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산채? 달래?
산에 올라 사람들의 통행이 거의 없는 곳을 들어갔다. 가시넝쿨이 우거지고 습하고 어두운 곳을 헤집고 다녔다. 가시덩쿨에 찔리자 몸 여기저기가 따가웠다. 오랜만의 산행에 무언가를 채취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의 생태계도 보고 싶었다.
한참동안 덩쿨을 헤치고 나아가니 잡풀이 거의 없는 암벽의 틈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녀석을 발견했다. 야생에서 자생한 달래다. 나뭇가지를 꺾어 호미 삼아 몇 움큼을 캐었다. 적당히 많지도 적지도 않게 캐었다.
그리고 정글의 끝을 지나 광명을 찾은 곳은 그야말로 사람들이 흔히 볼 수 없는 절경이 펼쳐졌다. 까마득한 낭떠러지가 나를 반겼고 외로운 보리수와 맥문동, 털머위가 바위의 틈새에 자리잡고 부끄러운 몸짓으로 살랑살랑 춤을 추고 있었다.
저절로 탄성을 지르며 깊은 심호흡을 했다. 너무나 경이로운 자연의 풍광이 꼭꼭 숨어 비밀스런 연출력을 자아내고 있었다. 경이로운 자태에 발자국이라는 멍울을 남기고 온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오늘은 달래에 대해서 올려본다. 달래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고 냉이와 더불어 봄나물의 대표주자 중에 하나로 꼽힌다. 맛은 맵고 달며 톡 쏘는 향이 일품이다. 특히 나물이나 된장국을 끓이면 입맛을 돋궈준다. 입맛이 떨어지고 몸이 나른한 봄철에 제격이다.
달래에는 재미있는 전설도 있다. 흔히 남녀의 성적묘사에 많이 쓰인다.
'달래나 보지.'
오누이가 서로를 사랑하지만 표현을 하지 못하고 누이의 젖은 옷의 속살을 보고 성욕을 느낀 남동생이 자신의 물건을 자해하여 죽자 누이가 울면서 뱉은 소리다.
"이렇게 죽을 거면 달래나 보지."
하면서 슬피 울었다는 이야기다. 지금은 성적희롱의 단어가 되었지만 고대에 우리는 근친혼이나 상간을 했더랬다. 특히 씨족공동체사회에서 많이 행해졌다. 그러나 유교가 들어오면서 불경스런 행위로 받아들여졌다. 어쩌면 죽은 남동생의 의미는 새로운 사상의 시작이며 전통관례의 종지부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달래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달래의 한방명은 소산, 묘산이라 불린다. '묘산'의 의미는 남다른 뜻도 담겨 있다. 불가에서는 섭취를 금하는 오신채(정력나물) 중의 하나로 파, 마늘, 무릇, 부추와 함께 달래를 넣고 있다. 속세의 모든 행위(번뇌)에서 벗어나기 위해 금해야할 성욕을 일으킨다하여 금기음식으로 오신채를 정했다고 한다. 그만큼 강장, 강정작용이 뛰어난 봄나물이기도 하다.
달래는 만병을 다스리는 통치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정은 피를 맑게 함이오, 소화를 돕고 기침가래에 좋으며 기생충의 감염이 쉬운 봄철의 구충제가 되기도 한다. 또한 빈혈, 설사나 토사곽란, 뱀이나 독충에 물렸을 때 좋다. 그리고 복수가 찼을 때 아주 좋은 효능이 있다.
복수가 찼을 때 뿌리를 짓찧어 발바닥에 붙이고 거즈나 헝겊, 비닐로 싸매고 양말이나 붕대로 감아준다. 그리고 반나절 가까이 있으면 복수가 소변이나 대변으로 나오는데 이렇게 하루 두번씩 사나흘을 해주면 신묘하리만치 복수가 빠진다하여 '묘산채'라고 하는 것이다.
심장병이 있어 통증을 느낄 때 식초에 달여서 복용하면 통증이 완화된다. 이때에는 소금으로 간을 하지 말아야한다.
뱀이나 독충에 물렸을 때는 뿌리나 전초를 짓찧어 즙은 마시고 남은 찌꺼기는 물린 부위에 붙여준다.
나물로도 된장국으로도 좋으며 간장 양념장을 만들어 김과 함께 곁들여 먹으면 아주 좋다.
필자는 간장양념으로 넣고 김에 싸서 밥을 먹는다. 거기에 날치알을 살짝 곁들여 먹는 것을 좋아한다.
이른 봄의 으뜸 보양채 달래.. 많이 드시고 건강하시기를..
해강.
약초연구소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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