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망 : 망덕산 바깥쪽에 있는 마을이라 외망이라 한다.
++++++++++++++++++++++++++++++++++++++++++++++++++++++++++++++++
#참고
1. 호남정맥(湖南正脈)의 위상(位相) :
섬진강의 물막이 - 백두대간과 호남정맥
한반도의 중추뼈대 산줄기 백두대간 영취산에서 맥을 대고 이어져 간 금남호남정맥은 주화산 조약봉 분기점에서 북쪽으로 운장산-대둔산-계룡산을 거쳐 부소산 조룡대로 맥을 잇는 금남정맥과, 남쪽으로 만덕산-내장산-무등산-제암산-사자산-조계산-백운산-망덕산으로 이어지는 호남정맥으로 분기한다. 산경표에는 호남정맥이 광양 백운산까지로만 되어 있어 백운산에서 망덕포구까지를 호남기맥으로 부르는 사람도 있다.
여암 신경준의 산경표에서는 금남호남정맥이나 한남금북정맥과 같은 겹침 산줄기를 독자적인 정맥으로 보고 있으나, 금남호남정맥을 호남정맥에 포섭시키고, 한남금북정맥을 종래의 금북정맥과 이어진 호서정맥으로 포섭시키는 견해도 있다(박성태). 산줄기 이름을 어떻게 부르든 산줄기는 까마득한 옛날에 하늘이 처음 열린 날부터 지금까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이다.
호남정맥은 말 그대로 호남지방의 산줄기이다. 전라도지방을 湖南으로 부르고, 충청도지방을 湖西로 부르는데 호남, 호서의 호(湖)는 금강 상류인 대청댐 부근이 호남과 호서를 나누는 기준이 된다[조선일보 2006. 5. 22.자 조용헌살롱]. 같은 금강줄기이지만 대청댐 부근을 옛 사람들은 ‘초강(楚江)’으로 불렀고, 남쪽인 대전 방향의 강줄기를 ‘형강(荊江)’으로 불렀는데 초강에 해당하는 대청댐 북쪽은 호북(湖北)이 되는 것이고, 형강에 해당하는 대청댐 남쪽지역은 호남(湖南)이 되는 것이며, 당연히 서쪽은 호서(湖西)가 된다는 것이다.
호남정맥은 호남 땅의 16개 시ㆍ군을 ‘⊂’자로 휘돌며 뻗어간다. 지리산과 광양 백운산이 마주보는 듯하면서도 중간의 섬진강 때문에 에둘러 오느라 요리조리 휘어지며 길고 긴 산줄기를 형성하는 것이다. 호남정맥은 섬진강의 서쪽 물막이 역할을 하고, 호남정맥의 서쪽으로는 금강, 만경강, 영산강, 탐진강 등의 분수계가 된다.
섬진강은 금남호남정맥 팔공산 자락의 데미샘에서 발원하여 전북 호남의 들판을 적시며 경남 하동을 거쳐 광양만 남해로 흘러가는 224km의 물줄기이다. 섬진강이라는 이름은 고려 우왕 11년(1835년) 어느 날 이 강을 거슬러 온 왜구들의 약탈이 극에 달할 즈음 수많은 두꺼비가 강변에서 한꺼번에 울어대는 바람에 이 기괴한 소리에 놀란 왜구들이 혼비백산 줄행랑을 쳤고, 그 후 이 고마운 강은 ‘두꺼비’ ‘섬(蟾)’자가 든 섬진강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호남정맥은 섬진강 시인 김용택이 말하는 대로 아무리 ‘퍼간다고 마를 강물’이 아닌 섬진강 물길을 막으며 따라가는 길이다. 호남정맥 줄기에는 볼만한 명산들도 많이 포진하고 있다. 한국의 100대 명산에 들어있는 산만 해도 광양 백운산, 조계산, 무등산, 백양산, 내장산, 강천산, 추월산 등이 있고, 사자산, 제암산 등 마루금 상에 솟아있는 77개좌를 넘나드는 그 자체만으로도 주목에 값하는 정맥길이다.
호남정맥은 약 430km의 산줄기로 남한의 9개 정맥 중 가장 거리가 긴 정맥이기도 하다. 호남정맥에서 영산기맥, 땅끝기맥, 모악지맥, 병풍지맥, 사자지맥(탐진기맥), 고흥지맥, 여수지맥 등 여러 기맥과 지맥들이 분기하면서 서해와 남해로 흘러드는 여러 강들의 물막이 역할을 한다. 역시 이곳에서도 山自分水嶺의 철리를 본다. 산과 강의 어울림, 이는 이 나라 인문지리의 기초이다.
