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인회계사회 신임회장에 최운열...신외감법 유지에 최선 다하겠다
득표율 46.06% 당선
회계 투명성 포기하면 벨류 다운 주장
회계 부담을 낮추겠다
금융당국과 소통 자신감
한국공인회계사(이하 한공회)는 제47대 회장으로 최운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새 회장으로 모셨다.
19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 그랜드볼륨에서 제70회 정기총회를 열고, 제47대 회장으로 최 전 의원을 선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는 최운열 전 의원과 이정희 딜로이트안진 회장, 나철호 제정회계법인 대표 등 3명이 후보 나선 가운데 전자투표로 진행됐다. 선거는 유권자(회원) 2만 230명의 회계사 중 1만 4065명(투표율 63%)이 참여했다. 최 신임회장은 선거에서 6478표를 얻어 득표율 46.06%로 2위를 한 기호 3번 나철호 후보를 3988표(28.35%), 기호 2번 이정희 후보가 3599표(25.59%)를 한 두 후보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지난 선거에는 65.11%로 단상됐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63.06%fh 소폭 하락했다. 임기는 2년이다.
선출 부회장은 문병무 미래회계법인 대표, 감사는 박근서 성현회계법인 대표가 단독 후보로 등록해 무투표 당선됐다.
1950년생인 최운열 신임회장은 20대 국회에서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의원직을 수행할 당시 현행 개정 외부감사법(신외감법)을 발의하고 통과시킨 당사자다. 최 신임회장은 전남 영암 신북 출신으로 광주제일고, 서울대 경영학학사, 조지아대 경영학 석사.박사를 수료하고 1971년 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30년 동안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중권관리위원회 위원, 한국증권연구원 원장, 2ㅔ18대 한국증권학회 회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한국금융학회 회장, 금융감독선진화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제20대 국회의원,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 더불어민주당 제3정책조정위원회 위원장 등을 거쳤다.
최운열 신임회장은 당선 직 후 취임사를 통해 “여러 가지로 부족하고, 회계실무 경력도 전혀 없는 저를 회장에 당선 시켜준 여러분들의 간절한 소망이 무엇인지를 이번 선거 과정을 통해 알게 됐고, 이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며 “선거운동 과정에서 왜 신외감법이 당분간 지속돼야하는지, 신외감법 시행 과정에서 법인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면서 파생된 문제가 무엇인지 등을 잘 파악했다” 고 말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회계 투명성 제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최 신임회장은 “창업과 투자의 활성화로 경제 난국을 뚫어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규제 완화” 라며 “규제를 완화하자고 할 때 비정부기구(NGO)나 규제당국에서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기업의 회계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것” 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회계 투명성은 국가적 과제다. 우리 회계 투명성 지수가 10대 경제강국 격에 걸맞는 수준으로 향상될 때까지 신외감법은 유지돼야한다” 며 “외부 감사 비용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고 기업의 가치를 증가시키는 투자라는 성각을 공유해야한다” 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결국 회계 투명성이 높아지면 규제 완화도 가능하게 될 것” 이라며 “회계가 바로 서야 경제가 바로 선다는 표어를 10위권 경제 강국의 위상에 걸맞은 수준으로 회계 투명성이 높아질 때까지 유지하겠다” 고 천명했다.
최 신임회장은 신외감법을 발의하고 심의하는 과정에서 기업인들로부터 불만과 항의를 받을 때마다 우리 체급에 맞는 회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신외감법은 ▲주기적 감사인지정제 도입 ▲표준감사시간 도입 ▲내부회계관리제도 강화 등이 핵심이다.
이어 당시 삼성전자와 외부 감사 비용이 40억 원 정도 됐는데, 신외감법 시행 후 400억 원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됐다며 이때 삼성전자 측에 국제 금융시장에서 가치는 1조원 이상 올라갈 것이다. 400억 원을 투자해서 1조원 이상으로 오르면 얼마나 좋은 투자냐고 기업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했다“ 고 전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가치 상승) 일환으로 주기적 감사인 지정을 면제한다는 정책에 대해선 “정부와 갈등을 겪는 한이 있더라도 유지시키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면 된다” 고 강조했다.
최 신임회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의 원인은 남북 분단된 지정학적 리스크, 정치 불확실성, 기업 지배구조의 후진성, 그리고 회계 불투명성” 이라면서 “국제 금융시장에선 회계 투명성의 가치를 기업 지배구조보다 우선시한다. 회계 투명성을 포기하면 밸류업(up)이 아니라 다운(down)이다. 정책 당국과 만나서 얘기하면 해결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고 자신이 있다” 고 말했다.
또 다른 공약이었던 회계기본법에 대해 최 회장은 “회계사들의 영역인데도 불구하고 다른 자격증 소지자들에 의해 금융회사의 직역이 점점 잠식돼 가는 경우가 꽤 많다” 며 “바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한국회계학회와 공동연구를 하겠다” 고 강조했다.
이어 “2~3년이 걸리겠지만, 회계의 근본이 되는 법이 만들어지면 감리 문제를 감리 전문가가 위원회를 구성해 해결하게 돼 감리 관련 회원들의 불만이 해소될 것이라 생각한다” 고 덧붙였다.
최 신임회장은 금융당국과의 소통에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국회에 있을 때 많은 관료가 정치인 중 가장 대화하기 쉬운 사람이 최운열이라는 평이 있었다. 저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면서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가능한 빠른 시일 내 만날 예정이다. 특히 이 원장은 법조계 있을 때도 기업 회계 투명성 관련 수사를 많이 해봤기에 저보다도 문제의식이 강할 것” 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선거에서 높은 득표율로 지지를 받은 최 당선인은 신외감법 발의자로서 제도의 우지 정착 개선과 회계기본법 추진, 삼사보수 상향 조정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신외감법은 2017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시건을 계기로 도입됐다. 정기적으로 법이 지정한 감사인에게 감사를 받고,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 감사를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번 한공회 회장 선거는 회계업계에 어느 때보다 중요한 선거로 인식됐다. 윤석열 정부가 주기적 감사인 지정세와 표준감사시간제로 대표되는 회계개혁을 후퇴시킬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이를 막아내야 하는 회계업계로서는 이반 회장 선거에 특히 주목할 수밖에 없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에 자산 2조원 미만 상장사에 대한 연결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시행을 5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지난 4월에는 증시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한 우수 기업에 내년부터 주기적 감사인 지정 면제를 추진해 회계 부담을 낮추겠다는 발표도 했다.
회계사 입장에선 회계개혁 후퇴를 막아줄 후보에게 투표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다. 후보들도 자연스레 신외감법을 지켜내고,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 축소를 공통적으로 약속했다.최 회장이 당선된 배경에도 22대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둔 민주당 의원 출신이라는 점이 작용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최 신임회장은 20대 국회에서 현행 신외감법을 발의하고 통과시킨 당사자다. 주기적 지정제에 반대하는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 관계자를 만나 설득하고 법안 내용을 다듬어 동료 의원들의 동의표를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민주당에서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현재 원내에서 175석으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에 인맥이 많다는 점이 장점이다.최 신인회장은 주기적 감사인 지정 면제 추진과 관련해 “정부와 갈등을 빚는 한이 있더라도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도록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한공회는 2만 6000명의 회계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고, 연간 예산이 500억 원에 달하는 직능단체다.
김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