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구백네 번째
술은 하늘이 내린 복
“신은 단지 물을 만들었지만, 인간은 와인을 만들었다.” <노트르담의 꼽추>, <레 미제라블>로 명성을 날린 프랑스 낭만파 작가 빅토르 위고가 그리 말했답니다. 신이 만든 물에 향기를 담아 인간을 취하게 한 술을 만든 인간을 치켜세운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술은 인류 역사와 함께 숱한 얘깃거리를 남겼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우리나라 술 소비량이 1년 전보다 5% 줄었는데, 이는 과도한 음주를 피하는 ‘소버 큐리어스’ 문화가 확산하고 회식 문화가 해체된 결과라고 합니다.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는 ‘맑은 정신의’라는 뜻의 sober와 ‘궁금한’이라는 뜻의 curious가 결합한 용어로, 술을 마시고 취하는 행위에 의문을 던지는 태도를 말한답니다. ‘마시는 것이 당연한’ 술 중심 문화를 따르기보다 자기의 컨디션과 취향, 건강을 우선해 음주를 줄이거나 멀리하는 라이프스타일로 MZ세대를 중심으로 이러한 변화가 확산하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술 ‘취하던’ 세계인이 웰빙에 ‘취하자’ ‘동네 사랑방’이던 영국 펍(Pub)이 문을 닫고 일본 밤거리를 밝히던 이자카야가 줄도산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실학의 선구자 이수광李睟光의 <지봉유설>에서는 ‘옛사람이 말하기를, 한 고을의 정치는 술에서 보고, 한 집안의 일은 양념 맛에서 본다고 했다.’라는 술 문화에 관한 얘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술이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말한 것이겠지요. 천 년 전의 소동파는 술을 빚는 재주도 있었다는데 자신이 빚은 술을 찬양하는 계주송桂酒頌에서 “술은 하늘이 내려준 복이라, 술이 잘되고 못 되는 것이나, 맛이 좋고 나쁜 것으로서 그 집주인의 길하고 흉할 것을 점칠 수가 있다.”라고 했습니다. 술을 하늘이 내려준 복이라고 합니다. 하늘이 준 복을 함부로 쓰지 말고, 잘 쓰라는 말로 들립니다.