호남정맥 개요[박성태님의 신산경표 부록 남한산경도에서]
2. 신개념 호남정맥 : 놀고먹는 호남정맥
나의 호남정맥은 ‘딴전 피우기’다. ‘딴전’은 ‘다른 전(廛)’에서 온 말이다. 전(廛)은 ‘점방’과 같은 것이다. 옛날에는 물건을 늘어놓고 파는 가게를 전(廛)이라 했다. 싸(쌀)전, 꼴뚜기전, 어물전 등이 그것이다.
이미 벌여놓은 자기 장사가 있는데도 남의 장사를 봐준다거나, 다른 곳에 또 다른 장사를 펼쳐놓는 것이 딴전을 보거나 딴전을 피우는 것이다. 하고자 하던 일을 제쳐두고 오히려 다른 일에 더 매달리는 것이다. 나는 호남정맥이라는 산줄기보다도 정맥 주위의 볼만한 것이 더 눈길이 간다. 딴전을 피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몇 개의 정맥종주를 하다보니 특히 낙남과 한북정맥 등에서 산도 아니고 들도 아닌 이른바 ‘非山非野’의 구간을 지나면서 산줄기 이어가기의 의미가 퇴색되는 구간이 많았다. 마루금을 가로지르는 각종 도로는 피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공장지대, 농장, 목장, 과수원, 공원묘지, 골프장, 군사시설물, 개사육장에 아파트단지까지 온갖 잡스럽고 거추장스러운 곳을 정맥길이라는 이유만으로 휩쓸고 지나가는 것은 산행다운 산행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물론 이런 곳에서 인간과 삶의 현장을 보고 느끼면서 산줄기를 이어간다는 의미를 찾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간 중간에 잘려나가고 산줄기의 의미가 없는 것에서 마루금을 고집하며 꾸역꾸역 산줄기 이어가기를 해야 하는 것인지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정맥들 자체만으로는 우리나라의 유명한 산들의 산세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곳이 많다.
이럴 바에는 정맥길 주변에서 문화유적이나 훌륭한 경관이 있으면 이런 것들에 관심을 갖는 것이 보다 의미가 있을 터이다. 산자락에서 삶의 똬리를 틀고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이 어떠한 형태로 발현되고 있는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남도지방으로 내려갈수록 볼거리와 풍성한 먹거리들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앞으로 호남정맥이라는 전(廛), 점방은 일단 차려두지만 주위의 볼거리와 먹거리에 더 관심을 두는 ‘딴전 피우기’가 될 것이다. 남들이 다닌 길만을 맹목처럼 따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남들이 뭐라 하든 놀고먹는 호남정맥, 이게 바로 신개념 호남정맥이다.
3. 호남정맥 출정 : 다시 길을 찾아서
나는 지금까지 2004년 말 백두대간종주를 마치고, 이어서 한북정맥, 금남호남정맥, 금남정맥, 낙남정맥, 낙동정맥 등 정맥과 한강기맥 종주를 얼추 마쳤고, 지금은 영춘지맥을 종주 중이다. 지난 7월 초 덕칠이팀과 낙동정맥종주를 마치고 이어서 2006. 8. 18. 밤 드디어 호남정맥이라는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난다.
덕칠이팀은 2006년 8월 셋째 주부터 매달 1ㆍ3주 금요무박으로 망덕포구에서 주화산까지 북진하는 일정을 잡았으나, 첫 구간은 망덕포구에서 출정식을 하고, 철이 약간 이르지만 광양 별미인 전어나 해산물 맛을 보기 위하여 토끼재에서 좌측으로 섬진강을 끼고 망덕포구를 향하여 진행하기로 한다.
연일 찌는 듯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고,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는 예보도 있어 이 구간의 고도차 등을 고려하면 이 구간은 내리막 개념으로 남진하는 것이 여러모로 옳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구간의 최고봉이라고 해봐야 해발 445m인 국사봉이나, 워낙 지대가 낮은 곳이라 제법 고도차를 느낄만한 구간이고, 한여름에 가시나무와 잡목을 헤쳐 나가느라 힘깨나 들 만한 구간이다.
4. 들머리 : 토끼재
2006. 8. 18. 금요일 밤 10시경 집을 나선다. 원래는 다음날이 나의 생일이라고 하면서 집사람과 아이들이 생일날에는 산에 갔다가 늦게 들어올 것이 뻔하므로 생일 이브인 전날에 외식을 하자고 하여 가족들과 밖에서 식사를 하고 집에 들어와 서둘러 배낭을 챙기고 집을 나왔다.
