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세계 가난한 이의 날에 가난한 이들과 오찬을 나누는 프란치스코 교황 (ANSA)
교황
제8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담화 “주님의 심판은 가난한 이들에게 유리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8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2024년 11월 17일) 담화를 발표했다. 교황은 하느님이 가난한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살피시고 돌보신다며, 가장 궁핍한 이들을 희생하면서까지 재물을 탐하는 이들은 오히려 하느님 눈에 궁핍하고 가련한 이들이라고 강조했다.
Francesca Merlo
“가난한 이들의 기도는 하느님께로 올라갑니다”(집회 21,5 참조). 이는 제8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2024년 11월 17일) 담화 주제다. 교회는 연중 제33주일을 세계 가난한 이의 날로 지낸다. 올해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은 로마가 2025년 희년을 맞아 전 세계 순례자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가운데 열린다. 이와 관련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담화에서 “성경의 지혜가 드러내는 이 표현이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그리스도교의 희망이 가난한 이를 포용합니다
교황은 “그리스도인의 희망은 우리의 기도가 하느님 계신 곳에 닿는다는 확신을 담고 있다”며 “그냥 기도가 아니라 가난한 이의 기도”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교황은 희년을 기다리는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신자들에게 “기도가 가난한 이들과 친교를 나누고 그들의 고통에 동참하는 길이 될 수 있도록 이 말씀을 묵상하고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가난한 이들의 얼굴과 이야기 속에서 그 말씀을 읽어내자”고 초대했다.
집회서의 기도
올해 세계 가난한 이의 날 주제 선정과 관련해 교황은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풍요로운 주제를 다시 발견할 가치가 있는 집회서에서 발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회서의 풍요로운 주제 가운데 하나가 기도다. 교황은 기원전 2세기 교사 겸 율법학자이자 집회서의 저자인 벤 시라가 자신의 개인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기도에 관한 글을 남겼다고 설명했다. “기도에 관한 어떤 글도 매일 하느님 앞에 서서 그분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남긴 게 아니라면 아무런 영향력도 없고 열매를 맺을 수도 없습니다.” 교황은 실제로 벤 시라가 기도를 통해 지혜를 구했다고 덧붙였다.
이 기도의 여정에서 벤 시라는 가난한 이들이 하느님의 마음속에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교황은 “하느님은 자상하시고 배려심이 넘치는 아버지”라며 “따라서 자녀들의 고통을 알고 계신다”고 말했다. “하느님은 아버지로서 가장 궁핍한 이들, 곧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고통받는 이들, 잊힌 이들을 돌보십니다. 그분은 아무도 배척하지 않으십니다. 그분의 눈에 우리 모두가 가난하고 궁핍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시대의 불행한 사고방식
교황은 오늘날 세상을 지배하는 사고방식이 우리에게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유명인이 되어 자신의 이름을 알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행복은 다른 이들의 권리와 존엄을 함부로 밟아가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쟁으로 인한 폭력은 강자로 자처하는 이들의 오만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하느님 보시기에 그들은 궁핍하고 가련한 이들일 뿐입니다.”
“무기와 관련된 잘못된 정책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더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지요! 무고한 희생자가 얼마나 많은지요! 우리는 이런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교황은 이러한 끔찍한 현실을 생각하며 2024년 기도의 해를 맞아 “가난한 이들의 기도를 우리 자신의 기도로 삼고 그들과 함께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님의 심판은 가난한 이들에게 유리할 것입니다
교황은 가난한 이들을 직접 언급하면서 “하느님은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자상한 관심을 기울이시고 여러분과 가까이 계신다”는 확신을 잃지 말라고 초대했다. 아울러 집회서를 인용해 “주님의 심판은 가난한 이들에게 유리할 것”이라며, 따라서 가난에서 “가장 진정한 희망의 노래가 솟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모든 교회 공동체가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지내게 된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교황은 이날을 가리켜 “과소평가해선 안 될 사목적 기회”라며 “가난한 이들을 구체적으로 돕는 사업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를 위해 “우리 가운데 가장 가난한 이들의 말을 귀담아듣고 그들을 돕기 위해 자기 자신을 내어주는 이들에 대해 주님께 감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도 없이는 이웃사랑도 있을 수 없습니다
담화 말미에 교황은 기도가 만남과 친밀함으로 나타나는 진정한 이웃사랑으로 입증된다고 설명했다. “기도가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헛된 것입니다. 실로 실천이 따르지 않는 믿음은 그 자체로 죽은 것입니다.” 교황은 “기도 없는 이웃사랑은 금세 지쳐버리는 자선활동이 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번역 고계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