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행복한 노후를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내집마련에 자녀 교육자금 대다 보면 아무런 준비 없이 노후를 맞기 십상이다. 편안한 노후의 첫째 조건은 살기 좋은 주거지다. 시골에 살고 싶지만 편의시설이 불편하고, 도시에 살겠다고 마음먹으면 매연으로 뒤덮인 공기가 답답해 고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은퇴 후 거주하기 가장 좋은 곳은 어디일까. 매경이코노미가 전문가 설문을 통해 은퇴 후 살기 좋은 국내, 국외 지역 순위를 매겨보고 안락한 노후생활을 위한 필수조건을 살펴봤다.
◆ 양평·여수, 타운하우스에 살고파…‘은퇴 후 좋은 주거지’ 설문조사 해보니 ◆
‘서울 또는 판교, 거제, 여수 100㎡(30평)대 타운하우스가 제격’.
매경이코노미가 부동산 전문가와 국내 금융권 대표 PB 50인을 대상으로 ‘은퇴 후 살기 좋은 도시’를 설문조사한 결과를 간단히 정리해본 결과다.
먼저 은퇴 후 살기 좋은 도시를 조사해 보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도시들이 1~10위 중 7곳을 차지했다. 이 중 서울이 단연 1위를 기록했다. 총 50명이 30표(복수응답 기준)를 찍어 전체 28.57%를 차지했다. 노후에 굳이 거주지를 옮길 필요 없이 살던 곳에 계속 살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다.
2위는 경기 판교·분당신도시였다. 21표를 얻어 20%를 차지했다. 제주도(16표, 15.24%), 경기 용인시(8표, 7.62%), 경기 양평군(7표, 6.67%)이 3~5위를 기록했고 경남 거제시(6표, 5.71%)가 6위, 경기 파주시와 일산신도시가 공동 7위(4표, 3.81%), 그리고 강원 강릉시, 전남 여수시, 부산시, 인천 송도국제도시가 공동 9위(3표, 2.86%)에 올랐다.
서울에서는 강남3구·용산 인기
1위에 오른 서울 내에서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를 비롯해 신흥 인기 주거지로 떠오르는 용산 등이 이름을 올렸다. 서울 강남3구를 선택한 강지현 하나은행 골드센터 PB부장은 “기존에 살던 곳이라 익숙했고 자녀가 거주하고 있는 데다 각종 병원 등의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 일대를 고른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미군이 2016년 이주할 경우 241만㎡(73만평) 공원이 조성되는데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에 비견할 만한 서울의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며 “한강 편의성을 누릴 수 있는 데다 국제업무지구까지 완성될 경우 부촌 가치도 기대되는 최적 입지”라고 소개했다.
물론 수도권 도시들도 서울 못지않은 인기를 자랑했다. 경기 용인시와 양평군을 고른 강공석 투모컨설팅 대표는 “서울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배산임수형 입지이면서 문화 네트워크 단절을 피할 수 있는 곳으로 용인, 양평만 한 곳이 없다”고 강조했다. 경기 용인시를 고른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사장은 “서울, 분당 등 대도시와 인접해 있고 골프장 등 운동시설이 많아 노후 주거지로 괜찮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양평군에서는 서종면 문호리 일대가 많은 추천을 받았다. 박합수 팀장은 “서울 잠실 출발 기준 20분 거리에 전원생활을 누릴 수 있는 지역이면서 북한강에 인접한 게 매력”이라며 “아산병원, 백화점 접근성이 좋고 사실상 출퇴근도 가능한 거리라 노후 주거지로 괜찮다”고 강조했다.
제주 서귀포는 전원주택지로서 바람이 비교적 안정되고 한라산 조망이 수려해 날씨가 온화한 게 장점이다. 바다 조망이 좋은 데다 헬스케어타운까지 입주할 경우 은퇴 후 건강관리 부담이 적다는 것도 전문가들이 꼽은 매력요인이었다.
그렇다면 이들 지역을 고른 기준은 뭘까. 전문가들은 다양한 편의시설(26.56%)을 1위로 꼽았다. 이어 자연환경(25%), 교통 접근성(20.31%), 자녀 주거지와 가까울 것(12.5%), 고향이나 연고가 있는 곳일 것(7.81%)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고향이나 연고가 있는 곳보다는 자연환경이 좋고 편의시설이 많으면서 교통 접근성이 편리한 곳이 노후 주거지로 안성맞춤이라는 얘기다.
아파트보다 타운하우스 인기, 월 생활비는 300만원 이상
지역이 정해졌다면 주거유형을 골라야 할 터. 전문가들이 선택한 주거유형으로는 타운하우스가 52%를 차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주택 중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59%로 절반을 넘었지만 노후에는 아파트를 벗어나 땅을 소유할 수 있는 타운하우스가 인기를 끌 것이란 얘기다. 물론 2위로는 아파트가 30%를 차지해 여전히 높은 인기를 자랑했고 단독주택(8%), 한옥(6%), 빌라(4%)를 선택한 응답자들도 있었다.
노후에 거주할 주택의 적정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한동안 인기를 끌던 중대형 주택 인기가 시들고 소형 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노후엔 소형 평형이 인기를 끌긴 어려워 보인다. 66㎡(20평)대 미만 주택이 인기를 끌 것이란 응답자가 전무한 게 이를 증명했다. 100㎡(30평)대 이상~132㎡(40평)대 미만 주택이 전체 58% 응답을 얻어 과반수를 차지했다. 이어 66㎡(20평)대 이상~100㎡(30평)대 미만 주택은 28%, 132㎡(40평)대 이상~165㎡(50평)대 미만 주택은 12%를 얻었다.
