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철님 페북에서)
[쉴 참에 시 한 편 32]
부하의 밀고로 다리가 부러지도록 몽둥이질을 당한 녹두장군 전봉준이 관군에게 잡힌 건 1984년 12월 2일.
동학농혁명 지도자 전봉준이 언제 충남을 지나갔는지 알 길 없지만, 사진만 보면 포졸이 호송했을 텐데 오늘쯤 지나갔을까요.
* 1984년 <동아일보> 신춘 문예 당선작.
** 유네스코, 동학농민혁명 기록물 185건을 세계기록 유산 등재 승인 / 2023.5.24
*** 5월11일, 동학농민혁명 기념일 /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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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가는 전봉준 / 안도현(1961~ )
눈 내리는 만경 들 건너가네
해진 짚신에 상투 하나 떠 가네
가는 길 그리운 이 아무도 없네
녹두꽃 자지러지게 피면 돌아올거나
울며 울지 않으며 가는
우리 봉준이
풀잎들이 북향하여 일제히 성긴 머리를 푸네
그 누가 알기나 하리
처음에는 우리 모두 이름 없는 들꽃이었더니
들꽃 중에서도 저 하늘 보기 두려워
그늘 깊은 땅속으로 젖은 발 내리고 싶어하던
잔뿌리였더니
그대 떠나기 전에 우리는
목 쉰 그대의 칼집도 찾아주지 못하고
조선 호랑이처럼 모여 울어주지도 못하였네
그보다도 더운 국밥 한 그릇 말아주지 못하였네
못다 한 그 사랑 원망이라도 하듯
속절없이 눈발은 그치지 않고
한 자 세 치 눈 쌓이는 소리까지 들려오나니
그 누가 알기나 하리
겨울이라 꽁꽁 숨어 우는 우리나라 풀뿌리들이
입춘 경칩 지나 수군거리며 봄바람 찾아오면
수천 개의 푸른 기상나팔을 불어제낄 것을
지금은 손발 묶인 저 얼음장 강줄기가
옥빛 대님을 홀연 풀어헤치고
서해로 출렁거리며 쳐들어갈 것을
우리 성상(聖上) 계옵신 곳 가까이 가서
녹두알 같은 눈물 흘리며 한 목숨 타오르겠네
봉준이 이 사람아
그대 갈 때 누군가 찍은 한 장 사진 속에서
기억하라고 타는 눈빛으로 건네던 말
오늘 나는 알겠네
들꽃들아
그날이 오면 닭 울 때
흰 무명띠 머리에 두르고 동진강 어귀에 모여
척왜척화 척왜척화 물결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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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가는 전봉준 / 안도현
태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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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9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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