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가나 공동체를 흐리는 자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레데의 교회에도 그런 자들이 있었습니다. 10절과 11절을 보면 불순종하고, 헛된 말을 하며 속이는 자가 많다고 지적합니다. 그들은 더러운 이득을 취하려고 마땅하지 아니한 것을 가르쳐 가정들을 온통 무너뜨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바울 시대에도 많은 거짓 가르침들이 판을 치고 있었습니다. 이단 사상들이 교회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10절을 보니 아마도 유대 할례주의자들를 대표적으로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만이 아니라, 할례를 받아야 구원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자들입니다. 이런 가르침으로 인해 아마도 가정 안에서도 서로 다른 가르침에 대한 갈등이 일어나 가정이 무너지는 일도 일어났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단 사상이 들어오면 가정이 깨어지는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레데의 교회에 이런 거짓 가르침들이 횡행(橫行)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그들의 입을 막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씀합니다(11절). 거짓 가르침이 교회공동체 안에 들어오지 않도록, 거짓 가르침이 교회에서 전파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단속하라는 말씀입니다.
바울은 이렇게 거짓 가르침을 가르치는 자들에 대해서 그레데 사람들을 향하여 거론되고 있는 평판(評判)을 인용합니다. 그레데 사람들은 도덕적으로 매우 평판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12절은 어떤 선지자의 말이라며 인용하고 있는데, 어떤 선지자라고 표현된 이 사람은 아마도 그 당시 그리스에서 지혜로운 자 중의 하나로 손꼽는 예언자이며 철학자인 에피메니데스(Ἐπιμενίδης, Epimenides)의 말을 인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12절은 “… 그레데인들은 항상 거짓말쟁이며 악한 짐승이며 배만 위하는 게으름뱅이라 하니”라고 말하면서 13절에 “이 증언이 참되도다”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거짓말을 일상(日常)으로 여기면서 자기의 욕심만 챙기려는 속성을 일컫는 표현입니다. 마치 짐승과 같다고도 표현하고 있습니다.
바울은 이런 자들을 엄히 꾸짖으라고 말씀합니다(13절). 잘못된 가르침에 대해서는 단호해야 합니다. 타이르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됩니다. 말 그대로 근절(根絶)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성도들의 믿음이 온전하게 서도록 도우라고 말씀합니다. 14절의 “유대인의 허탄한 이야기와 진리를 배반하는 사람들”은 바로 할례주의자들을 비롯한 잘못된 가르침을 전파하는 이단 무리를 일컫는 말입니다. 그들은 하나님을 안다고, 하나님을 믿고 있다고 말하지만, 삶의 모습으로는 하나님을 부인(否認)하는 자들이라고 지적합니다(16절). 이런 모습은 가증한 일이고, 진리 안에서 바르지 못한 모습입니다.
15절의 말씀은 유대 율법주의자들의 모습을 지적하는 말씀입니다. “깨끗한 자들”이란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의롭게 된 자들을 의미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로 인하여 깨끗하게 된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그리스도 안에서 깨끗합니다. 더 이상 율법에 의해 더럽고 깨끗한 것을 나누지 않습니다. 그러나 “더럽고 믿지 아니하는 자들”은 율법주의자들을 의미하는 말로, 그들은 율법에 따라 더럽고 정결한 것을 나누기에 모든 것을 더럽게 보는 자들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들의 마음과 양심, 즉 그들의 내면이 부패되어 있음을 지적하는 말씀입니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 인해 의롭게 된 자들이 모인 공동체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때문에 정결하게 된 자들이기에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살아가면서 거룩한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그런데 이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에 무엇인가를 덧붙여서 의롭게 됨과 거룩함을 이뤄야 한다고 가르친다면 이것은 거짓된 가르침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밖에는 다른 것이 필요 없습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 하나님의 거룩한 자녀가 되었고, 우리 안에 계시는 성령으로 말미암아 거룩한 삶을 살아가는 자들입니다.
교회 안에 거짓된 가르침이 들어오지 않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아닌, 그 어떤 거짓 가르침이 교회 안에 틈타서 들어온다면 철저하게 근절(根絶)해야 합니다. 그래야 교회공동체가 견고히 설 수 있습니다. 오직 하나님의 진리의 말씀으로만,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만 살아가는 자가 되길 바라고, 그러한 교회공동체가 되길 소망합니다.
(안창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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