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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
저자 구병모, 권지예, 김봄, 김서령, 김연희, 김은, 박상영, 위수정, 이순원, 이장욱, 이주란, 정세랑 외 4명 / 걷는사람 / 2018.11.15
페이지 210
책소개
이것은 단지 동물의 이야기가 아니다!
독자들과의 폭넓은 소통을 염두에 두고 초단편으로 구성된 작가들의 개성적인 손바닥소설(초엽편소설)과 에세이를 두루 만날 수 있는 산문집 시리즈 「짧아도 괜찮아」 제4권 『무민은 채식주의자』. 일상의 짧은 순간순간 휴식처럼, 때로는 사색처럼 책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무민은 채식주의자』는 ‘동물권’을 테마로 한 손바닥소설집으로 구병모, 권지예, 김봄, 김서령, 김연희, 김은, 박상영, 위수정, 이순원, 이장욱, 이주란, 정세랑, 최정화, 태기수, 하명희, 황현진 등 현재 우리 문학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동시에 생명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지닌 소설가들이 적극 참여했다.
동물의 권리를 생각하는 일, 우리 안의 야만성, 잔혹성, 폭력성을 아프게 직시하는 일은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로써 자신들이 처한 적나라한 현실을 고발한다.
저자소개
구병모
상고를 1,2등으로 졸업하면 한국은행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1972년에 강릉상업고등학교에 입학하지만 왼손잡이라 다른 아이들만큼 능숙하게 주판을 놓을 수가 없어서 이순원은 은행원이 되는 대신 고랭지 농사를 지어 돈을 벌기로 결심한다. 이후 학교를 그만두고 대관령으로 올라가 농군이 되지만 고된 농사일을 체력이 감당하지 못해 2년 뒤 학교로 돌아가야 했다. 그 시기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눈부셨던 시절로 남아 있다. 앞으로도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고 싶다고 한다.
1978년에 나온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때까지도 소설에는 소설적인 문장이 따로 있는 줄로만 생각했던 그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통해 간명하고 정확한 단문이 얼마나 아름다운 소설 문장인가를 깨닫게 된다.
이순원은 1988년 「문학사상」에 「낮달」을 발표하며 데뷔 이후 왕성한 필력으로 문단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순원 문학은 작가가 비관주의자임을 명료하게 드러내는데 그것은 이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들을 실현하는 것에 대한 비관이다. 이러한 비관주의는 부정적인 대상물을 찾아 극단적으로 부정적 요소를 과장하고 도드라지게 형상화하거나 역으로 작고 연약하고 위태로운 가치나 존재들에 대한 관심으로 형상화된다. 이순원의 작품세계는 「수색」연작들을 전후로 하여 성격을 달리하는데, 「압구정동」시리즈를 비롯한 「수색」연작 전의 작품들이 현실에 대한 발언의 수위가 높은 작품이고, 연작 이후의 작품들에선 구체적 삶의 체험과 내면세계가 밀도 높게 반영되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순원의 후기 작품들이 작가의 사적 체험을 소재로 하면서도 개인적인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보편적 가치의 차원으로 확대시킨다는 것이다.
저자는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와 그 10년 후 속편 격인 『지금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를 통해서 일관되게 자본주의를 비판한다. 1편에서 자본주의의 타락한 욕망을 테러로 응징했던 저자는 속편을 낸 후 인터뷰에서 “나는 압구정동으로 상징되는 이 땅 천민자본 상류층의 끝간 데 모를 욕망과 타락을 연쇄살인의 형식을 통해 비판·경고했다.그러나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그런 면에서 무엇 하나 달라진 것이 없다. 그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나는 여전히 혁명을 꿈꾸고 테러를 꿈꾼다.”라고 말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대 정동진에 가면」 등의 작품에서도 소외되고 연약한 존재에 대한 연민의 시선이 강하게 흐르며, 「순수」에서는 이같은 연민이 구체적인 사회적 발언을 입어 힘을 얻는다. 「순수」에서 40년전 잔칫날 동네 사내들이 혼사 주인공을 화제로 함부로 내뱉는 음담은 우리의 연약한 ‘누이들’에게 가해지는 아픔이 사회적 폭력의식의 깊은 뿌리를 갖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암시한다. 프랑스 로코코 시대의 음란상에 우리 사회를 빗대는 발언에서는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와 같은 맹렬한 목소리가 울려나온다.