노후생활에 필요한 월 적정 생활비는 어느 정도일까. 전문가들은 적어도 부부 기준으로 월 300만원은 있어야 풍요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월 300만원 이상~400만원 미만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44%를 차지해 1위를 기록했고 20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34%), 400만원 이상(18%), 100만원 이상~200만원 미만(4%) 순이었다. 반면 100만원 미만이라고 응답한 전문가는 1명도 없었다.
국외 주거지로는 美 샌프란시스코·호주 시드니 선호
은퇴 후 주거지로 우리나라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을 터. 은퇴 후 살기 좋은 국외 주거지에 대한 질문도 던졌다. 주로 미국, 호주, 캐나다 등이 인기를 끈 가운데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도 인기를 끌었다.
설문조사 결과 미국 샌프란시스코, LA, 하와이가 25.93%(14표)를 얻어 전체 1위를 기록했다. 2위로는 호주 시드니, 호바트가 20.37%를 차지했고 캐나다 밴쿠버, 화이트록(16.67%),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 랑카위, 코타키나발루(14.81%)가 3~4위를 기록했다. 공동 5위로는 뉴질랜드, 태국, 필리핀 등 다양한 지역이 이름을 올렸다.
기타의견으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선택한 신봉교 마이다스에셋 본부장은 “풍부한 자원부국이면서 인적자원도 풍부하고 정치·사회적으로 안정되고 있어 적은 비용으로 은퇴 후 여가활동을 누리기 좋다”고 설명한다.
어떻게 설문했나
PB·부동산전문가 50명 이메일 설문
이번 커버스토리를 위해 매경이코노미 선정 ‘한국의 대표 PB’ 중 30명, 부동산 전문가 20명 등 총 50명을 대상으로 이메일 설문을 진행했다. 설문기간은 7월 8일부터 11일까지 총 4일간이었다. 설문 내용에는 은퇴 후 살기 좋은 국내, 국외 주거지뿐 아니라 은퇴 후 살기 좋은 주거 유형, 주택 적정규모, 은퇴 후 필요한 생활비 등도 포함했다. 은퇴 후 살기 좋은 주거지에 대한 질문은 3곳 복수응답을 받았다.
▶설문에 응답해주신 분들(총 50명, 가나다순)
강공석 투모컨설팅 대표, 강민구 IBK기업은행 강남PB센터 팀장, 강민석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 강순이 교보생명 FP명예전무, 강재순 대신증권 강남지점 차장, 강지현 하나은행 골드센터 PB부장, 강채민 메리츠종금증권 잠실지점장,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대표, 권이재 하나대투증권 WM, 김기홍 대한생명 강남FA센터장, 김기환 미래에셋증권 WM센터 부장, 김일수 씨티프라이빗뱅크 PB팀장, 김재언 삼성증권 부동산전문위원, 김태호 알투코리아 이사, 문은주 산업은행 종로개인금융지점 차장, 박대범 농협중앙회 대전PB센터 팀장,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 박상훈 우리은행 이매역지점장, 박승호 KB국민은행 방배PB센터 팀장, 박원갑 스피드뱅크 소장, 박인섭 교보생명 노블리에지원팀장, 박점희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전무,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 백성준 한성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서재연 대우증권 갤러리아 PB클래스 차장,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 신봉교 마이다스에셋 본부장,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 안성은 씨티골드 강남지점 팀장, 양재모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 양해근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 유철 대우증권 양천지점 팀장, 윤여신 CBRE코리아 이사,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사장, 윤희숙 신한은행 분당PB센터 팀장, 이종숙 유진투자증권 도곡자산관리센터 차장, 이환희 KB투자증권 압구정PB센터 차장, 정봉주 하나은행 부동산팀장, 정성진 KB국민은행 청담PB센터 팀장, 정익교 한미글로벌 부장, 조민이 부동산1번지 팀장, 조인배 푸르덴셜생명 라이프플래너, 최미숙 농협중앙회 분당PB센터 팀장, 최재원 유로통상 상무, 한태욱 대신증권 부동산전문위원,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 황영태 신한금융투자 수원지점 PB
◆ 제주·거제 등 해안 도시 상위권…눈길 끄는 국내 도시들 ◆
제주 중문관광단지
이번 설문조사 결과 ‘은퇴 후 살기 좋은 도시’로 수도권에서는 경기 용인, 양평, 인천 송도국제도시가 10위권에 올랐다. 수도권을 벗어나면 제주, 경남 거제, 전남 여수 등 바다를 접한 도시가 인기를 끌었다. 주요 도시들의 매력 포인트를 살펴봤다.
■ 제주(전체 3위)
온화한 기후에 편의시설 다양
이번 ‘은퇴 후 살기 좋은 도시’ 설문 3위에 오른 제주도는 도시 근로자들이 은퇴지로 고려하는 지역 중 하나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제주도가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 때문이다.
