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수에게 높은 공 던져 쓰리런을 맞은 건 전적으로 실투한 김혁민 잘못이지만, 그 공을 빼면 어제 제법 잘 던졌습니다. 내야안타와 빚맞은 안타는 말 그대로 <운>이 없는거고. 1루수의 어이없는 실책은 투수의 잘못이라고는 0.01%도 없는 플레이였죠. 그래서 어제 김혁민의 평균자책은 0.00입니다. 그런데도 김혁민 잘 던졌다는 글은 찾기 힘들군요. 하긴, 그 동안 실망스런 모습을 보였던 적이 더 많기 때문이긴 하겠지만.
어제 김혁민을 보고 옜날 생각이 났습니다.
2009년인가요. 저는 그 시즌에 김혁민이 실망스런 모습을 보였던 건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이글스는 어떻게 했습니까. 아직 완성되지 않은 투수인데 팀 사정상 어쩔 수 없이 2선발을 맡겨놓고 "풀시즌 돌릴테니 알아서 커라" 하지 않았습니까. 공은 빠르나 밸런스가 덜 잡혔고, 제구력이나 경기 운용능력 모두 덜 갖춰졌는데 2007년 고작 8이닝, 2008년에 4승 하면서 싹수 보였다고 곧바로 개막 2차전에 선발 내보냈지요.
송진우 구대성 문동환 정민철이 줄줄이 옷을 벗기 시작할 시점이었는데, 김태균-이범호-김태완-송광민-이영우-이도형 가진 팀에서 외국인 타자 디아즈 뽑아놓고 김혁민은 2선발에 세웠습니다. 그래놓고 뭔가를 기대한 것 자체가 이 비극의 시작입니다. 부랴부랴 시즌 중에 외국인 투수 영입했지만 1승 7패에 평균자책 7.04찍고 돌아간 <에릭 연지>였습니다. 물론 시즌 초반에 김태균과 이범호가 줄부상을 당하면서 디아즈의 장타력이 꼭 필요했던 시점도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해당 시즌 선수 구성은 비효율적이었고, 결국 창단 후 첫 8위를 기록하게 되지요.
이글스팬들 중 상당수가 김혁민(그리고 유원상)에게 불만이 많습니다. "기회를 그만큼 줬는데 기대만큼 성장을 못했다"고 혹평합니다. 맞아요. 저도 그들의 더딘(?) 성장세가 아쉽습니다. 스물다섯, 스물여섯이니까 이제 그렇게 어린 나이도 아니죠.
하지만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과연 선수가 기회만 주면 그냥 크는건지, 그 기회라는 게 혹시 <적당한 수준에서> 주어져야 하는 것 아닌지 말입니다. 그 시즌에 김혁민은 시즌 첫 등판이 개막 둘째날 전년도 우승팀 SK상대였고, 유원상은 개막 셋째날 전년도 준우승팀 두산을 상대로 공을 던졌습니다.
그 시즌 다른 팀들은 어땠을까요.
그러니까 김혁민과 유원상에게 2-3선발의 중책을 맡겼던 2009년, 우리가 아직 경쟁상대라고 생각했던 4강권 팀들은 어땠을까. 하는 얘기입니다.
우승팀 기아는 로페즈와 구톰슨이 합쳐서 352이닝을 던졌고
비룡은 글로버 105이닝 1.96 / 카도쿠라 126이닝 5.00
삼성은 크루세타 157이닝 4.36 / 나이트 60이닝 3.56
두산은 니코스키 67이닝 3.78....그러나 이들은 투수진 depth자체가 우리와 비교가 안 되죠.
이글스는 토마스가 50이닝을 던지기는 했습니다만, 연지는 없느니만 못했습니다.
송진우가 이미 45세였고, 2007년 부활한 정민철이 허리부상으로 2008년에는 다시 하락세였습니다.
류현진은 매년 많은 이닝을 던지다 결국 팔 통증을 호소해 2군으로 내려갔고, 데뷔 후 가장 나쁜 성적을 찍었죠.
