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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포크라는 수업 때문에 주제별 체험학습을 못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많이 욕을 했었다. 마지막 학기인데 주체가 없다니... 그렇게 에포크 수업이 시작되었다.
에포크 수업이란 주기 집중 수업을 말한다. 우리는 일주일동안 각자 다른 수업을 정해서 수업을 진행했다. 나는 논문이 작곡이여서 작정하고 싱어송라이터 수업을 신청했다. 그렇게 6명의 학생들이 모이고 자기 소개를 한 후에 수업을 진행했다. 휴가 나온 동규쌤의 첫인상은 뭔가 내 미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하람쌤(뻐지쌤)은 겉모습과는 다르게 많이 인간적이었다. 그리고 롤 같이할 좋은 형들이 생겨서 좋았다.ㅋㅋ
사실 방학 내내 한 일이라고는 매일 기타를 잡고 멜로디를 만들기 밖에 없다. 이 작업을 계속 반복했다. 고심 끝에 나온 마음에 드는 코드 진행은 노트에 항상 적어두었다. 근데 하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코드 진행이 항상 겹치게 들어있었다. 근데 내가 너무 꽃혀버려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 답답함은 정자에서 다같이 기다를 치면서 풀려버렸다. 동규쌤이랑 하람쌤, 지연쌤이랑 나무 밑 정자에서 애들이랑 기타치고 기타로 브레인스토밍하면서 즉흥곡도 뱉어보고 기존곡도 불러보고 있었는데 순간 머리를 툭치고 간 멜로디가 있었다. C#m7/E 로 시작하는데 기존에 내가 만들었던 멜로디 라인들 보다는 단순하고 뭔가 따뜻한 멜로디가 나왔다. 그리고 그 날 정자에서 아이디어가 떠올랐던 가사를 붙였다. 그렇게 해서 나온 곡이 ‘오늘도’이다. 그 곡은 내 가치관이랑 연결되어 있는 곡이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여, 이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 근데 60%밖에 담지 못한 것 같다. 애들은 곡이 빨리 나와서 좋겠다라고 했지만 나는 곡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노래들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다른 애들에 비해 잘하는 것이 아니고 곡을 만드는 작업을 다른 애들에 비해 빨리 시작해서 곡을 만들어내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머리에 원하는 멜로디가 생각나면 기타줄을 헤아리면서 그 소리를 찾는다. 예전부터 GM7으로 시작하는 노래를 원했는데 그 때는 뭔가 분위기가 침울한 쪽으로 기울어서 접었다. 그러다 이 번에는 멜로디가 달달하게 나왔다. 그렇게 신이 나서 멜로디를 치고 있었는데 대희가 가사를 흥얼댔다. 사랑에 목이 마른 대희의 가사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대희가 아이디어를 낸 후렴구를 쓰고 내가 살을 덧붙였다. 그렇게 해서 나온 곡이 ‘할 말 있어요’이다. 솔직히 내 생각이 가사에 완전히 담기지 않아 그저 그런 곡이었다. 이 곡을 쌤들한테 들려주고 나서 많은 생각을 했다. 쌤들은 내가 나의 노래를 만드는 것 같지가 않고 뭔가 그냥 노래를 만드는 것 같다고 했다. 가사도 공중에 붕 뜨고 전혀 내 느낌 내 생각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사실 나도 개인적으로 가사를 쓸 때 아이디어는 많은데 정작 글로 옮겨 적을 때면 자꾸 꼬이고 내가 원하던대로 잘 안돼서 답답했다. 그래서 그냥 머리를 비우고 딱 방에 박혀서 내 이야기를 썼다. 눈물도 많고 혼자 있는 것도 무서워하던 지금은 잘 볼 수 없는 예전에 나를 털어놓았다. 가사는 다듬지 않아서 조금은 어디로 튈지 몰랐지만 어떻게든 멜로디에 붙여 넣었다. 코드 진행은 내가 만들어놓았던 것과 좋아하던 코드진행을 붙였다. 제목은 ‘네가’이다. 내가 예전의 나에게 하는 말이 들어있어서. 내가 내게, 그래서 뭔가 네가가 끌렸다. 쌤들이 듣고는 확실히 전에 만들었던 곡들보다는 멜로디는 조금 떨어지지만 나는 전에 만들었던 곡이랑 지금 만든 곡이랑 고르라고 하면 지금 만든 노래를 고를 거라고. 그만큼 뭔가 숨기지 않고 생각도 많이 안 하고 그냥 있는 그대로 적어서 가능했던 것 같다. 그런 말을 들으니 갈피가 잡히긴 했다. 담백하게 내 생각과 느낌. 나에게 없었던 일은 듣는이는 물론이고 나조차도 공감을 할 수 없던 내 노래들의 고질적 문제가 반 이상은 해결된 것 같은 느낌?!