제주도는 한라산, 성산일출봉, 거문오름용암동굴계 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한라산은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이며, 성산일출봉과 같은 단성화산체(cinder cones·오름)는 제주도에 무려 360개나 있다. 용암동굴은 지금으로부터 약 10만~30만년 전에 거문오름에서 분출된 용암으로 만들어졌다. 미국과 캐나다의 유명한 은퇴 마을도 주로 바다와 호수에 접해 있거나 경관이 좋은 구릉지에 위치한다.
이처럼 제주도는 빼어난 자연환경으로 유명하지만 단지 이런 이유만으로 제주도를 최적의 은퇴지로 꼽는 것은 아니다. 제주도는 경제적 관점에서도 나쁘지 않은 은퇴지다. 부동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편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기준으로 제주도의 3.3㎡당 아파트 매매가격은 부동산정보업체 리얼투데이 조사 결과 평균 490만원에 불과하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제주도 아파트 가격은 경상남도 평균 수준과 비슷하기 때문에 은퇴지를 선정할 때 집값으로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라고 표현했다.
아파트 매매가 3.3㎡당 500만원 못 미쳐
제주도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곳은 국제공항과 제주도청이 인접한 제주시 노형동. 인근 아파트 가격 대비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편인 노형뜨란채의 경우 3.3㎡당 매매가격은 800만원 선으로 절대가격이 크게 높지는 않다. 또한 제주시라고 하더라도 다 비싼 것은 아니다. 제주시 이도2동 동아아파트는 3.3㎡당 380만원 수준이다.
제주도는 또한 은퇴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이미 관광지로 개발된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환희 KB투자증권 압구정PB센터 차장은 “제주도는 은퇴 후 할 거리, 놀 거리, 먹을거리가 많아 취미생활을 즐기려는 은퇴자들에게 적합한 은퇴지”라고 소개했다. 일선에서 은퇴해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취미생활은 필수. 제주도는 녹지가 많고 올레길 등 관광지로 개발돼 있어 음식이나 문화 등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이 잘 갖춰져 있다는 말이다.
다른 은퇴지와 비교하면 편의성이나 접근성 측면에서도 제주도가 유리하다. 최근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국내 저가 항공사들이 김포~제주 노선에 진출함에 따라 항공업계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로 인해 심지어 1만원짜리 김포~제주 간 항공권이 판매되기도 했다. 제주도 항공권 가격이 하락하면서 비행기를 통해 제주도를 방문할 수 있는 기회도 넓어졌다.
양지영 팀장은 “가깝게 살아도 노부모를 찾지 않는 자녀들이 많아 사회적 문제”라며 “제주도는 휴양지로 유명하다 보니, 여름휴가나 특별한 날이 되면 자식들이 부모를 방문하면서 휴가도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은퇴지로 제주도를 선정한다”고 말했다.
■ 경기 양평군(전체 5위)
서울서 20분 거리 전원도시
한강 남단 올림픽대로를 지나 경춘고속도로를 30여분 달렸을까. 서종톨게이트로 빠져나오면 앞에는 강, 뒤에는 산인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이 펼쳐진다. 이곳은 상수원보호구역인 북한강 유역의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서종면 인구는 40 00여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3450가구, 7179명에 이른다. 최경식 대호공인중개사 대표는 “은퇴 수요가 30%가량인데 이들은 생활수준도 상당해 고급 단독주택이 주로 들어선다”고 밝혔다.
양평군에 은퇴자들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도심 접근성이다. 양평군 서종면에서 서울 잠실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20분. 최경식 대표는 “여기서 30분 내로 갈 수 있는 대형 병원이 총 5개다. 삼성의료원, 아산병원 등 국내 내로라하는 병원들도 그 안에 다 있다”고 밝혔다.
읍내에 농협하나로마트가 있기 때문에 웬만한 구매는 다 할 수 있고, 쇼핑을 위해서 서울 잠실 등을 찾기도 쉽다. 대중교통도 이용하기 편하다. 시내버스를 타고 10분이면 지하철 중앙선 양수역이다. 양수역에서 청량리역까지 41분 걸린다.
마당 텃밭으로 쓰면서 취미생활 누리기에 편리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에 위치한 전원주택.
은퇴자들이 몰리는 두 번째 이유는 자연환경이다. 인근에 중미산, 통방산, 청계산 등 유명한 산이 위치해 있고, 이 산들은 모두 해발 500m 이상 높이다. 산이 높기 때문에 계곡도 깊고, 물이 맑기로 유명하다. 알려진 계곡만 해도 명달계곡, 벽계계곡 등이 있다. 피서철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다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다.
전원에 보금자리를 잡으면 흔히 지루하고 심심하다는 편견을 갖기 쉽다. 하지만 양평군은 소일거리도 다양하다. 일단 집집마다 마당의 일부분을 텃밭으로 쓴다. 대한항공 기장 출신인 최대영 씨(69)는 “여기는 어느 집이건 텃밭이 있다. 텃밭에 옥수수, 채소류, 살구나무 등을 가꾸다 보면 한가할 틈이 없다. 이웃들끼리 서로 도와가며 텃밭을 일군다”고 말했다. 취미로 등산, 낚시 등을 하기에도 적합하다. 단 낚시는 상수원보호구역인 북한강에선 금지돼 있고, 계곡에서만 가능하다.
