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의 계절이다. 전지훈련을 떠났던 8개 구단은 땀으로 얼룩진 힘겹고 긴 여정을 마치고 이제 출발 선상에서 몸을 풀고 있다. 겨우내 흘린 땀의 질을 최종점검하는 기회이자 전력 탐색의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시범경기도 15일 잠실구장을 포함해 전국에서 일제히 시작된다. 결전의 날을 기다리는 각 구단의 사령탑으로부터 올 스프링캠프의 거둔 성과와 시범경기에서 무엇을 보완하고 주력할 것인가를 들어봤다.
●삼성 김응룡 감독=계획한 대로 훈련을 했다. 날씨가 심술을 부리지 않아 알찼다. 무엇보다 장기간 강훈련을 하면서도 부상선수가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 소득이다. 입단 3년 이내의 유망주들이 급성장한 점도 고무적이다. 마운드에서는 지난해 전력에 도움이 안 된 김진웅 배영수 이정호 안지만이 좋아졌다. 이들을 시범경기 개막전부터 내보내겠다. 야수 중에는 신인 강명구가 눈에 띈다. 발빠르고 재치 있어 2루수로 쓸 만하다. 젊은 선수들이 플러스 전력이 될지 시험할 계획이다.
●LG 이광환 감독=예상만큼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뒀다. 새롭게 구성될 선발진들이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인 것이 큰 수확이다. 이승호 서승화 경헌호는 전력으로 80~100여개씩 볼을 뿌리며 선발 적응훈련을 해왔다. 긴 페넌트레이스에서 얼마나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며 경기를 풀어갈지가 핵심이다. 1루수로 변신한 홍현우가 최동수와 경쟁하며 전력에 보탬이 될 것이다. 선참선수 위주로 라인업을 구성하고 가능성 있는 선수들도 실전에 투입하며 테스트할 생각이다.
●기아 김성한 감독=다른 팀에 비해 많은 수의 연습경기를 치렀다. 실전을 통해 신인들의 실력을 점검하고 주전이 없는 포지션에 후보들을 고루 기용했다. 좌익수에서 신동주와 김경언, 지명타자는 신동주 정현택이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시범경기를 통해 또 한번의 평가를 할 것이다. 투수력이나 수비력에 비해 장타력이 부족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김진우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볼 구질이 다양해졌고 스피드도 더 좋아졌다. 제구력 불안이 해소되면서 놀랍게 성장해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 김재박 감독=수비 짜임새가 많이 좋아졌다는 게 큰 수확이다. 3루를 정성훈이, 외야를 마이크 프랭클린이 맡으면서 수비 짜임새가 향상됐다. 박경완 박재홍 등이 빠져 장타력이 떨어진 것이 아쉽지만 대신 정민태의 복귀로 커버할 생각이다. 시범경기에서는 특별하게 수정하거나 주력할 점은 별로 없다. 이제껏 해온 대로 예행연습을 하면서 컨디션을 개막전에 맞춰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것이다.
●두산 김인식 감독=마무리를 뽑는 데 초점을 맞추고 선수들의 상태를 점검했다. 일단 이리키 사토시와 이재영을 후보로 뽑았고 당분간 테스트할 것이다. 지금은 둘 다 장단점이 있다. 그러나 정 안되면 더블스토퍼 시스템도 있다. 선발 마운드에 박명환과 구자운은 어느 정도 안정권으로 생각하는데 앞으로 개막전까지 확고히 자리를 잡아야 한다. 나머지 자리에는 최용호 곽채진 등 몇 명을 놓고 검토 중이다. 이들이 자리를 잡아 선발 마운드에 가세하면 투수운용은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공격라인은 지난해와 다를 게 없다.
●SK 조범현 감독= 팀워크가 좋아진 게 성과다. 지난해 SK는 선수들은 젊지만 단합과 집중력 부족으로 인해 쉽게 무너졌다. 이런 단점 보완에 주력했다. 어이없이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투수쪽에서는 이승호 정대현 제춘모 등이, 야수는 안재만과 조경환이 지난해에 비해 상당히 나아졌다. 박경완이 가세한 안방도 든든하다. 시범경기 중에 투수들은 주자가 있을 때의 대처법, 타자들에게는 주루플레이 요령을 지도하며 단점을 보완해갈 작정이다.
●한화 유승안 감독=11월 호주 마무리훈련부터 제주도, 남해로 이어진 스프링캠프까지 어느 때보다 많은 훈련을 했다. 쌀쌀한 날씨 탓에 상대적으로 불리했던 점을 훈련의 양으로 상쇄했다. 모두들 열심히 따라줘 기대했던 목표의 80% 정도는 이뤄졌다. 마운드는 정민철과 조규수의 가세로 안정감을 찾았고 타격은 짜임새가 훨씬 좋아졌다. 이번 시범경기는 겨우내 땀흘려 보강한 것을 최종점검하는 자리라 주전들을 모두 출전시킬 계획이다. 김수연과 조윤채를 놓고 고민 중인 1번 겸 중견수도 시범경기 결과를 보고 결정한다.
●롯데 백인천 감독=지난해 11월부터 호주와 애리조나, 후쿠오카로 이어진 장기간 훈련을 해오면서 선수들이 완전히 달라졌다. 자발적인 훈련 참가와 선의의 경쟁을 통해 자신감을 갖게 됐다. 몇몇 선수들이 체력적인 부담을 이기지 못했지만 어쩔 수 없다. 전체 수준에 못 따라오면 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롯데는 이미지를 바꿔야 할 때다. 이제 젊고 빠른 야구를 보여줄 것이다. 시범경기에서는 전지훈련 때의 연습경기와 마찬가지로 선수들의 훈련성과를 점검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다. 투수들의 최종 보직도 여기서 결정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