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세월속의 걸그룹
글,편집:묵은지
요즘 군 부대 위문공연의 최고봉은 단연 쭉쭉빵빵한 몸매로 현란한 댄스와 함께
멋진노래를 들려주는 '걸그룹'을 으뜸으로 손꼽습니다. 공연장에 걸그룹이 나타
나면 누구라 할 것 없이 장병 모두가 벌떡 일어나 두손을 치켜들며 괴성을 지르
는 젊음의 모습은 어렵지 않게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젊음의 열기가 가득한 곳 군대에서의 걸그룹은 '군통령'이라 불릴만하다.
물론 군 부대 뿐만 아니라 안방 텔레비전 오락프로에도 높은 시청율을 보이고 있
는 것이 사실인데요. 귀여움과 섹시함을 두루 갖춘 '걸그룹'이 요즘은 음악프로뿐
아니라 버라이어티한 예능프로는 물론, 드라마까지 진출하여 한류열풍의 역할을
톡톡히 해 내고 있습니다. 그들의 춤과 노래, 그리고 드라마 연기가 아시아를 넘
어 세계인의 마음을 흔들고 있는 것입니다.
걸그룹이 무대에 오르자 모두가 난리법석.
이렇게 요즘의 대세인 걸그룹은 과연 그 시초가 언제부터 였을까요? 궁금증 많은
묵은지가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 보았습니다. 보통 '걸그룹' 이라고 하면 최소한
2명 이상이 활동하는 여성 뮤지션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 용어가 요즘 유난히 많
이 쓰이다 보니 그 연조가 좀은 짧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
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놀랍게도 걸그룹은 이미 1930년대 부터 활동을 했었
습니다. 묵은지도 생소하게 들렸는데 혹시 여러분도 '저고리 씨스터즈'를 아십니
까? 솔직히 묵은지는 처음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걸그룹이 이미 1930년대 후반부
터 우리나라에서 악극단을 발판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니 그저 놀라울뿐
입니다.
2012년 5월 4일부터 6월 17일까지 인천 부평아트센터에서 '소원을 말해봐(Tell Me Your Wish)'라는 주제로
우리나라 '걸그룹'에 대한 전시회를 열었다.
어차피 말 나온김에 우리나라 가요사의 한 획을 그은 걸그룹에 대해 나부터 좀 알
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알고보니 몇년 전에 대중음악자료 수집가인 최규성씨가 인천의 부평아트센터에
서 '소원을 말해봐' 라는 주제로 '한국대중음악 걸그룹사'를 전시회로 열었던 적
이 있었답니다. 그때 대한민국 걸그룹에 대한 재미있는 자료와 정보를 일반인들
에게 공개하는 귀한 시간이 마련되였었다는데 아쉽게도 묵은지는 그런 기회를 놓
치고 말았습니다. ㅠㅠㅠ
'저고리 씨스터즈'가 동아일보 창간 20주년 행사인 '오케 그랜드쇼'에서 남자가수인 김정구씨와 노래를 부르고 있다.
보통 걸그룹의 시초라고 하면 1990년대 말부터 활동했던 핑클이나 S.E.S를 떠올
리지만 훨씬 앞선 1930년대 말에 4인조로 구성된 '저고리 씨스터즈'라는 걸그룹
이 엄연히 활동을 했습니다.
구성멤버 역시 최초의 걸그룹답게 당시 쟁쟁한 여성가수들로 구성되었는데 '목포
의 눈물'의 이난영씨, '연락선은 떠난다'의 장세정씨,'오빠는 풍각쟁이야'의 박향
림씨,그리고 최고의 민요가수인 이화자씨가 중심멤버였으니 가히 그 인기는 짐작
이 갈만 합니다.
김씨스터즈의 현란한 악기 연주 솜씨는 그 당시 걸그룹으로써 타의 추종을 불허하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걸그룹은 1950년대에 '김씨스터즈'가 있습니다. 이들은 대한민
국 걸그룹 최초로 미국에 진출해 데뷔곡 '찰리 브라운'으로 빌보드 싱글차트 7위
까지 오른 한류의 초대 아이콘입니다. 김씨스터즈는 가수 이난영씨와 작곡가 김
해송씨 사이의 두자매(김숙자,김애자)와 이난영씨의 오빠인 작곡가 이봉룡씨의
딸(이민자)이 합류, 3인조로 구성되었는데 모두가 음악성이 뛰어남은 물론 갖가
지 악기 연주도 자유자재로 구사하여 초기 미8군 무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어
급기야 우리나라 최초로 미국 본토에 진출한 걸그룹이 되었습니다.
