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 소년 합창단 후기 (만사가 귀찮은 천사들의 합창 : 소년 합창단의 명암) - 비판이 많으니 불편하신 분은 지나가주세요
기대이하의 1부 공연~ 그래도 2부 아카펠라에서 진가를 보여준 소년들
관대하고 은혜로운 한국 관객들
소년합창단~ 존립의 의미가 있는가
일단 빈 소년 합창단 내한공연은 신년음악회라는 모토로 공연을 구성했고
예습자료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빈 소년 합창단의 여러 코어 중 슈베르트 코어가 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지휘자가 바뀐 이유를 알게 되었어요
공연 시작 전에 지휘자 지미 치앙이 마이크를 들고 지휘자 교체사연을 얘기하는데 놀랍게도 원래 오기로 한 올리버 슈테히가 출국 2주 전에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고백이었습니다
시작부터 뭔가 숙연한 기분이 들게 했는데 첫번재 곡이 시작되면서
숙연함은 사라지고 이게 뭐지 하는 의문이 시작되었습니다
안그래도 공연 전 빈 무대에 놓인 피아노의 위치가 좀 의아했지요
보통 합창 공연은 피아노가 무대 왼쪽 끝에, 지휘자 왼편에 자리하거든요
이유는 가운데 다수의 합창단이 자리를 잡아야하고 지휘자의 사인이 다 보이는 위치에 피아노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러면 왼쪽 사이드가 가장 적절한 위치여서죠
키가 고르지않게 들쭉날쭉한 소년들이 가운데 놓인 피아노 뒤쪽으로 줄을 서고 지휘자가 피아노에 앉으면서
그제서야 피아노의 위치가 이해됩니다
이 공연에는 반주자가 없고 지휘자가 반주와 지휘를 겸하는데 지미 치앙은 피아노를 엄청 잘 칩니다
그는 피아니스트였거든요
다만 지휘자가 반주를 겸하는 것이 걱정스러웠는데 그 걱정은 그대로 적중합니다
1부의 연주곡은 대체로 반주가 많은 곡들이었고 2부 연주곡들은 아카펠라가 많았는데
확실히 2부 아카펠라가 훨씬 좋게 들린 이유는
어린 단원들이 등장부터 산만하기가 이를 데 없고 연주하다가 옆을 보는 단원, 머리만지는 것은 예사이고 시선들이 다 제각각 다른 방향들이어서 지휘자 지미 치앙이 반주하면서 하는 곡들은 합창에서 가장 중요한 첫음도 일제히 내지 못하고 음이탈, 박자 이탈이 너무 빈번해서 참 이것이 과연 빈 소년 합창단인가 싶었습니다
정성스러운 공연을 관객들에게 주려는 천사들이 아니라 곡도 많고 그래서 만사가 귀찮아진 어린이들 같은 모습.......
합창이라는 것이 지휘자의 존재가 중요한 이유가 있는데
여러 성부의 소리를 제대로 융합하고 곡의 다이너믹을 극대화하기 위한 여러 장치를 효과적으로 디렉팅하는 것이 지휘자이므로 어떤 지휘자가 리드하느냐는 합창의 완성도를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지미 치앙의 반주는 더없이 훌륭했지만 그가 반주하는 동안 산만해진 단원을 장악하지는 못햇으니 지휘자로서는 결격이고 굳이 반주자없이 지휘자가 반주까지 하는 이 시스템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저 제 뇌피셜은 긴 해외투어에 대동할 반주자가 여의치 않았던 것이 아닐까 하는 정도인데 공연이 진행되면서 그리고 빈 소년 합창단 공연의 전부를 보고나서는 그 의구심을 확신에 가까워졌습니다
총 22명의 단원으로 한 국가의 여러 도시를 순회하면서 신년음악회를 강행하는 것의 득이 무엇이고 실이 무엇인지가 드러나는 공연이었는데요
합창으로만 2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채우려면 거의 15곡이상을 불러야 하고
보통 합창 공연은 그래서 15곡 정도를 3부의 구성으로 나누고 각각 특색을 달리하여 관객들에게 지루함을 덜어주기 위해 여러가지 장치를 두는 데, 예를 들면 각 부마다 의상을 바꿔입는다던가, 안무를 넣고 대형을 바꾼다던가 아니면 걸출한 솔로 주자를 넣는다던가 하여 임팩트를 줍니다 그렇지 않고는 관객에게 감동과 만족을 주는 공연을 보장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그런데 빈 소년 합창단은 천상의 보이 소프라노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사람들의 혼을 빼놓을만큼 아름다운 소리로 관객을 매혹시키는 합창단이라 그 모든 장치없이도 가능하다고 자신한 것인지 아니면 동양 투어를 만만하게 본 것인지