양평군에 자리 잡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최대영 씨는 “옆집엔 패션전문가, 뒷집엔 홍대 미대 교수 출신이 산다. 셋이 자주 어울린다”고 말했다. 이 마을 토박이인 황승혁 씨는 “고위공무원, 자산가들이 이곳을 많이 찾는다”고 귀띔했다. 최대영 씨는 서종면에 자리 잡은 계기가 기이하다. 공군에서 20년, 대한항공 기장으로 20년간 근무했던 최 씨는 부모님 묘소를 서종면에 모셨다. 그리고 일본으로 여객기를 몰고 떠날 때마다 서종면을 내려다보며 “잘 다녀오겠다”고 인사를 했다.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결국 2008년부터 서종면에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이곳에 자리 잡는가 하면 배우 감우성, 김수로 씨도 양평군 서종면에 거주하고 있다.
양평군 서종면 토지가격은 북한강이 보이느냐에 따라 다르다. 북한강이 잘 보이는 강 유역은 3.3㎡당 200만원을 호가한다. 강 유역을 벗어나면 3.3㎡당 60만~100만원까지 다양하다. 최경식 대표는 “대개 660~1000㎡(200~300평) 규모로 토지를 조성해서 132~165㎡(40~50평)짜리 주택을 짓는 것이 보통이다. 강 유역만 벗어나면 주택 구입비용은 4억~5억원가량 된다”고 밝혔다.
■ 경남 거제시(전체 6위)
멋진 바다 조망에 교통도 편리
‘천혜의 절경에 활발한 도심과의 교류’ 은퇴 후 살고 싶은 도시로 거제를 꼽는 이유다.
거제는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다. 인구 24만명으로 360만 부산 인구의 10%가 채 안 된다. 전문가들은 거제가 제주도에 버금가는 절경을 갖췄는데도 ‘고립성’이 덜 느껴진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지난해 12월 거가대교 개통 후 거제와 부산은 동일생활권역으로 묶였다. 부산에서 거제까지 통행 거리가 140㎞에서 60㎞로 단축된 것이다. 조인배 푸르덴셜생명 라이프플래너(ExLP)는 “거제에서 부산까지 1시간 내에 갈 수 있다. 향후 10년 내 가덕도에 신공항이 들어설 확률이 높아 교통입지는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거제8경 보며 승마·요트 즐긴다
뛰어난 자연경관도 빼놓을 수 없다. 거제도 여행지 중 가장 유명한 8곳을 거제8경이라 한다. 특히 ‘바다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해금강의 깎아놓은 듯한 절벽이 일품이다. 조인배 ExLP는 “배산임수의 지형적 특성으로 앞바다에서는 낚시가 가능하고 집 주변 텃밭에서는 과실과 채소 등을 재배할 수 있어 은퇴 후 살기 적합하다”며 추천했다.
이 외에도 승마장 한 곳과 요트학교도 운영 중이라 다양한 취미활동을 즐길 수 있다. 최근에는 스크린골프장도 많이 생겼다. 배윤경 거제시 도시건설국 주사는 “거가대교가 위치한 장목면에 골프장이 개장했다. 추가로 두 군데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고 2014년에는 한화리조트도 들어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거제에 집을 마련하는 데 드는 구체적인 비용은 얼마일까. 전원주택용 지가는 3.3㎡당 100만원 정도다. 조인배 ExLP는 “위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개 330㎡(100평) 정도 부지에 165㎡(50평) 정도 크기 복층 건물을 짓는 데 5억~10억원 정도 비용이 든다. 부산 외곽지역 시세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허대영 거제시청 문화공보과 담당주사도 “토지매입비가 2억~3억원 정도 들고 건축비까지 포함하면 4억~5억원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재정능력이 있는 은퇴자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문화예술을 즐길 만한 공간이 부족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쇼핑시설로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이 여섯 군데 정도 입점돼 있지만 미술이나 공연 활동을 즐길 만한 시설은 많지 않다. 현재 거제시청은 ‘예술 창작촌’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미술,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을 모집한 후 폐교를 리모델링해 전시실과 작업실, 아카데미실 등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 추후 이런 문화시설이 늘어날 경우 거제의 매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전남 여수시(전체 9위)
‘이건희 땅’ 위치한 소라면 경관 일품
“여수는 푸껫, 방콕 등 세계적인 은퇴도시보다 더 잠재력이 있는 곳입니다. 해안가를 둘러싼 절경, 따뜻한 기후, 교통여건 등 어느 것도 빠지지 않습니다. 내년 5월 세계박람회가 열리고 배후도시가 지금보다 발전하면 외국인들도 은퇴 후 여수를 많이 찾을 겁니다.”
양재모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전하는 말이다. 실제로 여수는 ‘은퇴도시’를 중요한 도시발전 비전으로 삼고 있다. 김충석 여수시장은 “2012 여수세계박람회를 보러 온 세계인들이 여수의 아름다운 해안과 섬에 깜짝 놀랄 것”이라며 “천혜의 자연조건을 바탕으로 은퇴자들이 여생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휴양촌 개발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여수시는 올 7월 은퇴도시 조성을 위한 연구용역을 전문연구기관에 의뢰했다. 연구결과를 검토해 세계박람회를 마치고 본격적인 은퇴도시 조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전라남도 여수시에서 은퇴 후 주거지로 적합한 지역은 3~4곳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땅이 자리 잡은 소라면에서 율촌면에 이르는 서쪽 해안가는 일몰이 일품이다. 여수시는 크게 두 개의 커다란 만을 끼고 있는 도시다. 서쪽에 여자만, 남쪽에 여수만이 위치해 있다. 여수만을 끼고 있는 해안가 중에는 통일교에서 개발하고 있는 화양지구와 돌산갓 재배지인 돌산해안이 유명하다.