결국 우리는 신인 황재규를 중간에서 72이닝 던지게 만들었고,
김혁민과 유원상은 둘이 합쳐 46개의 홈런을 맞으면서도 풀시즌을 뛴 겁니다.
자, 이건 김혁민과 유원상이 불쌍하다. 나름 잘했다 이런 주장을 하려고 쓴 글이 아니고요.
두 선수에게 실망하고 그들을 비난하기 전에,
과연 그들이 잘 뛸 여건이 마련됐었는가? 하는 부분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선발 : 류현진-김혁민-유원상-글쎄요-아무나
중간 : 구대성-안영명과 아이들
뒷문 : 토마스
이렇게 시즌을 시작했는데.
만약에 말입니다. 어디까지나 만약에요.
선발 : 류현진-로페즈-구톰슨-안영명-혁민원상 둘 중 더 잘하는 아이
중간 : 둘중 하나-황재규와 아이들
뒷문 : 구대성
이렇게 시즌을 시작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니까, 구단에서 (다른 팀 처럼 용병에게 좀 더 많은 혜택을 주고) 외국인 투수를 구해다 선발진을 갖추고
김혁민과 유원상에게 1:1 경쟁을 붙여서 5선발 한자리만 그들에게 제공한 다음
이들로 하여금 상대 5선발과 싸우게 만들고, 혹 컨디션이 저하되면 중간으로 돌리고 다른 한 명을 그 자리에 서게 하면서
그렇게 풀 시즌을 치뤘어도 과연 평균자책 7점대의 엽기적인 선발투수가 나왔을까요.
물론,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하면 더 많은 박수를 받겠지요.
8개구단 모든 젊은 선수들이 저렇게 좋은 환경에서만 잘 하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확률>적인 면에서 봤을 때 말입니다.
디아즈와 이도형, 둘 중에 하나가 벤치에 앉아있고 김혁민 유원상이 2-3선발로 나오는 상황과.
대타카드 하나를 줄이되, 선발투수 카드가 더 튼튼해진 시점에서 이들이 하위 선발로 나오는 상황.
과연 어느 선택이 이들의 성장과 팀 성적에 더 많은 도움을 줄까요.
치열한 경쟁이 선수들을 성장시킨다고 믿는 분도 계십니다.
하지만 입장을 한번 바꿔보세요.
치열한 경쟁. 과도한 채찍질. 나름 열심히 하는데 계속 쪼고 쪼고 쪼고, 니가 잘해야 돼 니가 잘해야 돼.
여러분 그런 상황에서 정말 마음껏 자기 기량을 펼치고 발전하실 수 있겠습니까?
아니면 반대로, 아직 준비가 덜 됐는데 무조건 일을 맡겨놓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니가 더 잘해" 이러면 잘 하실 수 있을까요?
그냥, 어제 김혁민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회를 줬는데 왜 못하냐"가 아니라, "그들에게 합리적인 기회를 줬냐"는 의문이 먼저 아닐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PS) 이건 김혁민 욕하지 말고 칭찬하라는 글이 아닙니다.
저 역시, 그가 팀내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우투수 선배의 등번호를 달고 그렇게 공을 던지는 건 원하지 않습니다.
다만, "과연 이게 다 김혁민이 못나서 그런걸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생겨서 길게 써봤습니다.
그러니, "다른 팀 누구는 잘 던지잖아요. 김혁민 새가슴" 이런 논쟁으로 번지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안승민은 그때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심지어 류현진마저 부진한 상황에서 2선발을 떠맡아서 아주 훌륭히 크고 있습니다. 환경탓만 할게 아니라 김혁민 유원상 콤비는 본인들의 마인드컨트롤 문제겠죠
그 마인드컨트롤의 차이도 능력의 차이이니 어쩌겠어요...
맨 마지막 줄에도 불구하고 첫 댓글을 그렇게 달아주시면 글쓴 입장에서 아쉬움이 남네요. 만약에, '구단에서 투자 안했어도 김태균은 잘 했습니다. 환경탓만 할게 아니라 다른 타자들은 본인들의 실력 문제죠'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홈런타자님께서는 어떻게 답변을 하실까요. 이건 김혁민을 변론하려 쓴 글이 아니고, '김혁민'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09년 이후의 상황을 돌아본 글이었는데 말입니다.
