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나눔
예수성심시녀회 / 윤답 에피파니아 수녀
생태 영성을 배우고 기후 위기로 인해 가난한 사람들이 겪는 고통에 관해 눈뜨게 되면서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주변을 나가라.'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권고를 내가 사는 '대구와 '우리
동네'에서 실천하기 위해 대구 쪽방촌과 대명 9동 주민센터에 문의하게 되었다. 그 결과, 우리 수녀원 근처에 쪽방
촌에서 독립한 1인 가구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반찬을 만들어 그분들을 찾아가는 '평화
나눔'을 시작한 지 3년이 흘렀다.
처음 방문했을 때, 직접적으로 수녀를 만난 건 처음이라 대부분 왜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나 의아해하셨지만 가끔
전화도 드리고 만남이 잦아지면서 점점 가까운 사이가 되어갔다. 평소엔 밑반찬을 나누어 드리지만 큰 축제일엔
특별한 음식을, 계절에 따라 여름엔 삼계탕을 끓여드리기도 하고 가을엔 가을빛 가득한 수녀원 정원으로 삼삼오오
초대해서 짜장면을 함께 먹기도 했으며 겨울엔 직접 담근 김장 김치를 나누면서 점점 정이 들어감을 느끼고 있다.
먼 곳까지 가서 폐지를 줍는 분을 위해 수녀원 마당 한쪽에 폐지를 쌓아두기도 하고,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집에만
계셨던 분이 용기를 내어 중학교 과정에 다니시면서 겪는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들으면서 함께 기뻐하기도 했다.
늘 먼저 전화하다가 처음으로 어느 형제님에게서 먼저 연락이 와 안부와 감사 인사를 전했을 때는 오히려 내가 더
행복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비좁은 쪽방촌에서 여러 명이 함께 살다가 혼자 따로 살게 되면서 몸은 편하지만 외로움과 우울증이 심해 집 밖으
로 한 걸음도 나오지 않는 분들도 계셨다. 2년 전 겨울에는 직접 만든 붕어빵을 드리러 갔을 때 고관절 수술로 입원
한다고 기도를 부탁하셨던 형제님이 수술 후 1주일이 지나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알아보니 병원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셨다는 소식에 황망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 일 이후 형제님들과 연락이 닿지 않으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불안함도 생겼다. 이분들을 통해 느끼는 이 모든 감정은 바로 우리가 '이웃 가족'이 되어가고 있기에 가능한 것임을
깨닫는다.
기후위기는
단순히 지구와 환경을 살리는 문제가 아니라
이 위기로 인해 고통받고 소외되는
가난한 이들의 생존 문제라고 말한다.
우리가 전기를 아끼고 소비를 줄이는 작은 행위들도 가난한 이웃의 생존권을 위한 가치 있는 연대이지만, 동시에
그들과 직접적 관계를 맺고 사회적으로 연대하기 위한 작은 발걸음도 굉장히 중요하다. 서로 연결된 우리는 서로가
곁에 있는 이웃이며 서로에게 힘을 주며 함께 살아 나가야 할 동반자임을 잊지 않고 새해에도 평화 나눔의 발걸음을
기쁘게 이어갈 것이다.
대구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