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침은 어김없이 뜨겁게 시작하는데,
커튼을 여니 구름속에 가려진 태양빛이 흐믈거리고
후텁지근한 날씨가 영락없이 비가올 태세이다.
창가자리에 앉아 밖을 보니,
오늘은 더많은 소떼가 차도를 점령하고 유유자적 행차한다.
출근하여 사무실에 올라가니 텅빈 사무실에도
내 방 좌,우에 있는 매니저들은 벌써 출근해서는
나를 보고 반갑게 맞이하며 인사를 한다.
그래, 제법 인사성은 밝은 사람들이다.
창문을 활짝 열고, 에어컨도 켜고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내 스탭들의 업무 보고를 받고
전임자의 상사이며 이제는 마켓팅담당이사를 만나 인사하고
인사담당이사와 면담하고,
그리고 나머지시간 또 스텝의 업무보고를 받고
오후 5시가 되어 총무부장을 대동하고 회사를 나왔다.
내가 2년동안 살 집을 구하기위해 세군데 후보를 보러간다고 한다.
회사에서 15킬로미터지점에 두곳, 17킬로미터 지점에 한곳이라는데,
15킬로미터지점을 지나 맨 끝에 있는곳에 갔는데,
입구부터 심상찮다.
경비가 너댓명이 서서 오는사람들 검색하고
아파트단지 외곽으로 마치 군부대처럼 높은 철망으로 격리되어있는데
단지내에는 안쪽으로 넓은 수영장이 있고,
화단도, 보도도 아주 잘 가꾸어져 있다.
이윽고 한곳에 주차를 하는데, 웬 차에서 세명이 나와 우리를 맞는다.
우리의 복덕방사람들같은데, 멀쩡한사람 셋이나 따라다닌다.
전임 사장이 아직도 살고 있고, 전임 마켓팅이사도 살았고,
인도 수상의 딸도 여기 살고 있다나…
겨우 4년되었다는 아파트가 우리로 치면 최소 20년은 된듯
(다음날 물어보니 12~3년 되었다고 한다)
외벽은 지저분하고, 입구 철문과 베란다도 형편없이 녹슬었고
복도는 어둑컴컴하고 엘리베이터도 20년은 된듯 낡았다.
그래도 대개 이런집이 집안은 수리를 하여 깨끗하기 마련이기에
그나마 실낱 같은 희망을 갖고 찾아갔는데 문이 잠겨있다.
현재 빈집이고, 수리중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아무리 두드려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복도에서 서성이다가, 두층만 더 올라가면 옥상이라며
계단을 올라가서 옥상에 가보니 커다란 정원이 나온다.
바로 앞 길건너에 인도에서 제일 크다는
길이가 1킬로가 되는 쇼핑몰을 짓고 있는데 석달후 개장한다고 한다.
먹구름이 잔뜩 몰려오고 비라도 쏟아질듯한 기세인데,
오늘 낮최고기온이 43도였다고 하니 최고였던 모양인데
그러면 대개 폭우가 쏟아지고 다시 한 이틀 시원해지다가
또 점점 더워지다가는 폭우가 쏟아지는일을 반복한다고 한다.
갑자기 후두둑 비가 쏟아지는데,
콩알만한 우박이 섞여서 기세좋게 내려붓는다.
기다림에 지쳐 포기하고는 내일 와 보기로 하고
두번째 후보지로 서둘러 이동을 한다.
두번째 단지는 이름이 비버리파크인데,
먼저보다 훨씬 깨끗하게 단장되어 정감이 간다.
단지 바로옆이 번화가로 커다란 쇼핑몰이 있고,
입구에 큼지막한 맥도널드가 있으니 반갑다.
단지내 중간쯤가서 1층에 있는집으로 들어가는데,
어디가 문이고 어디부터가 집인지 구분이 안가게
복도도 대리석이고 집안 바닥도 대리석이다.
입구부터 작은 창고방, 주방, 식당, 거실, 작은방, 또 거실,
그리고는 방이 하나 나오는데, 우리집안방의 한배반은 되고
입구에 드레스룸까지 있는 화장실은 왜그리 넓은지,
거기가 안방인줄 알았더니 똑 같은 방이 하나 더 나오고
제일 안쪽에 커다란 안방이 나온다.