그리고 가두어도 가두어도 비집고 나오고 또 갖고자 하면 저만치 달아나버리는 우리 내면의 욕망을 다룬 「수색」연작 이후로는, 우리 내면의 무늬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구체적 삶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최근작이며, 작가가 6년만에 내놓은 창작집 『첫눈』 역시, 말의 아름다움이 흩뿌리는 잔잔한 서정 안에서 현실의 아픔과 사회적 비극을 밀도 있게 그려내며 깊은 내면세계와 조응한다. 개인의 상처와 사회의 굴곡을 구체적 삶의 형상화를 통해 상기시키고, 따스한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인의 아픔을 공유하고, 위로의 눈길을 건네고 있다.
창작집으로 『첫눈』, 『그 여름의 꽃게』, 『얼굴』, 『말을 찾아서』, 『그가 걸음을 멈추었을 때』 등이 있고, 장편소설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수색, 그 물빛 무늬』, 『아들과 함께 걷는 길』, 『순수』, 『첫사랑』, 『19세』, 『나무』, 『워낭』『벌레들』(공저)『어머니의 이슬털이』등 여러작품이 있다.|||1960년 경주 출생. 향리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학령기에 서울에 정착. 숙명여고와 이화여대 문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국립 파리 7대학에서 7년간의 연구 끝에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단편 「꿈꾸는 마리오네뜨」로 문단에 데뷔, 귀국 후 창작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기 시작했다. 「뱀장어 스튜」로 2002년 26회 이상문학상 대상, 2005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저서로는 소설집 『꿈꾸는 마리오네뜨』, 『폭소』, 『꽃게무덤』, 『퍼즐』, 그림소설집 『사랑하거나 미치거나』, 『서른일곱에 별이 된 남자-반 고흐』, 장편소설 『아름다운 지옥 1, 2』, 『붉은 비단보』, 산문집 『권지예의 빠리, 빠리, 빠리』, 『해피홀릭』등이 있다.|||199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소설집 『누드크로키』, 장편소설 『물탱크 정류장』, 공동 작품집 『피크』 『캣 캣 캣』 등이 있다. 극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희곡 「물탱크 정류장」과 「오리엔트?총과 바이올린」을 무대에 올렸다.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편집자로 활동하였다. 현재는 집필 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위저드 베이커리』는 신인답지 않은 안정된 문장력과 매끄러운 전개, 흡인력 있는 줄거리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녀의 데뷔작 『위저드 베이커리』는 기존 청소년소설의 틀을 뒤흔드는, 현실로부터의 과감한 탈주를 선보이는 작품이었다. 청소년 소설=성장소설 이라는 도식을 흔들며, 빼어난 서사적 역량과 독특한 상상력으로 미스터리와 호러, 판타지적 요소를 두루 갖추었다는 평을 받았다. 작품을 지배하는 섬뜩한 분위기와 긴장감을 유지시키면서도 이야기가 무겁게 얼어붙지 않도록 탄력을 불어넣는 작가의 촘촘한 문장 역시 청소년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의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였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집에서 뛰쳐나온 소년이 우연히 몸을 피한 빵집에서 겪게 되는 온갖 사건들은 판타지인 동시에 절망적인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며, 일반문학과 장르소설의 묘미를 적확한 비율로 반죽한 이 작품만의 특별한 미감은 색다른 이야기에 목말랐던 독자들에게 쾌감을 선사했다. 또한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마법사의 눈에 비친 현대인의 비틀린 욕망은 무시무시하고, 평범한 중산층 가족이 숨기고 있는 비밀은 끔찍하기까지 하다. 『헨젤과 그레텔』 같은 ‘잔혹동화’의 바통을 이어받으면서도 이들의 문법을 절묘하게 전복시킨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어 화제가 되었다.