나는 나의 생일이라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인데 돌이켜보니 이제 나도 望六을 바라보는 어마어마한 나이에 들어섰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인생이라는 게 참으로 별 게 아니라는 생각만 든다. 천상병의 시 “歸天”에서와 같이 소풍놀이 나왔다가 돌아가는 게 우리들의 인생이라면 즐겁고 재미있게 놀다가야 할 터이다.
밤 11시 양재동에서 탄 우리들의 우등고속버스에는 천안에서 합류할 천사님을 포함하여 24명이 탑승하였다. 회장님과 밤안개님, 탱크님과 3S님 등을 제외한 많은 회원이 참석하였고, 알바님은 작년 대간을 마치고 오랜 알바끝에 호남에 합류하였다.
버스에서 바로 잠이 들었고 깨어나 보니 2006. 8. 19. 새벽 3시 섬진강휴게소이다. 버스는 내리 4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온 것이다. 섬진강휴게소라면 조금만 내려가면 오늘 구간의 종점인 외망인데 토끼재까지는 북쪽으로 돌아 올라가야 한다. 서울에서 출발하기 전에는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많이 내리고 바람이 세게 불 것으로 예상했는데 비는 내릴 듯 말 듯 하나, 바람은커녕 고요하고 적막하기만 하다.
섬진강휴게소에서 20여분의 휴식을 마치고 새벽 4시경 버스는 정확하게 토끼재 들머리에 도착하였다. 이번 버스의 기사는 지난번 낙동정맥 종주 중에 주왕산 구간의 느지미재에서 상먹동으로 어프로치를 할 때 경운기 길을 따라 상먹동까지 와준 기사로 길눈이 밝아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었다. 무박산행을 다니다보면 길눈이 어두운 기사를 잘못 만나 버스가 알바를 하는 경우도 많다.
밖에는 비는 내리지 않고 오히려 차가운 공기가 감돌면서 한기를 느끼게 하는 것이 잠시 한여름이라는 계절을 잊게 만든다. 잡목과 가시에 스칠 것을 염려하여 긴팔 옷으로 갈아입고 행장을 챙긴 후 버스에서 내려 흑기사님의 선도로 산행 전 체조시간을 갖는다. 모두들 진지하다.
이제는 덕칠이팀에서 산행 전 체조는 정착되었다. 사다리팀들과 산행을 할 때는 현지에 도착할 즈음이면 버스에서 모든 준비를 마치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개별적으로 튀기 시작하는데 처음에 나는 신발끈도 매지 못한 채 뭣 모르고 쫓아가다 애를 먹은 적이 있다.
5. 새벽어둠 속의 불암산(佛岩山, 431.3m)
[토끼재 → 불암산 : 1.5km/44분]
새벽 4시 20분 우리는 토끼재를 떠나 망덕산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산시조님의 GPS에서는 토끼재의 고도가 220m 정도로 나온다. 바리케이드를 지나 임도같은 넓은 길을 따른다. 여명이 밝아오는 듯 어슴푸레한 분위기가 주위를 감돈다. 무엇보다 비가 내리지 않고 바람이 불지 않아 안도한다.
길 우측의 수어저수지는 새벽어둠 속에서도 하얀 물빛을 발하고 있고 주변 하동 일대 도읍들의 야경도 눈에 들어온다. 임도에서 숲으로 들어서니 어둠과 잡목 속에 희미한 길이 나 있다.
10여분쯤 완만한 오르막을 오르니 250m쯤으로 추정되는 봉우리이고 이곳에서 내려섰다가 다시 10여분 오르니 280m봉이다. 너무 낮은 지대라 신경을 쓰지 않으면 봉우리 기운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그냥 통과하기 쉬운 곳이다.
잡목지대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의 발길 흔적으로 진행에 큰 장애를 받지 않는다. 간혹 알바를 할 만한 곳도 스쳐 지나면서 긴 오르막을 오르니 시야가 트이면서 불암산 정상이다. 정상에는 삼각점이 있고, 깃대도 꽂혀있다. 해발고도는 431m이지만 꽤 높은 곳에 올라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아직도 어둠에 싸여 사방을 조망할 수 없어 아쉽다.
[05:07] 불암산 삼각점
새벽 5시가 넘었지만 아직도 캄캄한데 기어코 후두둑 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모두들 우의를 입고 배낭포를 씌운다. 효자 태풍의 영향으로 비는 내리지만 장대비는 아니고 오히려 한여름 산행에는 맞을만한 비다. 20여분간 불암산 정상에서 후미 알바조들을 기다리다가 이들이 도착하여 국사봉을 향하여 출발한다.
