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어탕에는 추어(미꾸라지)가 들어가고
토룡탕에는 토룡(지렁이)가 들어가고
용봉(자라)탕에는 자라가 들어가고
메기탕에는 메기가 들어간다.
그렇다면 감자탕에는 감자만 들어가나?
곰탕엔 곰(?)이 들어가고 설렁탕엔 설렁이 들어가나?
내가 감자탕을 처음 맛 본 것은
집사람과 ME(marrige encounter)교육 받고 나왔을 때
안락동 성당 교우 부부가 고생했다고 감자탕을 사 준다기에 식당으로 저녁 먹어러 나갔던 것이다.
그 사람이 감자탕을 잘한다고 주문을 해서 먹었는데 그런대로 먹을만 하였다.
그 후로 시내 감자탕집 문을 여는 곳이 더러 있었다. 값도 그리 비싸지 않고
뼈다귀 사이에 붙은 살코기를 발라 먹는 재미도 있어 테니스를 치고 나서
단체로 우루루 몰려가서 몇번 먹기도 하였다.
저녁 반찬으로 집사람이 시장에서 뼈다귀를 따로 사 와서 아침부터 큰 바케츠에 넣고
끓여샀더니 감자탕을 만들어 내었다.
밥 한술 떠 먹고 감자탕 속에 있는 뼈다귀를 들춰내어 뼈다귀에 붙은 살코기를 젓가락으로
살금살금 발라 먹으니 맛이 솔솔하였다. 푹 삶은 시래기도 부드러워 목구멍으로 잘 넘어갔다.
하지만 대통령따라 이북에 갔다가 재계 내노라 하는 회장들이 냉면 한그릇 얻어 먹으면서
돈보따리 가지고 오지 않았다고 리선권이가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네까?'하는 소리까지 들었다 하니
냉면이 제대로 넘어갔는지도 모르겠다.
감자탕이라 하지만 정작 감자는 얼마 들어가지 않는다.
뼈다귀가 들어가야 하고 거섭도 들어가야 한다.
감자가 귀하고 비싼 것이라면 감자가 적게들어가도 비싸니까 감자탕이라고 이름 붙여도 되겠지만
다른 구성요소에 비하여 들어가는 비율이 작다면 감자탕으로 부르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
뼈다귀탕이나 뼈다귀 해장국이 올바른 이름이 아닐까?
어쨌거나 감자탕으로 밥 한그릇을 잘 비웠다.
그런데 알고보니 마누라의 꿍심은 딴 데 있었다.
삼식이 남편 반찬걱정으로 곰탕을 끓여 놓고 친구들과 밖에 놀러간다더니
처제와 함께 관광버스를 타고 청남대로 구경 갔다 오겠다고 운을 뗀다.
감자탕 끓여 놓고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