그 넓은방에 덩그라니 침대가 놓여있고,
저앞에 티브가 있고, 붙박이 장은 볼품없이 붙어있고,
또 목욕탕겸 화장실이 저 안쪽에 있다.
거실과 방마다 창문형에어컨이 있고, 거실엔 천장선풍기가 두개나 돌고있고,
냉장고를 비롯한 주방용제품들이 일체로 갖춰져있으니,
몸만 와도 될듯한 완벽한 준비가 되어 있는데,
문틀도 낡고, 창틀도 삐걱대고,
도무지 운동장인지, 창고인지 모를정도로 정감이 가지 않는다.
지은지 5년되었다는데, 여기는 지은지 한 10년쯤 되어 보인다.
도대체, 집만 넓게 지어놓고는 골격은 형편없으니,
아무리 치장을 하고 가구를 들여다 놓아도,
속속들이 낡은집일뿐이다.
입구옆에 식모가 사는 방이 따로있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복도가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는데,
커다란 주방, 쪽문을 통해 연결된 식당, 그리고 넓은 거실,
복도 반대쪽에 또 하나 있는 커다란 거실,
우리 안방보다도 더 큰 방이 세개,
각 방마다 넓다란 욕실, 드레스룸이 따로 있고,
방마다 에어컨, 거실과 주방 모두 에어컨이 있고,
천장에는 선풍기가 매달려 있다.
그러고는 한달에 3000불이라고 한다.
예산이 겨우 2000불인데 하며 총무과장 난감해 한다.
면적이 3000 제곱피트라고 하니 우리평수로는 한 80평 되는셈이다.
위치가 1층이기에 시끄럽다며 6층을 보러 가려는데
오늘은 늦어서 볼 수 없다고 한다.
서둘러 세번째 가기로 한 레버룸이란곳을 갔더니
그곳도 오후 6시이후엔 볼수가 없다고한다.
하는수 없이 내일 더 보기로 하고 호텔로 돌아가서
함께 갔던 부장녀석과 저녁을 먹고 하루를 마감한다.
폭우가 쏟아지고 천둥과 번개가 대단한 기세로 세상을 흔든다.
대단한 폭염뒤끝엔 꼭 이렇게 큰 비가 내려 열기를 식혀주면
한 이틀은 좀 시원하다고 한다.
마지막 날 – 마무리하고 귀국
비가 덜 그친 아침은 무척이나 선선하다.
온 천지를 삼킬것 같은 기세로 밤새 퍼 붓던 비가 잠잠해지더니
비는 그치고 온 세상이 물난리이다.
갑자기 아시아지역 사장이 호출하여
아침도 못먹고 서둘러 체크아웃하고
7시15분에 호텔을 출발하여 사장님 묵는 호텔로 향한다.
뉴델리에 있는 쉐라톤호텔은 로비의 경비부터 다르다.
으리으리한 호텔은 하룻밤이 최소 400불이 넘는다고 하니
한달 월급 100불인 우리 운전기사의 넉달치 월급인셈이다.
로비에서 만난 인사팀 부장의 말로는 인도에는 두 계층이 있어서
최상류층만이 이런곳에 묵고, 어제 가본 그런 아파트에서 산다고 한다.
아침도 못먹고 달려가서는
아시아지역 사장과, 이곳 사장과 셋이서 조찬을 했다.
나를 특별히 발탁한 사람이 본인과 미국본사 엔지니어링부사장이라며
여러가지로 배려와 도전을 준다.
어제, 본사 인사담당이사가 아부좀 하면
앞으로 전도양양할거라는 메일을 보내왔기에,
무조건 긍정적으로, 그리고 배려해주고 기회를 주어 고맙다고
정말로 오랜만에 아부를 했다.
뭐든지 최상으로 대우해주고, 원하는대로 마음대로 사람 뽑아서
빨리 인도캐리어를 정상으로 만들어달라는 주문과 함께,
살 아파트도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좋은곳으로 하라고 한다.
마지막날의 일정은,
정말로 소피볼 시간도 없을 만큼 정신없이 보내며
스텝들과 미팅하고, 주요 거래업체 담당들 소개받고
아시아지역 인사담당이사와 면담하고
함께 점심먹고, 그리고, 아파트를 보러갔다.
어제 맨먼저 보러갔다가 못 본 아파트를 가보고는
운동장 같은 집안의 낡고 녹슬어버린 창틀과 욕조에 기겁을 하고
레버룸이란 곳의 방네개짜리 가 보고서는 혀를 내둘렀다.
