웅 소리를 내는 겨울나무 가지를 보면서, 아픔에 울고 있다고 말합니다. 마을 어귀 둔덕의 나무 위에서 좋은 소식이 있을 때 '깟 깟 깟' 소리치던 들 까치들도 몰아치는 매서운 삼동(三冬)의 추위 탓에 노래하지 않는다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밤하늘의 별들도 꽁꽁 얼어붙는’ 한겨울 추위 속에서 의연하게 서 있는 겨울나무의 모습을 보며, 시인은 반가운 소망을 발견합니다. 그것은 곧 다가오는 ‘새봄의 소망’입니다. 겨울나무들은 그 푸른 소망을 믿고, 다시 새엄 돋아 푸른 잎사귀들로 감싸일 것을 바라며 꿋꿋하게 추위를 견디고 있는 것이라고 말이죠.
내일부터는 여기에도 봄이 오나 봅니다 그려.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