다른팀 누구도 아니고 바로 우리팀 선수 예로 든건데요 -_-;;; 팀내 구조(베테랑과 신인의 조화 및 리빌딩의 적합시기)가 물론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그 기회를 살리는건 전적으로 선수의 몫이죠... 아무리 편한 상황에 내보내도 본인이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하면 누구 탓을 해야할까요? 오히려 그렇게 부진해도 풀타임으로 계속 기용해주면 일단 선발에서 밀리지는 않는다는 <고용보장>도 좋은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는거구요...
그러면, 혹시 지금 부진한 야수들 역시 전적으로 선수의 몫이라고 생각하시는건가요. 제가 윗 글에서 말하고 싶은 부분은 "효율적인 전력보강 없이 준비 덜 된 선수를 무조건 앞선으로 배치한 것도 잘못 아닐까" 하는 부분인데요. 물론 못하는 건 선수 책임이라고 저 역시 생각합니다만, 구단의 투자나 전력 보강에 대해 평소 저보다 더 많은 목소리를 내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윗 글에서 제가 핵심으로 쓴 건, <구단에서 (다른 팀 처럼 용병에게 좀 더 많은 혜택을 주고) 외국인 투수를 구해다 선발진을 갖추고...> 입니다. 설명이 부족했다면 제 불찰이겠지만.
지금 상황하고 김혁민이 기회받던 상황하고는 다르지 않나 해서요... 2008~2009년이면 그래도 몰락하기 전이었고 레전드들도 존재하면서 최소한의 버팀목은 있을때지만 지금 시점의 야수나 투수들하고 비교하시면 안되죠.... 김혁민 유원상은 팀이 몰락하기 이전부터 기회를 받았던거고 안승민은 진짜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오직 실력으로만 선발자리 꿰찬거니까요... 데폴라라는 2선발 용병이 있으나마나한 상황임에도 말입니다. 물론 앞으로 데뷔할 선수들은 무조건 내보내기만 한다고 성장하고 그들이 못한다고 탓할 상황은 아닌거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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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적으로 작년 김혁민은 함량 미달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기회를 그렇게 많이 줬는데 좋은모습을 거의 못보여준것을 외부 환경 탓으로 돌릴순없죠.
불펜이 부실하고.. 선발진이 얇아서 제기량을 못펼쳤다고 보기보다는 한국프로야구 1군의 타 7개구단을 상대할 실력이 없었다가 맞는거 같아요
전 너무나 기다렸던 투수였고....어제 경기 선발 보고 너무 기뻤습니다....그리고 잘던지는 모습보며 희망두 보였구요...얼마만에 등판이었는데..승리투수가되길 빌고 빌었지만....그리고 현재는 우리팀 상황은 투수 뭐라할 처지는 아닌듯....난 그저 모든 투수가 안쓰럽고 불쌍할뿐...
말이 2~3선발이지 어차피 현진이 빼고는 다 그냥 게임에서 제일 먼저 나오는 투수였습니다. 어차피 로테이션을 제대로 지켜줘서 타팀의 2~3선발이랑 붙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들쭉날쭉이었죠 그리고 그 때 상황이 김혁민, 유원상이 선발로 계속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인지라 몇 번 못 던진다고 2군 내려가거나 할 일이 없으니 오히려 부담감은 덜한 거 아니었나 싶습니다만.. 못한다 못한다 팬들이 뭐라고 많이 하긴 했지만 그것보단 2군으로 쫓겨나는 상황이 프로들한테는 더 쪼이는 상황 아닌가요..
뭐. 김혁민 2009년에도 긁히는 날엔 기가 막히게 잘 던졌죠.. 어제도 비슷한 느낌이었고 .. 어차피 김혁민한테 몇 번 더 기회가 갈 거 같은데 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바랄 뿐이네요.