3억원이면 165㎡ 집 지을 수 있어
은퇴 후 주거지로서 여수의 가장 큰 장점은 자연환경이다. 연중 온화한 날씨에 봄, 가을이 길다. 한여름인 8월의 평균기온이 25.7도에 불과하고 한겨울인 1월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나비처럼 생긴 여수반도에는 두 개의 만과 365개의 크고 작은 섬이 있고, 여수시 남쪽이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양재모 교수는 “은퇴 후 연령층이 거주하려면 일단 따뜻해야 한다. 여수는 기후가 좋고,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여수 교통여건도 은퇴 후 주거지로서 적합하다. 서쪽 해안가에서 여수시 율촌면에 위치한 여수공항까지는 자동차로 10~20분 만에 도달할 수 있다. 여수공항에서 김포공항까지 운행하는 비행기는 하루에 왕복 8편이 있고, 세계박람회를 계기로 오는 9월부터 KTX가 운행될 예정이다. KTX를 타면 용산역에서 여수역까지 3시간 7분이 걸린다. 도로 역시 정비해 자동차로 4시간이면 서울에 이를 수 있는 거리가 됐다.
편의시설은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를 계기로 대폭 개선될 예정이다. 30만명이 거주하는 여수시는 병원, 쇼핑타운 등을 갖췄고, 동서해안에서 시내까지 불과 20분 거리다. 세계박람회를 앞두고 아쿠아리움, 해양타운, 워터파크, 콘도 등 편의시설 설립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농어업 복합지역인 여수는 은퇴자들이 텃밭을 일구거나 낚시를 즐기기도 쉽다. 따뜻한 햇볕과 적절한 강우량으로 작물 재배에 적합한 기후를 갖추고 있고, 해풍을 맞고 자란 돌산갓으로 담근 김치는 여수 대표 특산물이다. 인근 호랑산, 천성산에 오르면 여수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고, 돌산 남동쪽 봉황산, 금오산에서는 남해안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호랑산은 신라 화랑들이 무예를 연마하던 산으로도 유명하다.
여수는 다른 곳에 비해 토지구입비가 저렴한 편이다. 3.3㎡당 50만~70만원에 토지를 구입할 수 있다. 500~660㎡(150~200평) 부지 구입비용이 1억원 정도다. 132~165㎡(40~50평)에 주택을 짓는 비용이 2억원가량 된다. 3억원이면 충분히 토지, 주택 구입이 가능하다.
◆ 외국인 토지 소유 쉬운 말레이시아 매력…살기 좋은 외국 거주지는 어디 ◆
태국 치앙마이
“은퇴하는 고객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전원생활을 꿈꾸지만, 쉽게 결정하지는 못해요. 서울에서 20년 넘게 아파트 생활을 해온 사람이 갑자기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외국에 갈 리 없잖아요. 대체로 외국에 가더라도 예전에 살아본 경험이 있거나 연고가 있는 도시 지역을 선호하더라고요.”
고객 대부분이 강남 부자들이라는 모 은행 PB의 전언이다. 실제로 설문 응답자 4명 중 1명은 은퇴 후 살고 싶은 곳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LA 등 서부 도시 지역을 꼽았다. 여유로운 외국의 휴양 지역이 싫어서가 아니다. 그곳에 가서 할 게 없다는 게 문제다.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살기 원하는 은퇴자들에게도 휴양보다는 일이 급선무였던 것. 강공석 투모컨설팅 대표는 “외국 생활은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는 매력도 있지만 격리된다는 문제도 있기에 연고가 중요하다”며 “은퇴 후에도 수입이 있으려면 현실적으로 연고가 있는 곳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뿐 아니라 은퇴 후에도 자녀들과 멀리 떨어져 사는 것을 원치 않았다. 강남 부자들은 자녀들이 대체로 미국에 거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녀들을 자주 보기 위해서라도 미국으로 향한다는 것. 서울을 오가는 교통편이 자주 있다는 점도 메리트로 꼽혔다.
하지만 정착 비용은 만만치 않다. LA카운티나 오렌지카운티 등 한인들이 몰려 사는 곳의 단독주택은 최소 5억원가량 현금이 있어야 구입 가능하다. 현지에서는 단독주택 가격이 최고점을 찍고 하락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50만~70만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주택 임대도 쉽지 않은 상황. 최근 임대 수요가 몰리면서 렌트 비용이 20% 이상 올랐다.
미 LA카운티 단독주택 5억원, 캐나다 화이트록 월 렌트비 200만원
이는 미국 서부 도시 지역만의 문제는 아니다. 호주 시드니, 캐나다 밴쿠버도 은퇴 이민지로서 인기가 높지만, 생활비나 정착비용이 높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호주 시드니에선 단독주택 평균 가격이 약 60만달러.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단독주택 렌트 비용도 주당 480달러로 비싼 편이다. 캐나다 밴쿠버는 시드니보다는 덜하지만 주택을 구입하는 데 45만~55만달러 정도의 비용이 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도시 지역만을 고집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호주 호바트나 캐나다 화이트록이 부상하는 이유도 이 때문. 호주 남부에 위치한 호바트는 습도가 낮고 기온 변화가 크지 않아 노후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화나 의료시설이 뛰어난 것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유. 이미 한인 커뮤니티가 빠르게 형성된 호바트에서는 임대 물건이나 매물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점은 다른 지역에 비해 주택시장이 비교적 안정돼 있다는 것.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대표는 “호주는 사계절 기후 변화가 적어서 좋다. 빈부 격차가 크지 않은 점도 은퇴자들이 살기에 제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캐나다 화이트록은 밴쿠버에 인접해 있으면서도 자연을 즐길 수 있는 휴양지다. 일조량이 풍부해 백인들도 선호하는 지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성공한 은퇴자들이 많이 몰리면서 커뮤니티 수준도 덩달아 올라간 상태다.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고층 콘도의 경우, 월 렌트 비용은 200만원 안팎이다.