[05:09] 불암산 정상 깃대
6. 남해와 광양제철소가 보이는 국사봉(國師峰, 445.2m)
[불암산 → 국사봉 : 4.1km/1시간 47분]
새벽 5시 25분 비를 맞으며 불암산에서 내리막으로 내려선다. 10여 분간 내리막을 내려서는데 서서히 어둠이 풀려간다. 길은 잡목 수준의 소나무밭길이다. 지대가 낮고 바다가 가까워서 그런지 산에는 소나무가 많으나, 화목 수준의 볼품없는 소나무들이다. 다시 오르막을 올라서니 320m봉으로 추정되는 분기봉이고, 이곳에서 직진길을 버리고 우측 내리막으로 내려서야 한다.
다시 10여 분간 내리막을 내려서니 밤나무밭이고, 잠시 길을 찾는데 자신이 없다. 이번 구간은 남의 밭 밤나무와 감나무 과수원 길을 숱하게 통과해야 하는 구간이다. 좀 있으면 밤송이들이 벌어지면서 밤알들을 땅바닥으로 쏟아낼 것이다.
밤나무밭에서 밑으로 내려서니 2번 국도가 지나는 탄치재이다. 2번 국도는 앞으로 뱀재를 지날 때, 그리고 망덕산으로 오르기 전에도 통과해야 하는 도로이다. 도로로 내려서서 좌측으로 진행하다보면 탄치재 표석이 세워져 있는데 표고가 100m로 되어 있다. 그런데 산시조님의 GPS로는 이곳의 고도가 169m로 나온다. 이곳 지하로는 경전선이 지나는 탄치터널 구간이다.
[05:57] 탄치재 표석
탄치재 도로 건너 우측 절개지 위로 올라서는데 빗길이라 미끄럽다. 잡목 숲을 벗어나니 풀이 무성한 임도길이다. 좌측 임도를 따르다 좌측 숲으로 들어선다. 오르막을 따라 오르면 260m봉으로 보이는 헬기장이다.
[06:09] 헬기장
헬기장을 지나 완만한 오르막길을 가다보니 철탑이 나오고 과수원길 오르막이 나오면서 비는 내리지만 우측으로 시야가 확 트인다. 비 때문에 우의를 뒤집어쓴 상태라 메모는 하기 어렵고 그때그때 사진이나 잘 박아두어야 하는데 이마저 내리는 비로 쉬운 일이 아니다.
[06:31] 철탑을 지나 완만한 과수원길 오르막에서 되돌아본 전경
좌측에 뾰족 솟은 봉우리는 억불봉이다.
다시 숲 속으로 들어가 국사봉까지 30여 분간 오르막을 오른다. 중간에 돌기둥 두개가 석문처럼 마주보고 있는 곳도 지난다.
[06:52] 석문 같은 두개의 돌기둥
비 내리는 숲 속이라 어둑어둑하다
국사봉은 이번 구간의 최고봉답게 꽤 오르막이 길게 느껴진다. 알바님, 록수님과 후미를 이루어 그럭저럭 올라가다 보니 일행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우측 봉우리가 바로 국사봉이다. 토끼재에서 이곳까지 5.6km를 오는데 2시간 52분이 걸렸다. 오늘 제일 높은 곳에 올라왔으니 이제는 전체적으로 내리막길이고 오늘 일거리는 다했다는 느낌이 든다. 마침 비도 그쳤다.
국사봉 정상에는 1등 삼각점(하동15, 1991재설)이 박혀있고, 앞으로 진행할 망덕산과 광양제철소가 한눈에 들어온다. 산과 남해바다가 어우러진 평화롭고 멋진 조망을 제공하고 있다. 비를 맞으며 새벽길을 올라온 노고가 눈앞에 펼쳐지는 멋진 풍광으로 보상을 받는다.
[07:12] 국사봉 삼각점
[국사봉 풍경 1]
망덕산과 천왕산 뒤로 광양제철소가 보인다.
[국사봉 풍경 2] 하동쪽의 산줄기
[국사봉 풍경 3] 광양방면
다시 일행들이 모여 있는 공터로 가서 배낭을 풀어 샌드위치를 아침밥 대용으로 먹어둔다.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국사봉에서 눈앞에 펼쳐지는 망덕산과 광양제철소를 보면서 망덕산이 바로 눈앞에 보이니 앞으로 1시간이면 산행이 끝나겠다는 뚱딴지같은 소리도 해댄다. 25분간의 아침식사와 휴식을 마치고 국사봉을 떠난다.