어제 김혁민의 투구는 이전의 욕먹었던 김혁민이 아니였지요 분명 호투 였습니다 잠시 생각을 해봤는데 비결을 굳이 찾자면 2군에서 송진우 코치한테 먼가 배움의 학습 효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1군 코치 한용덕 정민철 코치가 김혁민의 단점에 미처 파악하지 못한점을 송진우 코치가 발견해서 보완한 학습 효과라고 보여 지네요...한게임 가지고 논하긴 그렇지만 이후 한게임 더지켜보고 호투가 계속 된다면 바로 유원상도 2군 내려서 지도 학습 해보는거죠.
글쎄요..전 김혁민,유원상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지만.../김,유가 한창 욕먹는 시점에 2군에 다녀오거나 하면 괜찮아진 모습을 보이곤 했었죠..그때마다 용덕매직이라는 말이 나왔고요..2군연습장도 없는 열악한 팀 상황은 이해하지만..슬쎄요..한 경기 가지고..2군의 효과다라고 하는 건 좀 아니라고 보네요
우선 우리 투수들 1군들만 봐도 작년보다는 나아졌습니다..올해는 아직 2군경기장을 가지 못해서 투수 상황을 보지 않았지만.. 기록상으로는 회장님께서 좋은 기록을 세우는 건 아닌 것같습니다.. 뭐... 어쨌든... 2군에 갔다고 해서 나아질 문제가 아니고 마인드를 강하게 먹는 것이 중요할 것같습니다..
김혁민은 이런경기 때문에 포기를 못하게 되네요. 성장세가 더뎌서 항상 아쉬웠는데, 제발 좀 잘해라.
어제 경기를 쭉 보고 솔직히 김강선수의 수비실책 부터 꼬여 문제가 있었지만 몸쪽공이라던지 공에 힘도 있고 괜찮아보였습니다. 비록 패전이지만... 투구 내용으로 보면 만족스럽네요....투수가 호투하고 있을때 더욱 야수실책 하지 않도록 집중 해줬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예전의 차우찬이 삼성팬들에게 새가슴이라는 별명으로 욕을 많이 먹었었죠~ 그러다가 어느순간 확깨치고 위력적인 공을 마음껏 뿌리던데... 혁민이도 이번 시합이 그런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원상이보다 혁민이를 더 기대하고 있습니다.....많이 기대하고 있는 선수인데~ 아직 많이 아쉽네요~
김혁민 유원상은 정말 귀족이죠. 선발기회도 주구장창 주고, 좀 떨어지면 중간계투보직주고, 더 떨어지면 2군가고, 2군에서 한두경기 좋아지면 다시 올라오고, 이정도 기회라면 이건 뭐
2군가면 다 배워오는 것도 아니고, 2군 초토화 시키고 와도 1군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게 다반사데. 김혁민 유원상은
그 누구에 탓도 아닌 본인의 탓이죠.
그리고 가장 비슷한 상황이었던 넥센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건 사실입니다. 넥센투수들이 2군에서 모두 갖춰줘서 올라왔나요?? 아닙니다. 1군에서 교정해가면서 컸습니다. 그 만큼 한화 투수들의 성장세가 넥센과 비교하면 더디고,
류현진-로페즈-구톰슨-안영명-혁민원상 둘 중 더 잘하는 아이,이런 로테이션을 가진 팀은 예전 해태가 아닌 이상은 불가능한 로테이션입니다. 이런식으로 기회를 줘서 클수 있는 환경은 현재 프로야구에서 없다고 보면 될 겁니다. 너무 비야적인 비교라 사려됩니다.
김혁민-유원상 둘다 C급 밖에 안되는 투수입니다. 포텐셜이 어떠니. 구위 자체는 어떠니 하는데 저는 무슨 포텐셜이 있고 구위 자체가 좋긴 한건지 모르겠습니다. 더군다나 둘다 제구 안되고 경기운영능력 미숙에 큰 점수 차에 이기고 있어도 자기 공을 못던지는 투수입니다. 뭐 경험도 별로 없는 신인급 투수에게 2,3선발을 맡기고 호투를 요구한건 좀 그렇지만
진짜 물건들은 그 정도의 기회를 주면 알아서 잘하겠죠. 단지 두 투수의 능력이 떨어질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