호주 호바트 습도 낮고 기온 변화 없어 태국 치앙마이도 은퇴 이민지로 각광
은퇴 후 재정적으로 충분한 여력이 없는 사람들은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등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운 동남아시아를 선호했다. 그중에서도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는 은퇴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 중 하나. 조호르바루 단독주택이나 콘도 임대료는 월 30만~60만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싱가포르와 함께 동남아시아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외국인 토지 소유가 허용된다. 상속세나 증여세, 취득·등록세가 부과되지 않는 등 세제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양재모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조호르바루는 문화, 의료시설이 뛰어날 뿐 아니라 평균 기온의 변화가 크지 않고 습도가 많이 높지 않아 노후에 살기 좋은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습도가 높고 기온이 낮으면 노인의 신체 특성상 즐거운 생활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양해근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도 “따뜻한 기후, 한국보다 싼 물가, 낮은 범죄율, 잘 갖춰진 인프라, 다양한 음식과 아름다운 자연, 영어가 공용어로 쓰이는 점 등이 조호르바루를 추천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태국 ‘제2의 도시’ 치앙마이도 은퇴 이민지로 각광받고 있다. 여느 동남아 국가들의 날씨와 달리 여름에도 제법 선선하기 때문. 여름에도 낮 기온이 20~25도 안팎에 지나지 않는다. 대형 종합병원과 쇼핑시설, 풍성한 먹을거리, 안정된 치안도 치앙마이의 매력. 이미 인구 25만명의 치앙마이에는 외국인만 5만명에 달한다. 치앙마이 람 병원에서는 영어를 사용하는 의료진이 상주하고 있어 외국인들이 진료를 받는 데 비교적 용이하다. 등록금이 저렴한 우수 국제학교도 시내권에만 6곳 이상이 있어 자녀들 교육에도 문제가 없다. 윤희숙 신한은행 분당PB센터 팀장은 “저렴한 생활비로 풍족한 생활이 가능하다”며 “비교적 한국과 비슷한 식생활을 즐길 수 있고, 의료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노후생활을 하는 데도 알맞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태국뿐 아니라 필리핀도 은퇴 이민지로 떠오르고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서울과 4시간 거리로 접근에 부담이 없다. 리조트 등 휴양시설이 잘 발달돼 있고, 한국 사람이 많이 진출해 있어 한국 음식점 등 식생활과 현지 적응에 문제가 없다. 또한 영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라고 말했다.
포춘지 선정 ‘은퇴 후 살기 좋은 4대 도시’
아르헨티나 산 라파엘·美 시애틀 눈길
포춘지는 지난 6월 13일자에서 은퇴자들 성향에 따라 4대 베스트 은퇴 도시를 선정했다.
첫째, ‘평생 학습자’들을 위한 대학 도시, 미국 조지아주 아테네다. 은퇴자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와 집값, 조지아대가 제공하는 풍부한 학습 환경에 이끌려 아테네로 몰려들고 있다. 아테네 당국은 아테네에 거주하는 65세 이상의 인구가 2030년에는 현재보다 두 배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지아대뿐 아니라 ‘오셔 평생 학습 기관’ 등 노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학습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은퇴자들은 전현직 대학 교수들과 함께 여행을 가거나 강의를 들을 수도 있다. 아테네 인구는 11만6714명으로 평균 집값은 11만6000달러다.
둘째, 도회적인 성향이라면 대도시로 갈 것을 권하며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을 추천했다. 점점 많은 은퇴자들이 일상의 행복을 일광욕과 골프 대신 도시가 제공하는 각종 편의에서 찾고 있기 때문. 이를 반영하듯 덴버, 샌디에이고, 심지어 뉴욕 같은 대도시들로 65세 이상 인구가 몰려들고 있다. 은퇴를 하고도 일을 계속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대도시에서의 삶은 이상적이라는 것. 대도시 중에서도 시애틀은 도시 규모와 삶의 질, 문화 수준 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시애틀은 미국 도시 중에서 예술 관련 비즈니스, 기관들 수가 많은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시애틀 인구는 60만8660명으로 평균 집값은 36만1000달러 수준이다.
셋째,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에겐 산악 도시인 미국 유타주 세인트 조지를 추천했다. 매년 10월이면 수천 명의 50세 이상 운동선수들이 세인트 조지로 모인다. ‘세계 시니어 사냥꾼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활쏘기에서 철인 3종 경기에 이르기까지 고령의 남녀들이 다양한 종목에서 경쟁을 벌인다. 그런데 다양한 야외활동을 할 수 있는 이 지역은 활동적인 성향의 은퇴 연령 인구에게 알맞다. 하이킹과 캠핑을 언제든지 할 수 있으며 주요 공원들이 인접한 게 장점이다. 세인트 조지에서 약 16㎞만 가면 스노우캐니언 주립공원이 있고 지온 국립공원과는 불과 45분 거리다. 또한 차로 3시간이면 그랜드캐니언 북쪽 지역에 닿을 수 있다. 인구는 7만2897명으로 평균 집값은 15만5000달러에 달한다.
