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묵주기도나 9일기도 등 다양한 기도를 매일 열심히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 보니 기도 지향도 많아지고 기도 시간도 많이
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기도가 부담스럽고
기도에 지친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한국 사람들은 일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흔히 기도도 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기도라는 일은 다른 일들처럼 결과가 바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이런 기도라는 일보다는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다른 일을 하는 것을 선택합니다.
그래도 그 중 기도 생활에 대한 열의를 가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기도의 효과가 없는 것은 자신들의 정성이나 기도의 양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여기고, 자신을 다그치며 기도 시간과 양을 늘리고 또
늘립니다. 그리고 결국 기도라는 일에 지쳐 쓰러져 버립니다.
여기서 약간의 사고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기도는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안 하는 것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하던 일과 하던
생각을 안 하는 것으로서의 기도는 일이 아니라 휴식이 됩니다.
작은 컵에 물을 채우고 들고 있으면 처음엔 무겁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계속 들고 있다면 점점 더 무거워집니다. 기도는 물컵을 내려놓는
것과 같습니다. 특히 삶의 문제로 근심과 걱정이 많을 때 이런 기도는
정말 좋은 휴식이 됩니다.
어쩌면 기도는 내가 아니라 하느님이 하실 수 있도록 끊임없이 멈추고
기다리는 삶의 자세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도 중 잠시 내려놓았다가
다시 잡은 문제들이 신기하게 쉽게 풀리는 경우도 많이 봅니다.
하던 일이나 공부를 멈추고, 보던 TV를 끄거나 핸드폰을 내려놓고,
근심 걱정을 내려놓고, 묵주를 드는 자세 자체만으로도 내 삶엔 하느님이
활동하시는 틈이 생기는 것입니다.
- 권순호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