수요일 저녁에 갑작스럽지는 않았지만 모든 팀에게 공연 제의가 들어갔다. 우리 팀의 특성상 공연을 안 할수도 없었다. 공연 전에 동규쌤에게 힘이 되는 말을 듣고 불타는 열정을 안고 무대에 올랐다. 생각보다 잘 돼서 좋았다. 그냥 즐겼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이런 것이 싱어송라이터라는 것이구나를 느낀 것은 쌤들의 무대. 확실히 현역 가수의 클라쓰를 입증한 쌤들. 소름이 돋았다. 모두 잠든 새벽~~~~ 소오름
에포크, 5일간의 여행. 생각해보면 나는 가르침을 받고 노래를 만들었다기 보다는 나와 잘 맞는 사람들을 만난데서 오는 버프를 받고 노래를 만들었던 것 같다. 인연을 쌓아가는 여행을 한 것 같다. 연락도 하고 배움도 얻을 수 있는. 어쩌면 운명일 수도 있고. 5월 축구대회 때 반달쌤이 만나보라고 추천해줬던 동규쌤을 만난 것처럼. 에포크는 인연을 쌓아가는 배움을 얻게 해준 것 같다. 에포크가 이 번 학기에서 끝이 아니였으면 좋겠다.
에포크를 하면서 만든 곡들
-오늘도
intro- C#m7/E-AM7
VERSE
C#m7/E AM7
그대 오늘 하루 어땠나요
힘들었나요 그대
나도 힘들었어요 근데
그댈 보니 괜찮아지네요
BRIDGE
F#m G#m C#m B
오늘의 해도 퇴근을하고
F#m G#m Am B
시곗바늘은 내일을 향하는데
CHORUS
C#m7/E AM7
오늘이 지나고 내일이 와요
힘든 오늘이 잠을 청하네요
내일도 힘들겠지만 우리 열심히 해봐요
BRIDGE
같은 코드
오늘 그대를 힘들게 한 그 사람을
내일도 봐야겠지만
CHORUS
그래도 우리는 살아가야죠
매일 다른 오늘을 사는 우리
같은 오늘 속 다른 우리 모두 힘내요
ENDING
C#m7/E AM7
내일이 오늘이 되겠죠
열심히 해봐요
이유는 간단해요 오늘이
F#m G#m Am B E
남은 우리의 삶 중 가장 젊은 날이니까
-할 말 있어요
INTRO-GM7-G-D/F#-Em7/D-Dsus4/E-D-Am7-D7
GM7-G-D/F#-Em7/D-Dsus4/E-A7sus4-A7-Dsus4-D
CHORUS
GM7-G-D/F#-Em7/D-Dsus4/E-D-Am7-D7
GM7-G-D/F#-Em7/D-Dsus4/E-A7sus4-A7-Dsus4-D
오늘 그대에게 할 말 있어요
보고 싶었어요
오늘 그대에게 말 할거예요
사랑해요
VERSE
Am7-D7-G
조금 있으면 볼 그대지만
왜 이렇게 가슴이 뛰는지
BRIDGE
Cadd9-G/B-Am7-G
Cadd9-G/B-Am7-D7
머리도 만지고 거울 속
내 모습에 점수도 주고
오늘 저녁은 뭘 먹을까
나도 모르게 웃음이
CHORUS
오늘 그대에게 할 말 있어요
보고 싶었어요
오늘 그대에게 말 할 거예요
사랑해요
VERSE
이틀 전에 본 그대지만
나에겐 항상 새로운걸
BRIDGE
살랑거리는 바람에 그대 머리카락도 찰랑
찰랑거리는 그대 머리카락에 내 심장도 쿵쾅
CHORUS
오늘 그대에게 할 말 있어요
보고 싶었어요
오늘 그대에게 말 할 거예요
사랑해요
오늘은 손 잡고 걸을 거예요
우리 둘이서
다신 이 손 놓지 않을 거예요
영원히
ENDING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겟죠
GM7-G-D/F#-En7/D
-네가
INTRO-Dm7-FM7/G-C
VERSE
Dm7-Dm7/G-CM7-Am7 x3
Dm7-Dm7/G-C
그 아이는 겁이 참 많아
먼저 가서 말이라도 걸어줘
혼자 있기를 무서워 하는
그런 그런 아이
BRIDGE
FM7-Dm7/G-Am7
Am/F-Bdim-Am7
Am/F-G#dim7-Em-Am
Dm7-G
툭하면 눈물을 보였어
눈물 속에 허우적대던 날들을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곪아가던 마음을
CHORUS
(VERSE와 같은 코드)
어떻게 지냈을까 그렇게
아픈 마음 지고서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내가 옆에 있을게
간주
FM7-G-Cadd9-Am7-Dm7-Dm7/G-CM7
FM7-G-Cadd9-Am7-Dm7-Dm7/G-C
BRIDGE
시간이 흘러서
조금은 단단해진 마음이 됐지만
아직도 난 혼자인게 혼자인게 무서운데
CHORUS
지금 네 눈에 보이는 난
진짜 내가 아닌데
아직도 난 무서운데
네가 네가 있어줘
ENDING
Dm7-Dm7/G-CM7-Am7
Dm7-Dm7/G-C
네가 네가 네가
그냥 그냥 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