1부, 2부 곡의 스타일 정도 차이 외에는 그 어떤 공연의 품질을 위해 노력한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관객은 상관없었습니다 빈 소년 합창단이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그들의 목소리가 관객의 마음을 빼앗을 만큼 천상의 보이스가 아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총 22명의 단원 중 중간에 한명은 무슨 일인지 퇴장을 해서 21명의 나이대가 언뜻 봐도 다양한 소년들이 소프라노, 앨토 파트로 나뉘어 노래하는데 소프라노는 너무 소리가 약하고 시종일관 플랫되는 음이어서 듣기가 아름답지 않을 뿐 아니라 음정이 조금씩 빠지는 소리를 불안하게 들어야 했어요 의아했지요 빈소년 합창단이 이런 소리밖에 낼 수 없는가........
한국 공연이라서 컨쎕을 그렇게 잡은 것은 이해되는 데
한국 단원들이 총 4명 포함되어 있었고 그들에게 솔로 역할과 곡 안내의 역할을 집중시켰는데 소프라노 하이 솔로를 도맡은 단원은 아직 어린데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긴 하지만 소리가 약하고 호흡도 딸려서 아직 메인 솔로를 할 만한 것 같지 않은데 한국 공연의 특혜를 받은 것 같았습니다 물론 한국 관객들의 환호와 그들은 위한 팬서비스도 중요하게 생각해야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합창의 완성도라는 생각이 들어서 지나치게 잦은 한국단원들의 독주가 불편하게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왜냐면 일부단원은 솔로를 할 만큼 잘하지 않았거든요
공연을 하는 단원들의 표정은 투어 마지막 공연이라 그런지 열의를 찾아볼 수 없었고 지시받은 대로 자세를 잡고 해당되는 부분에서 소리를 내도록 훈련받은 아바타같은 느낌, 노래가 좋아서 음악이 좋아서 이 공연이 즐거워 보이는 단원이 제 눈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한국 롯콘에 모인 관객들의 빈 소년 합창단 사랑은 가히 최고였습니다
여기저기 불안불안한 음정투성이었던 1부도 곡마다 박수로 격려해주었고 아카펠라 곡이 많았던 2부는 지휘자가 지휘만 하니 단원들의 집중력이 높아져서 1부와는 다른 소리로 감동을 주었고 관객들은 어마어마하나 환호를 보냅니다
관객층은 설 연휴고 빈소년 합창단이다 보니 어린 관객도 많았고 가족단위, 그리고 외국인도 많았는데 관객반응만 보면 엄청난 공연인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신년음악회라 그런지 공연이 다 끝나고 마지막에 슈베르트반 지도 선생님이 등장하고 그에 대한 감사의 꽃다발과 인사를 공연에 넣었는데 그 부분도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그 선생님의 수고를 관객들이 감사할 이유는 없으니 그들끼리 할 일을 공연의 마지막에 넣었더군요
결론적으로 빈 소년 합창단이라는 상품을 팔러 온 기획자들의 쇼를 본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한국 관객은 빈 소년 합창단의 환상에 어마어마한 환호와 존경을 아낌없이 보내준 것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완성도가 떨어지는 합창공연에 그정도 가격(R석 기준 12만원)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가......... 더 뛰어난 실력의 국내 합창단 공연의 가격과 좌석 점유율을 생각해보면 오늘 공연은 한국관객으로서 좀 기분이 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빈 소년 합창단 그 이름값을 하지도 못한 공연에 과한 관객반응으로 그들의 판촉을 도운 꼴이 되었다는 느낌을 안고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