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3157]두목(杜牧)-꽃을 한탄하다(탄화·歎花)
嘆花[탄화]
꽃을 읊다.
杜牧[두목]
自恨尋芳到已遲[자한심방도이지]
: 너무 늦게 이르러 꽃다움 찾음을 절로 한하며
往年曾見未開時[왕년증견미개시]
: 옛날 이미 보았을 때는 아직 피지 않았었다네.
如今風擺花狼藉[여금풍파화랑자]
: 지금은 바람이 흔드니 꽃잎 흩어져 어지럽고
綠葉成蔭子滿枝[녹엽성음자만지]
: 푸른 잎 그늘 이루니 가지에 씨가 가득하구나.
自恨자한=스스로(저절로) 한탄하다.
尋芳심방=꽃을 찾다.
尋=찾을 심.② 생각하다 ③ 보통 ④ 잇다
芳=꽃다울 방. ② 향기풀 ③ 향기 ④ 향기가 있는 꽃.
到=이를 도. ② 빈틈없이 찬찬하다 ③ 속이다 ④ 거꾸로
已=이미 이. ① 그치다 ② 이미 ③ 물리치다 ④ 매우
遲= 늦을 지 . 더딜 지. 속자(俗字)遅
曾=일찌기 증 곧 증.
擺파= 흔들다. 젓다. 옷의 아랫단 파=襬
花= 속자(俗字)芲
狼= 이리 랑, 땅이름 랑. 흐트러지다. 어수선함.
藉= 깔개 자, 도울 적. 짓밟을 적, 빌 차, 빌릴 차.
狼藉[낭자] : 여기저기 흩어져 어지러움.
蔭음= ① 덕택(德澤) ② 가리다
③ 그늘지게함=陰 ④ 초목이 우거져 가림
子= 열매. 씨. 알. 아들 자, 사랑할 자.
滿= 찰 만, 번민할 만. 약자(略字)満.
枝= 가지 지, 육손이 기.
子滿枝[자만지]: 한 단어가 두 가지 뜻을 나타내는 쌍관어雙關語로,
꽃이 지고 씨가 맺히는 것을 말하고 있지만
여기서는 어린 소녀인 듯하지만 이미 결혼하여 자식을 가진 것을 말한다.
- 이하=동아일보뒤늦은 발길[이준식의 한시 한 수]〈263〉
- 업데이트 2024-05-09 23:122024년 5월 9일 23시 12분
꽃을 너무 늦게 찾아온 게 한스럽구나.
그 옛날 아직 피지 않았을 때 본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바람이 흔들어 꽃잎이 낭자하게 흩어졌고,
푸른 잎은 녹음이 되고 가지엔 열매가 가득하구나.
自恨尋芳到已遲,
往年曾見未開時.
如今風擺花狼藉,
綠葉成蔭子滿枝.
―‘꽃을 한탄하다(탄화·歎花)’ 두목(杜牧·803∼852)
발걸음이 늦어지다 보니 꽃잎은 이미 땅 위에 낭자하게 널브러져 있다.
옛날 꽃 피기 전에 보았던 꽃나무,
그새 꽃자리엔 녹음이 무성하고 열매까지 주렁주렁하다.
상춘(賞春) 기회를 놓친 걸 탄식하는 노래는 흔한 소재.
게다가 발상도 그리 도드라지지 않으니 명인의 경물시치고는 좀 밋밋해 보인다.
한데 실화인지 아니면 호사가의 상상력에서 나온 염문(艶聞)인지
이 시와 관련된 스토리가 당송(唐宋) 소설류에 수차례 등장한다.
젊은 시절 두목은 호주(湖州)를 유람하다 여남은 살 아리따운 소녀를 만난다.
이때 그가 소녀의 모친에게 당부한 말, 10년 안에 딸과 혼인하겠으니
기다려 달라. 언약이 이루어지자 그는 예물까지 건네주고 장안으로 온다.
후일 그곳 자사(刺史)가 되어 돌아온 때는 14년이나 지나서였다.
소녀는 이미 3년 전 혼인하여 자식까지 둔 처지, 시인은 탄식이 절로 나왔다.
‘이제 꽃잎은 발아래 낭자하고 가지엔 열매가 가득하구나.’
같은 시제로 표현을 약간 달리한 시도 전해진다.
‘봄 찾아 나선 내가 한발 늦었는 걸, 슬퍼하며 꽃을 원망할 수야 없지
./광풍에 짙붉은 꽃 죄다 스러지고, 푸른 잎은 녹음이 되고 가지엔 열매가 가득하구나.’
자책이자 동시에 여인을 향한 축복 같기도 하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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