7. 쪽빛 남해바다 조망 그리고 밤나무밭
[국사봉 → 뱀재 : 약4km/약 1시간30분]
국사봉에서 남쪽 방향으로 휘돌아 내려간다. 이제는 날도 환히 밝았고, 쪽빛 남해바다를 한껏 조망하면서 여유롭게 내려가는 길이다. 억새밭이라 시야가 터져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망 조건을 제공해주고 있다.
지도상의 413m봉, 380m봉, 270m봉을 차례로 지나지만 전체적으로 내리막길이라 봉우리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이고, 억새밭에서 남해바다를 보면서 즐겁게 가는 길이다. 물론 여름철이라 잡목과 풀은 무성하여 길이 뚜렷하지 아니하여 신경을 쓰며 진행을 해야 한다.
[억새밭 풍경 1]
억새밭과 고사리밭이 끝날 즈음 단체사진을 박고 뱀재를 향하여 내리막길을 간다. 이제부터 천왕산까지는 멋진 조망을 기대하기 어려운 야산지대와 밤나무밭과 감나무밭 과수원을 지나는 길이다.
[08:12] 상도재로 가는 길 우측 풍경
[08:31] 37번 송전철탑
길의 방향을 좌측으로 바꾸어 거추장스러운 잡목숲을 헤치며 내려가다 보니 37번 송전철탑이 나오고, 이곳에서 길의 방향이 좌우로 갈려 헷갈리게 만든다. 잠시 우왕좌왕하다가 우측길을 따라 다시 좌측으로 꺾어 내리막으로 내려선다. 길가에 다소곳하게 피어난 보라색 산도라지의 청초한 모습이 보이고, 명감나무인지 땡감나무인지 날카로운 가시덤불도 헤치며 진행한다.
[08:38] 상도재로 내려서는 길
아치형 대나무 밑을 통과한다.
37번 철탑에서 내리막으로 7분쯤 내려서니 좌측에 묘를 끼고 대나무밭이 있는 임도가 나온다. 우측에 철탑을 끼고 포장임도를 따라 내려서면 밭인지 재인지 모를 상도재이다.
[08:38] 상도재로 가는 포장임도를 따라
[08:39] 상도재에서 167.2m봉으로 가는 길
상도재에서 176.2m봉으로 오르는 길은 밭두렁을 따라 옥수수와 감나무밭을 지나는 구간이다. 167.2m봉에는 어떤 묘가 있어 그냥 지나치고 말았는데 묘 앞에 언형삼각점이 있는 것을 간과하고 말았다. 풀이 무성하여 설마 묘 바로 앞에 삼각점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영진도엽에는 이 176.2m봉에 정박산이라는 산이름까지 부여하고 있다.
167.2m봉에서 내려서니 다시 밤나무밭과 묘들을 연이어 지나가면서 밑으로 내려선다.
[영글어가고 있는 밤나무밭의 밤송이들]
[어떤 묘 앞의 백일홍]
밤나무밭을 지나 우측으로 논이 펼쳐지고 시야가 트이는 곳을 바라보면서 진행하다 보니 다시 2번국도가 지나는 뱀재이다. 탄치재에서도 그렇고 이곳도 2차선 국도인데 차량통행은 거의 없는 한적한 길이다.
[09:04] 뱀재 직전의 풍경
[09:08] 뱀재
[뱀재 - 하동가는 길]
[뱀재에서의 휴식] 꼭 공공취로사업장에 나온 사람들 같구만!
8. 망덕이 바로 지척인 천왕산(天王山, 225.6m)
[뱀재 → 천왕산 : 약3km/약 1시간30분]
뱀재에서 일행들이 전부 도착하기를 기다려 20분간의 휴식을 취하고 일어선다. 앞으로 망덕포구까지는 약 6km정도 남았고, 12시경이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 여유를 부린다. 도로 건너 우측으로 펜스가 끝나는 지점의 옹벽을 타고 넘어 급경사의 절개지를 조심스럽게 올라서니 포장도로가 나온다.
[09:28] 옹벽 위로 올라선다
[09:33] 포장도로 오르막길
[09:35] 110m봉으로 오르는 길
우측으로 포장도로를 따라 오르다보니 잘 정돈된 묘지들도 나오고 110m봉에 올라선다. 이 봉우리에도 묘가 있는데(밀양박씨묘) 비석도 거창하고 동자석도 색다르다.
