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은 죽었다 우산도 없이 이상하게도
비를 맞고 철벅철벅 걸어가는 너희들은
날 어둡고 비 쏟아지고 빗소리 포악하고
몸에 들러붙어 잘 벗겨지지 않는 옷 속에서
너희들은 그만 죽고 죽어 새파랗게 웃고
맑은 날 숲으로 떠난 아이들이
산딸기에나 저희 손과 입을 붉게 더럽힐 때
그 붉음이 아이들을 길 잃게 할 줄은 영영 모를 때
걸어오지 말아라
팔 흐느적거리며 저는 다리로 뒤뚱거리며
나에게로 번개처럼은 천둥처럼은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삶
한 번도 죽어보지 못한 죽음
뜨거운 살을 뚫고 김 오르고
인간도 짐승도 아닌 소리들
모락모락 피어나 흩어지는데
걸어오지 말아라
산 적도 죽은 적도 없는 나에게로는
미안하지만 너희들은 죽었다 살았다고 우기며
꾸역꾸역 내가 여기서 온종일 비를 맞아도
[에게서 에게로],문학동네,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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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장마 / 김근
플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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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0
25.06.15 12:1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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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플로우님
반갑습니다
장마기에 접어들었네요
어저께
폭우가 쏟아지고
습도가 높은날은 온몸이 찌부듯
옛날같지 않군요
매일
좋은시 올려주시는 정성
고맙습니다
동송님~~~건강 잘 챙기시고 읽어주셔서 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