구병모 작가는 한 인터넷 웹진에서 '곤충도감' 이라는 작품을 연재했다. 이름을 가리고 봐도 구병모 작가의 작품인지 알 수 있을 만큼 작가 특유의 분위기가 살아 있는 작품으로, 용서에 대한 것을 주제로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2015년 소설집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로 오늘의작가상과 황순원신진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장편소설 『네 이웃의 식탁』 『파과』 『아가미』 『한 스푼의 시간』이 있다.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4년 [현대문학]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 2005년 『문학수첩』 작가상을 수상하며 등단. 시집 『내 잠 속의 모래산』 『정오의 희망곡』, 평론집 『혁명과 모더니즘』, 장편소설 『칼로의 유쾌한 악마들』과 소설집 『고백의 제왕』 등을 펴냈다. 단편소설 「곡란」으로 2011년 제1회 웹진문지문학상을 수상했다. 문지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제1회, 제2회, 제4회, 제6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계간 [창작과비평]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2008~2014)를 거쳐 현재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2014~)로 재직 중이다. |||1974년 포항에서 태어나 딴생각 한 번도 않고 줄곧 소설가가 되기만을 꿈꾸었다. 다행히도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뒤 소설가가 되어 『작은 토끼야 들어와 편히 쉬어라』, 『어디로 갈까요』, 『티타티타』 등을 출간했다. 가끔은 번역가가 되기도 한다. 『빨강 머리 앤』과 『에이번리의 앤』, 그리고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 두 번째 이야기』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첫 산문집 『우리에겐 일요일이 필요해』를 내며 평생 혼자 살 것처럼 잘난 척을 했지만 어느 날 화들짝 아기 엄마가 되었다. 여태 철들 줄 몰라 곤혹스러울 때가 많지만 이번 생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아직 당신들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고 나는 그것들을 내내 쓸 것이니 말이다. 그건 내가 당신들에게 전하는 생의 안부다.|||2011년 장편소설 『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로 제16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장편소설 『두 번 사는 사람들』, 중편소설 『달의 의지』, 단편소설 『부산이후부터』 등이 있다.|||198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0년 [판타스틱]에「드림, 드림, 드림」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녀는 장르소설로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했지만 그녀의 작품은 장르소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문예지에 글을 기고하며 문단에서 유명한 출판사에서 책을 내기도 했다. 채널예스 정의정 기자에 따르면, "편집자였던 이력이 묻어나오는 단단하고 정갈한 문장으로 줄거리를 뒷받침" 한다. 장편소설로 『덧니가 보고 싶어』 『지구에서 한아뿐』 『이만큼 가까이』등이 있다. 2013년 제7회 창비장편소설상을 받았다. |||2012년 창비신인문학상에 단편 소설 「팜비치」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인터뷰」로 제7회 젊은작가상을 받았다. 소설집 『지극히 내성적인』, 『모든 것을 제자리에』, 장편 소설 『없는 사람』, 청소년 소설 『그날 밤 우리는 비밀을』(공저) 등이 있다.|||2011년 민음사 『세계의문학』으로 등단했다. 소설집 『아오리를 먹는 오후』가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동덕여자대학교 등에 출강 중이다. |||2012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했다. 소설집으로 『모두 다른 아버지』가 있다. 김준성문학상을 수상했다.
|||1988년생. 2016년 문학동네신인상에 단편소설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가 당선되어 등단. 소설집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가 있다. 2018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2009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했다. 소설집 『불편한 온도』, 장편소설 『나무에게서 온 편지』가 있다. 전태일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09년 대산창작기금을 받으며 등단했다. 소설집 『너의 봄은 맛있니』가 있다. |||2014년 『작가세계』로 등단했다. 세월호 추모 공동 소설집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에 작품을 수록했다.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목차
기획의 말
구병모날아라, 오딘
권지예 미래의 일생
김봄살아 있는 건 다 신기해
김서령퐁당
김연희지용이
김은오늘의 기원
박상영이상한 꿈을 꿨어
위수정검은 개의 희미함
이순원새 식구가 오던 날
이장욱무민은 채식주의자
이주란겨울은 가고
정세랑7교시
최정화고양이 눈
태기수랑고의 고백
하명희손을 흔들다
황현진언니
출판사 서평
동물의 이야기인 동시에 인간의 이야기
“이조차 내가 감당해야 할 삶의 일부… 햄스터를 통해 그것을 배웠다.”
『무민은 채식주의자』 속 동물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로써 자신들이 처한 적나라한 현실을 고발한다. “누군가의 잔인한 장난으로 불과 몇 분 사이 삶이 바뀌어버린 고양이들”, 즉 “석유를 붓고 불을 붙인 게 분명했다. 젖을 먹이고 있던 어미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 다섯 마리 중에 살아남은 것은 어미와 새끼 한 마리뿐이었다. (…) 어미는 우리를 향해 위협적으로 이를 드러냈지만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고작 할 수 있는 위협이 작은 입을 벌려 이빨을 보이는 것뿐이라니.”(위수정,「검은 개의 희미함」)라거나 “‘햄스터’란 글자를 입으로 발음했을 때, 내 머릿속에는 사육장 안에 갇힌 채 쉬지 않고 새끼를 밀어내고 있는 힘 빠진 어미 햄스터가 먼저 떠올랐다.”(김봄, 「살아 있는 건 다 신기해」)라거나. 혹은 “그들의 삶과 죽음은 시간이 아닌 무게로 결정되었다. 1.5킬로그램에 도달 할 때까지를 살고, 1.5킬로그램에 도달하면 죽음을 맞았다. 그것은 육질이 가장 연하고, 고기 맛이 좋은 무게다. (…) 나는 그들에게 삶다운 삶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보다 엄마의 얼굴조차 모르고 살아간다는 사실이 더 안타까웠다.”(김은, 「오늘의 기원」) 같은.
