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행문은 지난 연말 친구 부부와 함께 탐방한
기행문인데,'괴산 시리즈'에 맞추어 다시 올립니다.
충청북도
‘괴산 산막이 옛길’을 가기 위해 IC를 빠져 나와
고즈넉한 시골길로 접어들었을 때 눈에 띈 ‘토가’
카페.
여행길에서 이색적인 카페를 만나면 어김없이
들리는 게 예의다.
발걸음을 붙잡는 향기가 낯선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오래된 LP 판 위로 가리킨 시각은 오전 10시 10분.
분위기에 젖는 차 한 잔은 서서히 충만감과 안정
감을 느낀다는 것.
괴산 산막이 옛길을 트레킹하고 30여 분 달려
조령산 자락 ‘작은 새재 펜션’에 짐을 풀었을 때
는 얼추 5시가 다되어 가고 있었다.
아침 일찍 문경새재 3관문을 오르기 위해 정해
놓은 숙소였다.
친구가 수렵에서 잡아온 멧돼지와 돼지 삽겹살
이 순식간에 구워졌다.
꼭 개고기 맛 나는 멧돼지 고기를 상추쌈에 싸
서 입안에 넣고 시선을 고정하니 거기엔 백두대
간 조령산이었다.
분주한 일상 속 정해진 행로만 걷다가 자연품
에 안겼을 때, 도시에서 따라온 걱정거리가 바람
결에 흩어진다.
세상사는 이야기에 완벽한 하루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9시,
조령산 입구에서 문경새재 3관문을 향해 발걸음
을 옮겨놓기 시작했다.
그 옛날 선비들이 과거시험을 치르기 위해 무
던히도 오르내렸던 길.
곳곳에 선비들의 먹 냄새가 배어 있는데요.
문경새재를 노래한 시[1]
정영방(1577~1650)
조령산 길은 험한데
그대는 어디로 가고자 하는가?
추운 날씨에 나그네가 되니
달이 차면 고향을 바라보네
과거보러 가는 조령산 길이 추운 날씨인 걸
보니 꼭 이맘때 인가보다.
문경새재를 노래한 시 [2]
류유잠(1575~1635)
지난해 새재에서 비를 만나 묵었더니
올해는 새재에서 비를 만나 지나갔네
해마다 여름비, 해마다 과객 신세니
결국 헛된 명성으로 이루는 것이 있겠는가
과거 시험에 여러 번 낙방한 끝에 결국엔
장원급제 했구나.
해마다 여름비라는 말에서 과거 시험이 주로
여름에 치러 진 모양이네.
문경새재를 노래한 시[3]
임억령(1496~1568)
공명이란 깨진 떡시루 같고
모였다 흩어지는 뜬구름 같은 것
홀로 떵 빈 산 속을 향해 가니
푸르고 푸른 숲 사이로 가만히 노을이 지네
‘모였다 흩어지는 뜬 구름 같은 것’이라 부질
없는 것.
너무 부여잡지 말고 조금은 내려놓을 일이다.
문경새재를 노래한 시 [4]
박승임(1517~1586)
한 집안에서 함께 급제하기가 세상에 드문 일이니
짝지어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선비들이 말하네.
대궐에서 임금님께 나란히 작별하고 떠나니
가을바람 맞으며 고개 위 구름을 함께 바라 보네
한 집안에 한 사람도 급제하기 어려운 법인데
둘씩이나 급제하였으니 경사 났겠구나.
고로 세상에 드문 일 맞다.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에 문경새재 제3관
문이로구나.
광활한 우주가 눈앞에 펼쳐진다.
첫댓글 추억이 새롭네요...ㅎㅎ
각종 카페에 실렸었는데,
이번 '괴산 시리즈'를 엮으면서 완성시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