아마도 인도에서 최고급 아파트단지일거라는데,
그 방 규모와 구조가 거의 최상이다.
면적은 4000제곱피트라니 우리평수로 110평이다.
그런데, 빈집이 4000불이고 가구 갖추면 월 5000불이라니
관리비까지 합치면 월 600만원은 족히 들집이다…
이런집을 나에게 보여준 당신은 실수라고 하니
늙은 총무부장 안절부절하며 여기저기 전화하더니
1000불 더 싼 방세개짜리가 있는데 7월1일에 입주 가능하단다…
코방귀뀌며 사무실 돌아가자고 하니
정말로 새집으로 기가 막힌 곳이 있으니 한번 더 보고 가자고 한다.
보니 회사에서도 제일 가깝고, 이제 완공되어 첫 입주인데,
모든게 최 상급이다.
방마다 분리형 에어컨에 가구들이 비치되어 있고,
거실엔 분리형 에어컨 두개에 천장엔 선풍기가 네개나 달려 있다.
완전 새로 갖춘 소파, 테이블, 식탁, 침대, 모든게 브랜드뉴이니
아늑하고 최고의 조건인데,
아쉽게도 아파트 단지 밖은 황량한 벌판이다.
집은 좋은데 주변이 좀 그렇다며 시쿤둥하자
그럼 차나 보러 가자며 혼다 대리점으로 데려간다.
차를 새차로 뽑아 준다는데, 특별히 배려하여 자동으로 해 준단다.
여기 인도는 유럽처럼, 오른쪽 핸들에다 90%가 수동이다.
그러니 자동은 거의 특별주문이나 마찬가지인데,
전시장 가운데 혼다 시빅 오토매틱이 있다.
1800CC이니 큰차는 아니지만 우리돈으로 3000만원정도 하고,
최신형 일제이니 그냥 그자리에서 오케이했다.
아주 쉽게 차량이 결정되니 아파트 한곳 더 보자고 한다.
내가 5000불짜리를 마음에 들어하니 부담이 가는지,
어제 부담스러워했던 3000불짜리 더 좋은집을 보러 간단다.
안 가도 되는데, 가봐야 별볼일 없는데,
그래도 자꾸 가자고 하니 그냥 보고 왔다.
그리고 회사로 돌아오니,
날 목빠지게 기다리던 구매이사가 한시간이나 늦었다며
날 붙들고 끝없이 협의를 하는데,
한국으로 돌아가기전 모두 모이라고 한 엔지니어들은
약속한 5시가 넘어 6시다되어 겨우 만나고,
다시 총무과장, 인사담당이사, 인사부장을 차례로 만나고
7시가 넘어서야 겨우 회사를 나왔다.
길고긴 출장을 마무리하고 이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비행기가 금요일 새벽 1시20분발이니 저녁시간이 너무나 많다.
함께간 부장은 일이남아서 토요일에 귀국하기에
저녁이나 함께 하려고 뉴델리에 있는 두번째 한국식당을 찾아서 가는데,
가는데만 1시간 반이 걸리고,
갔더니 자리가 없어서 30분을 기다려서 겨우 자리잡고,
웬 막걸리가 다 있어서 시원하게 막걸리와 닭갈비 그리고 청국장을 먹고
서둘러 공항으로 가니 밤 11시이다.
그 야심한 밤에도 공항은 도떼기 시장처럼 북적대고
다양한 인도 사람들의 천태만상을 보여준다.
11억의 인구중에 8억이 극빈층이고,
나머지중에도 아주 소수만이 비행기를 타 볼진대,
아마도 여기 이렇게 늦은밤에 이동하는 사람들일지라도
인도에서는 제법 상류층에 속하는 사람들이리라…
인도에서 2년을 살기위해,
1주일동안 인도를 방문해서,
그 분위기, 음식, 사람들, 집, 차, 그리고 회사를 살펴보고
조금은 자신감을 갖고 돌아온다.
미지의 땅, 그리고 오지의 인도에서
앞으로 2년간의 도전을 결심하며
친구들에게 용기를 보태달라고 부탁을 하며
인도 출장기를 마감한다.
내용없는 긴얘기 읽어준 친구들에게 감사하며….
첫댓글 한주동안 수고한 칭구에게 박수를 보내며... 아름답고 참된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리라 믿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