때때로, 동물과 인간은 서로의 자리를 맞바꾸기도 한다. “너와 같은 종족, 인간 모두는 이 세상에 온 이상 그럴 자격이 충분히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나와 같은 개는 잊어버리고 새로운 개를 주인으 로 맞이하여, 이 개들의 세계가 반드시 생명에 대한 학살만을 일삼는 곳이 아니라는, 변명 같은 진실을 알아주기를.”(구병모, 「날아라, 오딘」)이라거나 “인육은 맛이 없고 비윤리적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맛이 없다는 것은 취향의 문제이므로 존중할 수 있지만, 비윤리적이라는 주장에는 아무래도 동의하기 어려웠다. 인간은 명백한 유해 종이므로 각종 대책을 통해 번식을 막는 것이 좋다는 점에는 누구나 동의한다. 휴머니즘 같은 기괴한 논리로 인간이라는 종이 자신을 변호해온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이장욱, 「무민은 채식주의자」)라는 식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어 더욱 선명하고 끔찍한 현실, 또 조금은 기괴한 상상 들이 소설집 도처에 포진해 있다. 깊이 들여다볼 수록 불편하고 힘겨운 사실들. 때문에 이 책을 읽어내리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럴수록 최선으로 읽어내야만 하는 이유. 이것은 단지 동물의 이야기가 아닌 까닭이다. 뜻밖에도 우리는 ‘동물권’을 테마로 한 이 소설집에서 다양한 양상으로 고통 받는 인간, 즉 우리 자신의 모습을 대면하게 된다.
나는 때때로 햄스터가 나오는 꿈을 꾼다. 한없이 불어났다 다시 연기처럼 사라져버리곤 하는 그 알 수 없는 생명체. 햄스터는 어디에나 있고, 또 어디에도 없다. 이조차 내가 온전히 감당해야 할 삶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뭐든 견디기 쉬워진다. 나는 햄스터를 통해 그것을 배웠다.
- 박상영 「이상한 꿈을 꿨어」부분
오빠와 함께 AI 판정 농가를 둘러싼 주변 농가들에 대해 예방적 살처분을 담당했던 공무원 두 명이 찾아와 이모와 이모부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들은 이모와 이모부에게 미안하다고 말했고 이모와 이모부도 그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선생님들도…… 같이 보셨지요? 실신을 했다가 깨어난 이모는 공무원들에게 오빠가 쓴 유서를 보여주었다. 그들은 오빠가 쓴 유서를 손에 꼭 쥔 채로 고개를 떨어뜨렸다.
- 이주란 「겨울은 가고」부분
이번 책의 추천사를 쓴 동물권행동 카라의 한희진 팀장은 “이 책에 실린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동물인 ‘그들’과 인간인 ‘우리’의 간극을 좁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뜻대로, 우리는 동물의 이야기를 쓰고자 했으나 결국 인간의 이야기로 읽게 되었다. 이로써 ‘그들’과 ‘우리’가 결코 별개가 아니라는 선득한 사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떤 미래를 그릴 수 있을까.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우리는 평범으로 가장된 삶의 방식을 되짚어보고, 나아가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낸 폭력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까. 어쩌면 그것은 인간이라는 우리의 “존재감을 완전히 지우고, 듣는 일”로부터 겸허히 시작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날다람쥐가 살아남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날다람쥐를 위해 죽을 수 있을 것 같다고도 느꼈다. 나방이나 노린재 같은, 날다람쥐보다 더 작고 보잘것없고 아름답지 않은 종을 위해서라도. (…) 발밑으로 끝없이 숲이 펼쳐질 테고, 숲 그늘에서 한때는 흔했지만 이제는 희귀종이 된 생물들이 아라가 들어보지 못한 소리를 낼 것이다. 그것이 아라에게 거는 말이 아닐지라도 아라는 존재감을 완전히 지우고 듣는 데에만 집중할 계획이었다.
- 정세랑 「7교시」 부분
++ 이 책의 판매 수익금 일부(인세의 50%)는 동물권행동 ‘카라’에 기부, 유기동물 구호 및 동물 권익 수호에 쓰입니다.
‘짧아도 괜찮아’ 시리즈란?
도서출판 걷는사람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산문집 시리즈입니다. 작가들의 개성적인 손바닥소설(초엽편소설)과 에세이를 두루 만날 수 있습니다. 작품의 길이를 초단편으로 구성하여 독자들과의 폭넓은 소통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일상의 짧은 순간순간 휴식처럼, 때로는 사색처럼 책을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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