[09:37] 110m봉의 묘
숲길과 과수원, 묘지 등 거추장스러운 산길을 내려가면 3거리 포장도로가 있는 절개지 밑으로 떨어진다. 3거리에서 직진하여 오르막을 오른다.
[명감나무]
요놈의 가시도 성가시다.
[09:46] 천왕산 가는 길
조금만 가면 3거리 포장도로가 있는 곳이다.
[09:49] 위에서 본 3거리 포장도로
[3거리 도로에서 직진한다]
포장도로 오르막을 올라서면 다시 좌측으로 꺾이면서 주변은 고구마밭이다. 이 포장도로를 따라 진행하다 보면 우측으로 수어천 하구의 갯벌이 보이기 시작한다. 망덕산과 천왕산도 바로 앞에 나온다.
[09:54] 천왕산과 수어천 하구 갯벌
[망덕산(좌측)과 천왕산(우측)]
포장도로에서 우측 고추밭으로 들어선 다음 직진하여야 할 것을 좌측 숲으로 들어서는 바람에 약간의 알바를 하고 뒤돌아온다.
[09:56] 고추밭
숲 속을 표지기를 따라 요리조리 내려가다 보니 우이!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남의 집 마당을 지나 대문을 통과하는 것이 아닌가? 이게 정맥길 맞는겨? 지금까지 정맥길을 다니면서 남의 집 대문안을 통과해보기는 처음이다. 이 집에서 도사견을 풀어서 키우고 있다면 정맥꾼 여럿이 비명에 갔을 것이나, 마침 집안에는 사람도 개도 없어 재빨리 빠져나온다.
[10:17] 남의 집 대문안을 통과
집 우측과 담장 사이로 빠져나왔다.
[골목길 정맥길]
계면쩍게 집을 나와 골목을 통과하니 우측으로 논이 있고, 바로 앞에 남해고속국도가 지나는 굴다리가 보인다. 굴다리를 통과하니 선포마을 안내판이 서있고, 이곳에서 우측 옹벽 위로 올라선다. 옹벽위로 올라서면 또다시 밤나무밭이다.
[10:18] 남해고속국도 굴다리로 가는 길
바로 앞 봉우리가 천왕산이다.
[10:20] 선포마을 안내판
밤나무밭 오르막을 오르는데 가을에 밤이 떨어질 즈음에는 정맥꾼들이 떨어진 밤깨나 줍느라고 정신이 없을 듯 하다. 작년 금남정맥 종주를 하면서 공주 밤나무단지를 지날 때에는 땅바닥에 떨어진 밤들이 가득 쌓여있어서 몇 개씩 주워도 금세 배낭이 빵빵했었다. 천왕산으로 오르기 전 밤나무 밭에서 후미를 기다리면서 잠시 쉰다.
[마을 안길을 통과한 정맥길]
골목 사이로 우리들 일행이 오고 있다.
[10:30] 밤나무밭 휴식
밤나무밭 오르막을 올라서고 밤나무밭과 작별을 고한 후 본격 오르막 숲으로 진입한다. 20여분 오르막을 올라야 하는데 손등이 따끔하다. 앞서 가고 있는 록정님도 벌에 쏘였다고 하면서 맨소래덤을 바르길래 나도 얻어 발랐더니 더 따끔거린다. 뒤에서 오는 사람들도 벌에 쏘였다. 선두 중에 누가 벌집을 건드리고 간 모양이다. 대간 종주시 두타산 구간에서 벌에 쏘여 된통 고생을 한 적이 있다.
[10:53] 천왕산 직전에서 바라보는 수어천 갯벌지대
[10:55] 천왕산 정상 바위
해발표고가 225.6m밖에 되지 않는 천왕산인데 제법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 정상 부위에는 바위덩어리로 이루어져 있고 사방으로 확 트인 조망이 일품이다. 가야할 망덕산은 좌측으로 바로 코앞에 있는데 우측으로 빙 둘러 가야하는 것이 호남정맥의 흐름을 축약해놓은 것과 같다.
[천왕산에서 보는 망덕산]
[망덕산으로 휘돌아가는 길]
9. 산과 강과 바다의 3중주 망덕산(望德山, 197.2m)
[천왕산 → 외망마을 : 3.4km/]
천왕산에서 10여분 조망을 마치고 망덕산으로 향한다. 망덕산이 코앞인데 망덕산으로 바로 진행하자는 이야기도 나왔으나 지도에 나와 있는 대로 우측으로 빙 돌아 망덕산으로 간다. 불암산에서 천왕산까지 입고 온 우의를 벗고 비를 맞으며 가기로 한다. 우의를 입더라도 안으로 땀이 차는 이상 우의로서의 기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천왕산에서 내려서서 완만한 소나무숲 능선길을 따르다보면 능선길이 좌측으로 휘는 꼭지점에 있는 190m봉에 이른다. 이곳 역시 조망이 좋은 곳이다.