넷째, 용감한 탐험가라면 멕시코, 유럽, 남아메리카를 추천했다. 그중에서도 아르헨티나의 중간 규모 도시인 산 라파엘은 집값이 싸고 물가가 저렴한 게 매력이다. 국제리서치협회 조사에 따르면 산 라파엘의 생활비는 미국 평균의 4분의 3 수준에 불과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비행기로 1시간 30분 거리다. 안데스산맥에서 뻗어 나온 두 강이 흐르고 있어 래프팅과 낚시도 즐길 수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품종이 좋은 포도가 자라 와인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진취적이고 와인에 관심이 있는 은퇴자라면 상당한 수입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외국인들에게 불친절한 토지 거래 서비스 환경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포춘지는 지적했다. 세금을 덜 내기 위해 부동산 가격을 실제보다 낮춰 부르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인구는 17만3000명이며 평균 집값은 15만달러 수준이다.
◆ 도시·농촌 오가는 ‘멀티해비테이션’ 가능해야(Multi-Habitation)…은퇴 후 주거지 고르는 법 ◆
은퇴 인구는 많아지고 있는데 평균 수명도 늘고 있다. 은퇴한 사람들의 수명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은퇴 후에도 40~50년 살 것을 계획해야 한다. 어디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경치 좋은 곳에 전원주택을 짓고 노후를 보내겠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노후에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살겠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사는 주거형태를 가리켜 ‘멀티해비테이션’이라고 한다. 복수, 여러 개란 뜻의 멀티(Multi)와 주거란 뜻의 해비테이션(Habitation)이란 말의 합성어로 여러 개의 집을 옮겨 다니며 사는 주거유형을 말한다.
2009년 10월 14일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행한 ‘CEO Information’에 ‘주택의 미래변화와 대응방안’이란 연구보고서가 실렸다. 보고서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선진국에서 베이비붐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주말이나 휴가 때 머무는 세컨드하우스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미국에서는 정기적으로 두 집을 왕래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스플리터(Spliter)’란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은퇴자들의 세컨드하우스가 대중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은퇴자들을 중심으로 농촌과 도시를 오가며 두 집 살림을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은퇴 후 정착해 살기 위한 용도든 아니면 멀티해비테이션용도든 은퇴 후 입지를 정할 때 가장 염두에 둘 것은 토지와 주택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전원주택·토지 환금성 약해
은퇴한 후 땅을 마련하고 집을 지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치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평생 살겠다는 생각을 한다. 인생의 마지막 기회란 생각으로 모든 재산을 투자하게 된다. 거기에 자식 생각도 한다. 자녀들이 오면 머무를 수 있는 공간도 염두에 둔다. 이런 이유로 집도 땅도 커지고 결국 투자규모도 커진다.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다.
특히 자식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해 집을 크게 지었다가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다. 노후를 보낼 집을 계획한다면 자식은 계획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 좋다. 아무리 경치 좋은 곳에 집을 짓고 자식들 자주 오라며 공간을 추가해놓아도 실제로 자식들은 시간을 내지 못한다. 그러다 보면 비어 있는 공간이 되고 결국 비용만 발생한다. 이렇게 전원주택을 짓고 살아 보면 애초에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아무 것도 아닌 때가 많다.
평생 살겠다는 생각으로 터와 집에 많은 투자를 해 덩치를 키워놓았다면 이런저런 이유로 정리를 해야 할 때 문제가 생긴다. 전원주택이나 토지의 환금성은 도심지 부동산과 다르다. 빨리 움직이려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시작할 때 반드시 팔 때를 염두에 두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작게 시작해 자신이 생기고 익숙해지면 늘려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좋은 땅과 화려한 집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무엇을 할 것인지 정해지면 그 일을 할 수 있는 땅을 찾고 그 일을 하기 적당한 집을 짓는 것이 답이다. 그래서 입지 선정을 할 때는 은퇴 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목적이 선명해야 한다. 남들이 모두 계곡을 찾고 강변을 찾는다고 똑같이 따라간 사람들은 힘들어진다. 자신의 목적과 맞는 땅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원주택지 고를 때 땅 용도부터 고려해야
사례 하나를 보자. 50대 후반에 접어든 안정숙 씨가 전원주택을 짓고 강원도로 이사한 것은 은퇴한 남편의 건강 때문이었다. 담당의사가 공기 좋은 곳에서 조용히 살라고 권해 아파트를 팔고 전원주택을 지어 이사를 했다. 그런데 살면서 안 씨 부부는 터를 잘못 잡은 것에 후회하고 있다. 공들여 짓고 정성들여 가꾼 전원주택을 팔아야겠다는 생각까지 한다.
이들의 목적은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경관 좋은 곳을 우선적으로 보고 터를 잡다 보니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산 입구였다. 아름다운 산이 뒤를 받쳐주고 있는 아주 좋은 터라 생각했다.
