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방생, 채식 증가 등 최근 동물보호와 관련된 키워드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효리, 혜박, 이하늬 등 대한민국 미적 기준을 대표하는 여자 연예인들이 앞다투어 채식 애찬론을 펼치자 여자들은 삼겹살 대신 샐러드를 선택했다. 해외에서는 폴 매카트니와 딸인 스텔라 매카트니가 채식과 관련된 요리책 발간과 동물보호 운동에 앞장서고 있고, 국내에서는 연예인 외에도 디자이너, 사진작가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많은 유명인들이 동물의 권리 보호를 외치고 있다.
채식과 함께 최근에 많은 화제를 몰고 온 것은 바로 동물실험. 이효리가 SBS 토크쇼 ‘힐링캠프’에 나와 동물실험을 당하는 고양이 사진을 본 순간 깨달음을 얻었다는 발언을 통해 사람들은 동물실험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동물자유연대(
www.animals.or.kr)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에서 희생된 실험동물의 총 숫자는 140여 만 마리에 이른다. 유럽의 경우 화장품 동물실험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2009년부터 유럽 내에서 생산되는 화장품 제조 과정에 동물실험이 도입될 수 없고, 2013년부터는 동물실험 제품의 판매가 금지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는 이렇다할 법적인 규제는 따로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화장품을 판매할 때 동물실험 여부를 언급할 필요가 없고, cruelty-free (잔인성을 배제한) 또는 no animal testing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은) 등의 표기방법에 대한 법적 정의가 부재인 상황이다. 또한 동물자유연대 조사 결과 일부 회사들이 원료에 있어서는 동물 실험을 거쳤거나 혹은 동물실험의 여부를 모른다고 답했다.
동물실험이 옳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은 적다. 그러나 최근 들어 많은 기업들이 동물실험 반대와 관련된 프로모션도 활발히 하고 있다. 창립 이래 계속해서 동물실험 반대를 외쳐온 영국 핸드메이드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Lush)는 지난 4월 전 세계 매장에서 동시에 ‘동물 실험 반대 캠페인’을 펼쳤다. 어떤 이유에서든 동물실험을 하지 않으며 동물실험을 거친 원료조차 거래하지 않는 러쉬는 글로벌 캠페인 사이트를 통해 ‘국제 동물 구조 단체’ (Human Society International, www.fightinganimaltesting.com)와 함께 온라인 서명운동도 진행했다.
이효리가 선물 받은 화장품으로 유명한 멜비타(Melvita)는 유기농 스킨케어 전문 브랜드답게 친환경 재료를 기반으로 물을 재활용 하고 기름을 필터링 하는 시설 등을 갖춘 친환경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한다. 또한 동물실험 대신 연구 개발원이나 별도 지원자를 통해 피부 알레르기 반응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 제품에는 동물실험 반대 인증 마크인 리핑 버니(Leaping Bunny)가 있어 안심하고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헤어와 바디 제품으로 유명한 아베다(Aveda)는 동물실험 대신 시험관 연구, 세포 배양법 등을 통한 방법과 인간의 몸에 인공 스킨를 붙여 안전성 실험에 나섰다. 특히 아베다는 동물실험 반대와 환경 보호에 대한 노고를 인정 받아 2004년과 2008년에 PETA(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 약자로, 세계적인 동물보호단체)에서 선정한 ‘베스트 크루얼티 프리(동물학대를 하지 않는 브랜드)’ 브랜드로 선정됐다.
자연주의 코스메틱 브랜드 버츠비(Burt’s Bees)는 전 제품 재활용 용기를 사용하고 멜비타와 마찬가지로 리핑 버니 마크를 부착했다. 동물실험 제품이나 살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하며, 이와 관련된 표시도 용기에 별도로 하고 있다. 또한 PETA와 동물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동의서도 주고 받아 동물실험 반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국내에 론칭한 프랑스 자연주의 브랜드 빠니에 데 썽스(Panier des Sens)는 프랑스 프로방스의 전통 비누 제조 방식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브랜드답게 동물성 원료를 비롯한 파라벤, 페녹시에탄올 등 7가지 유해 성분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국제 산림관리협의회에서 인증한 종이로 만든 재활용 용기에 담아 판매한다.
유럽과 미국에서 주로 이뤄지던 동물실험 반대 운동에 따라 국내 브랜드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LG 생활 건강에서 만든 코스메틱 브랜드 비욘드(Beyond)는 광고 전면에 동물실험 반대를 담고 있어 화제가 됐다. 배우 김수현과 귀여운 강아지가 뛰노는 장면과 “예뻐지기 위해 널 다치게 할 수 없어”라는 문구를 통해 동물실험 반대에 나섰다. 창립 이래 동물실험은 물론 동물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비욘드는 광고 모델인 김수현과 함께 동물실험 반대 캠페인을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동물실험을 한 제품이 더욱 안전하다고 믿는 경향이 강하지만 요즘처럼 문명이 발달된 사회에서 동물실험은 오히려 불필요하다. 캐나다와 유럽연합은 이미 인공 재생 피부인 에피 스킨을 이용한 실험을 인증 받았고, 마스카라나 아이 메이크업 제품을 위한 안구 자극성 실험은 성분의 분자 구조에 근거한 컴퓨터 모델을 사용할 수 있다.
동물실험을 한 화장품을 사는 것과 사지 않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아름다워지기 위해 동물을 희생시키기보다는 모두가 함께 공생할 수 있는 착한 브랜드를 선택한다면 동물은 물론이고 관련 브랜드와 환경까지 모두 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