화니씨스터즈
이씨스터즈의 멤버인 김희선씨
은방울자매 원년멤버인 큰방울 박애경씨(왼쪽)와 작은방울 김향미씨(오른쪽).
나중에 김향미씨의 미국행으로 오숙남씨를 새멤버로 영입했다.
박애경씨 역시 세상을 뜨자 오숙남씨가 새멤버 황사라씨로 새롭게 결성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시기의 걸그룹은 요즘의 걸그룹처럼 가요프로나 뮤직비디오, 예능 등 이런 다
양한 활동이 아니라 주로 미8군 무대와 밤무대를 병행하며 활동을 했습니다.
이렇게 제한된 활동의 폭이나 제약도 많았지만 높은 음악적 소질과 다양한 장르
의 곡을 훌륭하게 소화해 내는 능력만은 뛰어나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가요계로 1968년도에 데뷔한 '커피 한 잔'
으로 유명한 '펄씨스터즈'는 록과 소울 등을 주로 불렀었고 1971년에 데뷔한 '그
사람 데려다주오'의 '바니걸스'는 주로 스웨덴의 혼성그룹 아바의 곡들을 번안해
불렀습니다.
쌍둥이 자매인 바니걸스와 자매지간인 펄씨스터즈
이 당시 걸그룹은 주로 자매로 결성된 그룹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는 걸그룹의 암흑기라 할 수 있습
니다. 1980년대 초중반에 활동을 시작한 '서울 씨스터즈'나 '희자매' 등의 활동이
있었지만 이들은 주로 성인가요인 트로트를 불렀었고 1980년대말 잠시 활동했던
'세또래'정도였습니다.
희자매
이 당시에는 국내 가요계에 걸그룹이 발전할 만한 여건이 거의 없었습니다. 도리
어 강수지,하수빈 등 솔로 여가수의 인기가 높은 시기였습니다. 그나마 1993년 CF
모델 출신들로 결성한 SOS라는 4인조 그룹이 나왔고 1994년 윤현숙씨와 이혜영
씨의 2인조 그룹 '코코'가 등장하여 명맥을 이어갔을 뿐입니다. 하지만 IMF가 몰아
닥친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며 '베이비복스'나 'S.E.S' 그리고 '핑클' 등이 연이어 등장하며 걸그룹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 베이비복스 ↓핑클
2000년대는 걸그룹의 춘추전국시대로 '소녀시대','원더걸스','브라운아이드걸스',
'포미닛','카라','시크릿' 등 수많은 걸그룹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수의 걸그룹들이 생겨나는 반면 사라지는 걸그룹들도 많았는데 과거에는 멤
버들의 결혼이나 사건,사고 등으로 해체가 되었지만 요즘은 연예기획사의 컨셉트
에 따라 구성되고 계약에 따라 해체되기도 하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소녀시대
2000년대 중반기에는 음악시장에 불어온 남성 솔로 또는 그룹 R&B 아티스트들(S
G워너비,박효신,휘성,Fly to the Sky,케이윌 등)의 강세로 걸그룹이 잠시 주춤하는
양상을 갖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2007년에 들어서 'Tell Me'로 바람을 일으키며
혜성과 같이 나타난 '원더걸스'나 이승철의'소녀시대'를 리메이크한 곡으로 원더
걸스에 이어 전국에 또다시 걸그룹 열풍으로 몰아간 '소녀시대' 등의 등장으로 지
지부진 하던 가요계에 또다시 활기를 불어넣기 시작하였으며 지금까지 한류열풍
을 몰아가며 오늘에 이르게된 것입니다.
원더걸스
감성이 예민한 연령층의 젊은 남성들이 대개 군대라는 울타리안에 갇혀있다보
니 이성에 대한 동경심과 그리움의 연민이 걸그룹의 음악에 빠져드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군대라는 힘든 조직속의 특수한 상황이 걸그룹이라는 새
로운 문화를 탄생시키는데 일조를 한 것도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가무를 즐기
는 국민성이 상당한 작용을 하지 않았을까하고 조심스럽게 짐작해 봅니다.
자칫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가요사에 묻혀 버릴뻔 했던 걸그룹의 가요계 위
상은 도리어 지금은 한 해에도 헤아릴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수의 걸그룹이 탄생
되는 세태가 무지하게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2011년 이후에는 걸그룹의 탄생 숫
자가 급속도로 늘기 시작하여 아직까지 그 추세가 꺾이지 않는 것을 보면 그들의
엄청난 생존경쟁의 활로를 개척해 가야하는 부담감이 느껴지는듯 하여 음악을 아
끼는 한 사람으로써 매우 걱정스럽기는 합니다.
★걸그룹 데뷔년도(2006~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