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인 부부 가수/정호승
눈 내려 어두워서 길을 잃었네
갈 길은 멀고 길을 잃었네
눈사람도 없는 겨울밤 이 거리를
찾아오는 사람 없어 노래 부르니
눈 맞으며 세상 밖을 돌아가는 사람들뿐
등에 업은 아기의 울음소리를 달래며
갈 길은 먼데 함박눈은 내리는데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기 위하여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을 용서하기 위하여
눈사람을 기다리며 노랠 부르네
세상 모든 기다림의 노랠 부르네
눈 맞으며 어둠 속을 떨며 가는 사람들을
노래가 길이 되어 앞질러 가고
돌아올 길 없는 눈길 앞질러 가고
아름다움이 이 세상을 건질 때까지
절망에서 즐거움이 찾아올 때까지
함박눈은 내리는데 갈 길은 먼데
무관심을 사랑하는 노랠 부르며
눈사람을 기다리며 노랠 부르며
이 겨울 밤거리의 눈사람이 되었네
봄이 와도 녹지 않을 눈사람이 되었네
===[한국인의 애송시 II, 신예시인 48인선 중에서, 청하]===
정호승(鄭浩承): 1950년 경북 대구 출생.
경희대 국문과 졸업. <한국일보, 대한일보> 신춘문예와 『현대시학』으로 데뷔한 그는 만중적 감각의 부드러운 일깨움의 시들을 발표했다. 《반시(反詩)》동인이며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서울의 예수』가 있고, 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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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애송시(청하출판사)"의 초판발행일이 1985년으로 지금으로부터 38년 전입니다.
서정주, 조병화, 이어령 선생님께서 편집고문을 하셨습니다.
정호승 시인을 신예시인이라고 했으니 말입니다.
저의 애시(愛詩)인 "수선화에게"도 정호승 시인님의 작품입니다.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기 위하여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을 용서하기 위하여
눈사람을 기다리며 노랠 부릅니다.
맹인 부부의 노래가 눈 맞으며 어둠 속을 가는 사람들의 길이 됩니다.
기다림!
봄이 와도 녹지 않을 눈사람이 되었네....
맹인 부부의 노래가 오히려 우리를 위로합니다.
희망을 품으시라고....
오늘도 비가 여전히 내립니다.
며칠동안 쉼 없이 오는 비.
창밖 비 맞은 나무와 꽃들을 보며
주어진 하루를 시작합니다.
=적토마 올림=
맹인 부부가수/안치환과 자유 겨울 콘서트 오늘이 좋다/2022.12.29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