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것은 세상에 널려있지만 요즘의 날씨도 급변 중의 급변현장입니다. 서늘해졌다고 하지만 낮에는 꽤 덥기도 했는데 어제 오후부터 강풍모드에 온 몸으로 덥치는 한기는 급하게 겨울옷을 꺼내들게 합니다.
우리 세대가 세상에 나와서 학창시절을 온전히 보냈던 박통시절에 세뇌된 것들은 참으로 많은데요, 우리 세대의 사람들이 아직도 외우고 있는 '국민교육헌장'부터 시작해서 '북한은 지지리도 못살며 괴수집단들이다'라는 고정관념까지 다분히 이데올로기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그 중에 또하나, 대한민국은 너무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는데 4계절이 뚜렷하여 매계절 독특한 매력들이 있어 너무 좋은 나라이다 라는 것! 이것도 얼마나 큰 세뇌적 발상인지... 4계절이 널뛰듯 뒤바뀌니 계절에 맞춘 장비와 시설하느라 경제적 비용은 물론이고, 매번 환절기를 적응해가야하니 그 신체적 노력은 게으른 사람은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바짝 더운 2개월을 위해 비싼 에어컨을 설비해야하고 실제로는 11월부터 그 다음해 3월까지 음습한 겨울모드이니 한국인의 기질에 우울증이 바탕해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여름더위도 유럽이나 미국 캘리포니아나 아리조나처럼 상쾌한 더위가 아니라 우기와 맞물린 높은 습도로 인한 불쾌감이 극을 이루니 견디기 쉽지않은 여름날씨입니다.
제가 쓰고있는 책 중에 하나가 '한국인의 우울기질 영양학적 지정학적 분석'인데 수많은 기질형성 요인 중에 날씨도 한 몫을 합니다. 유럽인들에게, 특히 북부나 동부쪽 사람들조차, 계절적 우울증은 반복될지라도 우리처럼 우울증 기질이 심하지 않은 것의 근본원인은 있을 것입니다.
암튼 각설하고 우울기질의 큰 단점 중에 하나가 숲을 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숲에서 나무만 보니 좁은 시각과 단편적 지식이 우리의 정신세계를 크게 지배하고 있습니다. 고집과 아집, 자기세계 밖의 세상을 보려하지 않음, 전체 커다란 숲 속에서 내 위치파악의 어려움 (사회성부족) 등등 보편적으로 기질화된 성정들의 배경에는 양육된 사회의 자연환경도 크게 영향을 주며 유전적 기질로 굳어지게 됩니다.
태균아빠에게도 나무만 보는 기질이 강해서 때로 이런 기질때문에 힘들어질 때도 있습니다. 제가 저녁요리를 할 때 태균이가 궁금해서 옆에 바짝 지켜보는 경우가 있는데 '태균이 배고픈가보다' 아니면 '저녁요리가 궁금한가보다' 수준의 보편적 발상보다는 빨리 저녁 안했다고 타박 쪽으로 갑니다. 사실 집에 들어선지 30분 밖에 안되었고 30분만에 거의 끝나가는데도 말이죠. 속에서 치밀어오르는 게 있지만 원래 그 기질이니...하며 넘길 때가 수두룩하죠.
암튼 어제 마음에도 찬바람이 몰아쳤습니다. 지난 여름일기 속 완이의 스토리를 드디어 읽은 완이부모들. 항의와 시빗조가 잔뜩한 카톡과 전화들이 날아옵니다. 부모된 입장으로 일부 내용들은 마음이 걸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다소 구체적이고 제 감정이 들어있던 일기도 있었을테니까 말이죠.
마음은 아프고 무겁지만 그래도 이제서라도 일기를 봐주었다는 소기의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하며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간밤에 심장이 좀 두근거리며 아팠지만 모든 게 완이가 좋아지기를 바라는 것에서 출발한 것이니 제가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습니다.
완이의 귀여웠던 사진들을 글에서 내리면서 완이부모가 나무가 아닌 숲을 봐주길 바랄 뿐입니다. 세세한 나무만 보면 섭섭한 내용만 눈에 보일 뿐이고 저한테 항의하는 내용도 주로 그런 것이니까요. 돈주고 맡겼으니 단순 양육자로 여겼다면 더욱 마음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저의 큰 역할은 아이보다 부모가 바뀌길 바라는 것이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항의내용 중에 하나가 '완이때문에 태균이가 힘들어했다'라는 내용도 있고 이럴꺼면 왜 완이를 받았냐하는 것도 있지만 이런 것들의 이면에는 부모로써 속상함이 있기에 이건 백번이고 이해합니다. 저도 완이부모만큼은 아니지만 완이를 이뻐했기에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일기에서 태균이나 준이도 이상한 행동을 하면 그대로 올리고 속상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행동 자체가 아니라 행동배경이나 향후 대책이니까요. 자식의 잘못된 행동의 이면에는 부모가 있기에 우리에게는 이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그리고 전체 숲을 본다면 섭섭한 내용이야 몇 개의 나무에 지나지 않겠지요...
그런 마음으로 지난 여름일기를 다 지워버릴까 하다가 놔두기로 했습니다 (원래 일기 시작할 때 허락받고 했었기에). 그리고 완이부모와는 이제 거리가 좁혀지기가 어렵겠지만 제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 그리고 비용지불했는데 왜 그러냐 (이런 말은 결코 하지않았지만)라는 마음이 있다면 비용을 받았기에 몇 배로 돌려주려 최선을 다했노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들 이상으로 저도 상처가 되고 마음이 무겁다는 것, 그것이 지금의 심정입니다. 몸에도 마음에도 찬바람이 몰아칩니다...
첫댓글 에고, 뭔 말도 위로가 안되겠습니다.
완이 엄빠께서 매일매일 일기 읽으시고 즉시 피드백 주셨다면
참 좋았겠다 싶습니다.
얼릉 회복 되시기 바랍니다.🥀🙏🏻🌻
에고...
완이 부모님 속이 많이 상하셨나봅니다...
저희아이 또한 많이 부족하고 모지라다 보니 뭐라 할말은 없지만..
화를 내기전 어떻게 키워내야하는지를
뭐가 필요하고 우선인지를 알게되었다 하시면 우리아이들 미래가 달라지지 않을까요...
감사한 일인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