게다가 마당 앞쪽으로는 계곡이 흐르고 있다. 주변 경관이 아름답고 계곡 건너편으로는 등산로가 있어 두 부부는 산에도 자주 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터를 잡은 것이다. 하지만 등산객들이 많이 오는 주말만 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등산로 입구에 집이 하나 생기자 등산객들은 수시로 관심을 보인다. 관심이 지나쳐 마당까지 들어와 이것저것 만져보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 산에 올라가겠다며 차를 마당에 세우려고 들어오는 사람도 있고 화장실 빌려 쓰려는 사람, 물 얻어 먹으러 오는 사람 등이 수시로 들른다. 게다가 가끔은 관광버스로 오는 단체 등산객들도 있는데 흥이 오르면 계곡에 모여 시끄럽게 손뼉을 치고 노래도 부른다.
안 씨 부부는 토, 일요일만 되면 새벽부터 신경이 곤두선다. 차가 들어와 주차하지 못하도록 마당 입구를 막는 일부터 해야 한다. 안 씨 부부가 실수를 한 것은 목적에 대한 고려가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등산객들을 상대로 동동주를 팔고 파전을 팔면 딱 좋은 곳, 여행객들을 상대로 펜션을 하면 좋을 곳에 경관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조용히 살겠다며 자리를 잡은 것이 실수다.
전원주택을 짓고 사는 사람들 중에서 팔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다. 전원생활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도시로 돌아가야겠다는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이 전원주택을 팔고 싶어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시 하면 제대로 된 터를 잡고 제대로 된 집을 지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전원주택지를 선택할 때는 내가 그 땅을 어떤 용도를 쓸 것인가에 대한 현미경적 분석이 필요하다. 무엇을 하며 살 터전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휴식을 취할 전원주택인지 펜션으로 활용할 것인지 아니면 농사를 적극적으로 할 계획인지 등 어떤 목적으로 살 것인가를 분명히 해 거기에 맞는 땅을 찾는 것이 답이다.
서울~춘천고속도로 인접한 홍천 강변지역 제격
또 하나 사례를 보자. 60대 초반 장정수 씨는 은퇴 후 조용한 시골 마을 입구에 펜션을 지었다. 노후에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찾다 펜션만 한 것이 없다는 생각에 내린 결정이다. 마을 입구다 보니 자연스럽게 홍보가 돼 좋은 입지란 생각을 했다. 휴가철이나 주말은 펜션 이용객들로 늘 북적인다. 그런데 종종 마을 사람들과 마찰이 생긴다. 조금만 소란스러워지면 이웃 사람들이 찾아오고 전화를 한다. 시끄러우니 조용히 해달라는 것이다. 펜션사업을 포기하든가 팔고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노후생활을 위한 전원주택 입지로 가장 우선적으로 꼽는 것이 자연경관이다. 경관이 좋은 곳을 최고로 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얼마나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곳인가에 대한 고려다. 도시와의 연계성, 생활편의시설 이용의 편리성, 이웃 등이 중요하다.
고속도로IC에서 가까운 곳, 30분 이내 거리에 중소도시가 있는 지역에 자리를 잡으면 의료시설이나 생활편의시설들을 쉽게 이용할 수 있어 편하게 전원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러면서 경관이 좋은 곳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
서울, 수도권을 기준으로 경기도 지역이 우선 손꼽히겠지만 이미 개발이 많이 됐고 땅값도 비싸 만만한 땅을 찾기도 힘들다. 조금만 벗어나면 좋은 지역들이 많다.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가 닿는 강원도 홍천의 강변지역과 횡성, 원주 등이 좋다.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연계되는 충북 충주 인근, 중부고속도로와 연결되는 진천 등도 인기가 있다. 서해안에서는 충남 태안 해변가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 은퇴 희망도시는 어디
고베 행복촌, 국내 지자체 벤치마킹 1순위
일본은 세계에서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 즉 고령화율(22.7%, 2009년)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특히 75세 이상 노인 비율(10.8%)은 단연 세계 최고다. 그만큼 은퇴자 주거지가 잘 마련돼 있다. ‘단카이(團塊) 세대’ 은퇴가 진행되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 각 지자체들이 ‘고향유치센터’를 개설하고 전원주택 단지를 조성해왔다.
일본인들이 은퇴 후 살고 싶은 곳은 어디일까. 고베시는 은퇴자들을 위한 ‘행복촌’을 만들었다. 총 205만㎡ 면적에 다양한 복지시설과 여가시설, 공원 등이 구현된 통합모델이다. 재활병원, 노인치매병원을 비롯해 장애인 통원시설 등 10여개 의료복지시설이 들어서 있다. 도시공원에서는 온천, 승마, 골프 등 레저를 즐기고, 복지시설에서는 지적장애인 통원시설, 노인성 치매질환 전문병원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연간 국내외 관광객만 약 200만명이 방문할 정도로 유명해 우리나라 지자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곤 했다.
물론 은퇴 후 오히려 대도시로 몰리는 경향도 엿보인다. 대표적인 도심 주택단지인 도쿄 미드타운에는 고급 레지던스들이 즐비하다. 미드타운 주거지의 대형 주택은 월 임대료가 4500만원이 넘지만 수요는 끊이질 않는다. 이곳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가까운 미드타운 쇼핑센터에서 명품 쇼핑을 즐긴다. 경제력 있는 고령층들이 생활하기 편리한 도쿄 미드타운, 롯폰기힐스, 마루노우치 지역 등 도심으로 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