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막한 나무 층계 위 온갖 장난감 인형과 공이 앙증맞게 준비된 '실내 놀이터'에서 강아지 5마리가 뛰어놀고 있었다. 육포를 손에 든 유치원 선생님 박안수(30)씨가 다가오자 강아지들은 일제히 뛰어들어와 안기는가 하면, 연방 꼬리를 치며 '뽀뽀' 애교를 부렸다. 조용한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박씨는 강아지들에게 '손 내밀기' '엎드리기' 같은 기본예절 교육을 하기도 하고 그림책을 보여주며 어르고 달랬다.
- ▲ 17일 노원구 상계3동 애견 유치원‘포레스트 독’에서 유치원 선생님 박안수(왼쪽)씨와 최순진(오른쪽)씨가 강아지들을 돌보고 있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과도한 호화 애견 문화는 사회적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강아지를 '가족'이나 '반려동물'로 여기는 사람들의 강아지 사랑은 지극하다.
◆애견 유치원
한국애견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애견 인구는 1000만명(애견 350만 마리 기준)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애견 가격도 수십만원에서 1000만원 이상까지 호가한다. 강아지를 낳을 때 대개는 집에서 자연분만하지만 동물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하면 25만~30만원 들어간다.
이들 애견을 돌봐주는 '애견 유치원'이 최근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낮 동안 강아지를 돌볼 사람이 없는 직장인들이 주요 고객이다. 애견 유치원은 집을 비우게 됐을 때 강아지를 잠깐 맡기던 기존 동물병원과는 달리 강아지를 낮 동안 돌보고 교육도 시킨다. 이날 찾은 애견 유치원 '포레스트 독'은 기존 애견미용 시설에 추가로 지난 9월 50㎡(약 15평) 규모로 별도 유치원을 개장했다.
하루 평균 5마리, 일주일이면 20~30마리의 '원생' 강아지들이 찾는다. 학비는 강아지 무게별로 다른데, 3㎏ 미만은 하루 1만원, 3~6㎏은 1만5000원, 6~10㎏는 2만원이다. 한 달 동안 보내면 가장 경량급 강아지도 30만원이 드는 셈이다.
전날 전화 연락을 해두면 애견 교사들이 오전 8시부터 애견을 차에 태워 유치원에 데려오고, 밤 퇴근 시간에 맞춰서 데려다 주는 '스쿨버스' 서비스도 생겼다. 애견 유치원 스케줄은 건강체크부터 야외 산책, 빗질·털 관리 등으로 빽빽하다.
유치원 원장 최순진(30)씨는 "단순히 강아지를 보살펴 주는 데 그치지 않고 나쁜 버릇이 있던 강아지 행동을 교정하기도 하고 다른 강아지와 잘 어울리도록 사회성을 길러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유치원 홈페이지에는 "토토가 사료를 잘 먹지 않아 걱정이 많으신데, 여기서는 저녁때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답니다" 같이 애교 섞인 '알림장'도 올라간다. 이런 애견 유치원은 서울 강남과 경기도 분당·일산 등지에 몰려 있다. 강남 역삼동 P애견유치원은 "하루 30마리 정도 관리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했다.
◆애견 테마파크
애견 테마파크는 애견용 운동장과 수영장, 훈련장, 애견용품점 등을 갖추고 있다. 경기도 용인 처인구에 있는 '페티앙 캐슬'은 1500여평의 넓은 공간에 강아지 호텔, 훈련소, 수영장, 애견용품숍 등을 운영하고 있다. 애견 관리를 위해 12명의 스태프가 근무하며, 호텔 이용 비용은 1박2일 1만5000원 수준이다.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의 '스타독스'도 지난 7월 1500여평의 애견 운동장과 30평짜리 애견 수영장을 비롯, 애견 호텔, 훈련장 등을 갖추고 개장했다. 김민성(31) 대표는 "애견 수영장에는 여름의 경우 하루 100여 마리, 지금도 주말에 30마리가 주인들과 함께 찾는다"고 말했다. 애견 운동장 이용료는 애견 주인 입장료 5000원에 강아지 크기에 따라 5000~1만원 추가된다.
애견용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장시간 쇼핑이나 산책을 할 때 애완동물을 태우고 다니는 애완동물 전용 유모차는 6만~8만원부터 최고 22만원(리첼 메리카트 유모차)까지 다양하다. 강아지용 향수와 보석 등 각종용품도 선보였다.
◆'반려동물' 장례식장·납골당
지난 2008년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죽은 반려동물의 사체를 함부로 처리할 수 없게 된 이후 반려동물 장례식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화장장, 납골당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경기도 등지에 많다.
애완동물 장례 절차는 사람이 죽었을 때와 비슷하다. 관에 강아지 시신을 눕힌 뒤 화장을 하는데, 화장로가 가동되는 동안 가족들은 추모실에서 강아지의 명복을 비는 추모식을 지내기도 한다. 애완동물 뼈는 가루로 만든 후 유골함에 담아 납골당에 보관한다.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러브펫'에서는 강아지 장례가 하루 2~3건 이뤄진다. 가격은 화장 비용(5kg 이하 기준) 15만원, 오동나무관 5만원, 염 3만원, 수의 6만원 정도다. 납골당 1년 가입비는 10만원 정도로 한 번 장례를 치르는 데 30만원 정도 들어간다.
러브펫 조용환 대표는 "죽은 애완견의 장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명지대 장례지도학과 대학원을 수료하고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딴 뒤 반려동물 장례사업을 시작했다"며 "100여구의 애완동물이 안치된 납골당에는 추모객들이 그들과의 추억을 되새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