[11:26] 천왕산에서 190m봉으로 이어지는 마루금
[수어천과 광양시 광영동 일대]
[앞으로 진행할 망덕산(좌측)]
[진월 일대]
190m봉에서 15분간 조망 및 휴식을 취하고 망덕산으로 향한다. 볼품없는 소나무밭길을 따라 내려가는데 중간의 봉우리 하나를 스쳐 지나간다. 좌측의 망덕산을 가늠하고 좌측으로 꺾여 내려가는데 잡목이 보통 무성한 것이 아니다.
[2번국도로 내려가는 길]
밑으로 4차선 국도가 보이는데 내려서다보니 급경사 절개지 법면에 플라스틱 보호대를 덮어놓은 것이 미끄럽기까지 하다. 배수로를 만나 우측으로 진행하다 밑으로 떨어져 내려가야 되는데 좌측으로 갔다가 길이 아닌 곳에서 잡목을 헤쳐 나가느라 생고생을 하고 말았다.
[12:10] 2번국도로 내려서는 절개지 입구
가까스로 절개지 하단부 펜스까지 내려오니 이제는 2번국도의 중앙분리대를 통과하여야 한다. 분리대의 높이가 높아 분리대 위를 타고 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모두들 분리대 밑으로 기어서 통과한다. 교통량이 별로 없어서 다행이지 정맥길에는 이런 식으로 길을 건너야 하는 곳이 종종 있다.
[중앙분리대를 통과하는 모습] 해병대출신과 방위출신은 표가 난다.
[2번국도를 통과하고]
도로를 건너니 먼저 내려간 선두는 이미 출발하였고 중위그룹들이 지키고 있다가 후미와 함께 망덕산을 오른다. 오른쪽으로는 산이 뭉턱 깎아져 흉한 모습을 하고 있다. 혹시 저 깎여진 부분으로 마루금이 이어진 것이 아닌가 했으나, 마루금은 좌측의 밭길과 묘지를 지나 산길로 진입하여야 한다. 망덕산으로 오르면서 보니 우리들이 휘돌아온 산줄기가 보인다.
[산을 깎아낸 흉칙한 모습]
[12:12] 2번국도를 지나 마루금 진입로
[휘돌아온 산줄기]
망덕산은 표고가 197.2m로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했으나 올라가는 것이 만만치 않다. 소나무숲과 무성한 잡목에 길도 뚜렷하지 않다. 일단 정상 방향으로 목표를 정하고 희미한 발길 따라 치고 오르다보니 좌측으로 철망이 쳐져 있어 좌측에 철망을 끼고 오른다. 나무를 잡고 바위도 오르고 하면서 간신히 올라서니 묘가 있는 능선상이고, 이곳에서 우측으로 조금 진행하니 삼각점이 있는 망덕산 정상이다.
[12:37] 망덕산 삼각점과 푯대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에서 조금 진행하니 묘가 있는 넓은 공터이고 이곳에서 좌측으로 빠져나가니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이어서 밑에 황색정자가 보인다. 길을 따라 내려가니 ‘덕석바위’로도 불리는 ‘뜬돌(浮石)’ 전망암으로 조망이 기가 막히게 좋은 곳이다.
산과 섬진강과 남해바다가 함께 어우러지는 곳이다. 휘둘러 돌아온 정맥길이 끊어질 듯 끊어질 듯 하면서 아슬아슬하게 이어져 온 모습도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 와보니 산경표에 호남정맥이 백운산까지 되어 있더라도 이곳까지 정맥길을 이어야 하는 당위성을 발견하게 된다. 선답자들이 그냥 생각없이 무대뽀로 이곳까지 온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부석 전망암 풍경 1] 부석 전망대
[부석 전망암 풍경 2] 섬진강 줄기
[부석 전망암 풍경 3] 섬진강과 바다의 합수
멀리 태인대교가 보인다.
