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의 오헤어 공항
“우리가 세상에 아무 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못 하리라.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딤전 6:7-8)
필자가 70년대 초, 미국에 처음 도착한 곳이 시카고의 O'Hare 공항이었습니다. O'Hare가 사람의 성(姓)이라는 사실은 한 참 후에야 알았습니다. 그럼 왜 O'Hare의 이름이 시카고 공항의 이름이 되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시카고 하면 떠오르는 악명 높은 마피아 두목이 알 카포네(Alphonse G. Capone:1899-1947)입니다. 알 카포네는 20세기 초, 시카고에서 ‘밤의 제왕’이라는 별명으로 어둠의 세상을 휘졌고 다녔는데, 그 때 그의 나이 26살이었습니다.
그가 시카고에서 밤의 세계를 주무를 때는 미국에서 수정헌법 18조에 따른 금주법(Prohibition Law)이 실시되던 때였습니다. 그는 밀주(密酒:허가 없이 몰래 술을 만듬)를 만들어 엄청난 돈을 벌었을 뿐만 아니라 매춘, 청부 살인 등으로 돈을 끌어 모았습니다. 1927년 한 해 수입이 1억 달러가 넘었습니다.
카포네는 그 많은 돈으로 경찰서장, 검사들, 심지어 판사들까지 매수하여 불법을 마음 놓고 자행하였습니다. 카포네가 이 모든 불법을 자행하도록 뒤에서 법적으로 뒷받침 해 준 사람이 ‘이지 에디’(Easy Eddie(1893-1939)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아일랜드 출신의 유능한 변호사였습니다. 그는 불법을 행하다 체포되어 재판에 넘겨진 Capone를 변호해서 그의 투옥을 막아 주었습니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카포네는 에디에게 엄청난 돈을 주어 가족과 함께 초호화판 삶을 살게 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양심이 있어서, 에디는 자기가 카포네를 도우면서 호화에 극한 삶을 사는 것에 가책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돈의 노예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그는 드디어 결단을 하고, 지금까지 카포네가 저지른 모든 죄를 낱낱이 폭로하고, 자신이 지은 죄까지 경찰에 모두 실토하였습니다. 경찰은 증거가 없어 잡지 못했던 카포네를 체포하여 탈세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게 하여 투옥 시켜, 시카고의 밤거리를 정화 시켰습니다.
마피아의 원칙 가운데, 배반자는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보복을 하는 전통에 따라, 에디가 고발 한 때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에디 변호사는 시카고 외각에서 총탄으로 온 몸이 벌집이 되어, 46세의 짧은 삶을 마감하였습니다.
세계 제 2차 대전이 한참 벌어지고 있을 때, 해군 전투기 조종사 O'Hare 중위는 남태평양 Lexington 항공모함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출격 명령을 받고 전투기를 몰고 하늘로 치솟아 올랐는데, 연료 계기판에 연료통이 거의 비어 있다는 표식이 나와 있었습니다. 정비병이 실수로 연료 보충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O'Hare 중위는 다시 항공모함으로 돌아가려고 방향을 트는 순간, 일본의 대규모 전투기가 항공모함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는 그대로 갈 수 없어서 그들과 맞서 50인치 기관포로 적기를 차례로 공격하여 일본 비행대의 기수를 돌리게 만들었습니다.
이 공로로 그는 미국 최고 훈장인 ‘의회무공훈장’(Congregational Medal of Honor)를 받고 소령으로 특진되었습니다. O'Hare 소령은 1년 뒤, 전투에서 사랑하던 전투기와 함께 장렬히 산화(散華:꽃다운 목숨이 전쟁 등에서 죽음)했습니다. 1945년 6월, 미 해군은 새로 진수(進水)한 구축함을 USS O'Hare라고 명명(命名)했습니다.
O'Hare 소령은 Easy Eddy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카포네의 변호사 Edward J. O'Hare의 외동아들입니다. 마피아와 손잡고 호화에 극한 생활을 할 수 있었던 O'Hare 변호사는 양심의 소리에 순응하여, 죽음을 각오하고. 카포네의 불법을 고발한 대가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아들 O'Hare도 목숨을 돌아보지 않고, 조국의 항공모함을 지켜냈고, 마지막에는 소중한 생명까지 국가에 바쳤습니다. 사람이 세상에서 짧은 생을 살면서 불의와 타협해서 많은 돈으로 호화로운 삶을 산다해도 언젠가는 그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습니다.
바울 선생은 디모데에게 보낸 편지에서 “우리가 세상에 아무 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못 하리라.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딤전 6:7-8)고 말씀 하셨습니다.
비록 많은 재산을 남기지 못했어도, 모국 미국을 위해 목숨을 버린 O'Hare 씨의 이름이 시카고 공항의 이름으로 남아 그의 위대한 삶이 언제까지나 조명(照明)되고 있습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