[부석 전망암 풍경 4] 섬진강과 망덕포구
[부석 전망암 풍경 5]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져 온 정맥줄기
부석 전망대에서 훌륭한 조망을 즐기고 내려서니 부석정이다. 이제는 외망마을로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부석정 가는 길]
[부석정]
[浮石亭記]
부석정에서 외망마을로 내려가면서 정확한 마루금이 아닌 좌측의 내리막으로 내려왔으나, 되돌아갔다 오는 것도 그렇고 이왕 외망마을에 도착했으니 이것으로 호남정맥 첫 구간 산행을 마무리하기로 한다. 마을사람들에게 물으니 이곳에는 목욕탕이 없고 광영으로 나가야 목욕을 할 수 있다고 하여 음식점에서 간단히 씻고 뒤풀이를 하기로 한다.
[13:15] 외망마을 표석
10. 섬진강 하구 망덕포구 : 강과 바다의 만남
천왕산에서 망덕포구까지는 3.4km라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2시간 10분 정도가 소요되고 말았다. 그리고 전체 구간도 15.5km라 6-7시간을 예상했으나 9시간 가까이 걸리고 말았다. 그러나 그까짓 시간이 대수랴? 한여름 더위를 피해 비를 맞으며 온 것도 그렇고, 중간 중간 기막힌 조망을 즐기며 왔으니 더 바랄 것이 없다. 식수도 1ℓ짜리 얼린 물 한 통이 그대로 남았다.
팔공산자락의 데미샘에서 발원하여 호남의 들판을 적시며 224km를 흘러온 섬진강은 이제 광양만 앞 바다에서 강의 흐름을 다하고 바다로 빠져 든다. 밀물과 썰물에 밀려왔다 떠내려갔다 하면서 강과 바다는 드넓은 하나의 세계가 된다.
[섬진강]
[바다로 흘러드는 섬진강]
[망덕포구 횟집들]
음식점 화장실에서 약식으로나마 샤워를 하고 나니 생기가 돈다. 비와 땀으로 젖은 옷가지를 배낭에 집어넣으니 무게가 꽤 나간다. 몸과 짐을 정리하는 대로 음식점에서 광양별미인 전어와 함께 뒤풀이시간을 갖는다. 역시 고추주가 빠질 수 없다.
망덕포구는 원래 전어(錢魚)로 유명한 곳이다. ‘錢魚(돈고기)’라는 말 그대로 고기맛이 하도 좋아 사람들이 값을 생각하지 않고 사들였다는 데서 고기이름이 유래한 것이다. 민물인 섬진강과 바다의 짠물이 교차하는 이곳이 전어의 식생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주인아줌마는 지금 잡히는 전어가 얼마 없어 귀하여 이 동네의 전어들을 쓸어 모으는 중이라고 한다.
집 나간 며느리도 그 맛을 못 잊어 돌아온다는 고기가 전어이다. 가을 9월 전어가 유명하지만(9월에 이곳에서 전어축제가 열릴 때는 대성황이라고 한다) 오늘 전어1번지인 망덕포구에서 그 전어맛을 본다. 전어회와 무침, 구이별로 맛을 보는데 비린내도 없고 담백하면서도 맛이 좋다. 전어회는 술안주로 적격이고, 전어무침으로 비빔밥을 만들어먹고, 특히 전어구이는 뽀다구 하나 버릴 것 없이 전부 입속으로 슬슬 들어간다.
11. 호남정맥, 그 절반을 끝내고!
[호남 첫 구간 단체사진]
외망마을에서 섬진강을 등지고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으니 이제 첫 구간으로 호남정맥은 이미 그 절반을 끝낸 셈이다. 오후 4시경 뒤풀이를 마치고 버스는 서울로 떠난다. 전어와 함께 마신 술의 취기로 이내 곯아떨어졌고 버스가 중간에 휴게소에 설 때에야 잠에서 깨어났다. 비교적 이른 시간인 밤 8시 30분경 버스는 양재동에 도착하여 하루 일정을 마무리한다.
다음 구간은 호남정맥의 최고봉인 광양 백운산을 지나는 토끼재에서 한재까지 17km의 구간이다. 우리나라에 백운산이라는 산이 상당히 많은데 광양 백운산은 한북정맥의 포천 백운산, 동강 백운산과 더불어 한국의 100대 명산에도 들어가는 산이다. 정맥이 아니라도 한번쯤 올라보아야 할 산을 호남정맥일정에 맞추어 올라본다.
다만 문제는 날머리인 한재에서 어느 쪽으로 어프로치를 할 것인가에 있다. 놀고먹는 호남정맥을 위해 광양불고기 맛을 보려면 남쪽 논실마을쪽으로 하산해야 할 것이고, 화개장터와 평사리 최참판댁을 둘러보기 위해서는 북쪽의 구례쪽으로 어프로치를 해야 한다. 놀고먹는 호남정맥에 걸맞는 루트를 찾아야 할 터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